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분업첫날...불편, 혼란

분업첫날...불편, 혼란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0.07.04 00: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적인 의약분업이 한달 동안의 계도 기간으로 시행된 첫날, 약국에 약이 없어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병원과 약국을 오가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대부분의 환자는 여전히 원내처방을 원했고 원외처방을 자원한 환자들마저 불편함을 호소, 의약분업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약국의 약품 구비 부족으로 환자가 되돌아 가는 사태가 속출 서울대학교병원에서는 3명의 환자가 인근 약국에 약이 없어 병원으로 다시 돌아갔으며 신촌세브란스병원, 한양대병원 등에서도 이같은 혼란이 빚어져 환자들의 불만이 역력 병원 인근 조제전문약국들도 병원 처방 약품을 100%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병원에서 떨어진 동네 소규모 약국은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되는 전문의약품 구비에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

중앙병원측은 이미 3주 전에 1,400종의 처방약 리스트를 인근 송파구, 강동구약사회에 제출했으나 대부분의 약국들은 전체 약품의 50%정도 밖에 구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송파구약사회는 회원 약사들에게 서울중앙병원 처방약을 최소한 절반가량은 구비해 놓을 것을 권유했으나 대형 약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약국들은 약품 구비 정도가 극히 미비한 실정.

특히 일부 약국은 계도기간을 의약분업 연기로 잘못 이해해 전혀 대비하지 못하기도 송파구약사회장은 이날 병원을 방문, "약국의 준비가 부족하니 처방전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

가장 준비가 잘 됐다는 서울중앙병원은 외견상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 최근 인근 약국들과 연계된 처방전 전달 전산시스템을 구축, 10대의 처방전 자동 발행기를 가동하며 첫날 1,105명의 처방대상 환자중 233명에게 원외처방을 실시.

이 시스템은 환자가 '동네약국'과 '병원인근약국'중 한 곳을 선택해 처방전을 발부받는 것으로서, 병원인근약국을 선택하면 약도와 함께 이용 가능한 약국이 표시되며 그 중 한곳의 약국을 선택하면 처방전이 자동으로 약국으로 전송, 환자가 이동하는 동안 조제를 완료하는 첨단 장비.

그러나 이날 시스템이 채 완비되지 않아 병원인근약국은 진료 과목별로 한 곳만 이용할 수 있었으며 약국까지 거리가 최소 도보 10분에서 20분 이상 걸리는 곳도 있어 환자들은 큰 불편을 감수 그나마 처방전에 표시된 약국 약도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도록 엉성하게 만들어져 환자들은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 

서울대병원은 6월 중순부터 다빈도 처방의약품 리스트를 인근 약국에 전달하는 등 1일 시행에 초점을 맞춰 의욕적으로 의약분업을 준비했으나 관내 종로구약사회는 6월 30일 회원 일동 명의로 "당분간 처방전 수용이 안됩니다"는 결의문을 일제히 회원 약국에 전달, 사실상 서울대병원의 원외처방전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의약분업 시행 첫날부터 혼선에 혼선을 거듭.

종로구약사회는 약국에서 조제할 수 있는 약이 제약업체로부터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으며, 약사법 재개정으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준비에 어려움이 있을 뿐 아니라 의약분업 협력회의가 가동되지 않아 처방약 종류와 수량을 약사회에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처방전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적게 쓰이는 희귀의약품은 약국에서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 많이 쓰이는 다빈도 처방의약품 리스트를 사전에 전달하여 준비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음에도 구약사회 차원에서 조제를 거부하는 결의를 할 수 있냐"며 "복지부에 약사법 위반여부를 따져봐야겠다"고 약사회의 비협조 행위를 성토.

서울대병원 내과 외래에서 진료를 받은 김00 환자는 사전에 원내처방전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지 않아 병원 밖에서 약을 사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가까운 약국을 놔두고 왜 밖에 나가서 약을 사야 하냐"며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이 환자는 "이렇게 환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라면 나는 의약분업을 반대한다"며 정부당국을 원색적으로 비난.

원외처방을 스스로 원한 환자들도 불편함을 호소 서울중앙병원에 내원한 임모 환자(여, 39세)는 "너무 번거롭다"며 "병원에 자주 와야 하는데 8월부터 어떻게될지 모르겠다"고 한숨 원외처방전을 받아들고 10분동안 병원 로비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전모 환자(남·66세)도 "시작부터 막막하다 너무 불편하다"며 하소연 약국에서 처방전에 기재된 약품의 가격을 산정하지 못해 수십분을 절절매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환자는 "처방전을 가지고 가면 어느 약국을 가든지 손쉽게 약을 타갈 수 있다는 정부의 말은 순 거짓말 아닌가"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첫날 일선 병원들은 원외처방전 발행에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 과연 계도기간 중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 대처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 일일 외래환자 6,000명으로 국내 최대인 서울중앙병원은 첫날 약처방 대상환자 1,105명중 불과 20% 정도에 불과한 233명에게만 원외처방전을 발행.

서울대학교병원도 이날 1,114명의 환자중 293명(26%)에게 원외처방전을 발행하는등 예상보다 더 저조한 실적 이밖에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은 4건, 여의도성모병원은 1건 등 대부분의 병원은 원외처방전 발행이 극히 미비했으며 한림대 한강성심병원과 성심병원 처럼 단 한건의 원외처방전도 발행하지 않은 병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