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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보험재정 확보 돌파구 있나
보험재정 확보 돌파구 있나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0.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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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恨) 많은 의료계의 7월이 시작됐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못 채운 의료보험제도 역시 77년 7월에 시작됐고, 정부의 준비 소홀로 엉망이 된 의약분업도 이달부터 시행하게 됐다.
 의약분업은 의약품 사용에 대한 국민의 잘못된 관행을 전문 직능에 따라 올바르게 재편하는 선진 제도다. 약을 유별나게 선호하는 국민의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 역시 국민을 탓하기 보다는 정부가 수십년 동안 제도적으로 방치해 온 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과거 20여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의료인력은 충분치 못했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비 절감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으로 약사의 임의조제를 제도적으로 인정, 오·남용이 우려되는 의약품도 전문가의 판단 없이도 약국에서 손쉽게 사서 복용하도록 방치해 왔다.
 특히 대중매체를 통한 의약품 광고는 무제한으로 허용함에 따라 소비자가 마치 자유롭게 상품을 구입하듯 하는 구매행위를 부추겨,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고 수준인 의약품 선호 사상을 물들일대로 물들였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그동안 자유롭고 무절제한 의약품 구입 관행을 제도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는 처방전을 근거로 의약품을 조제받아야 한다.
 이론상으로는 `처방과 조제 분리'라는 원칙으로 간단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성공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부지기수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의료계의 6월 폐업투쟁으로 인해 일반인에게도 많이 알려졌지만,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보험재정이다.
 그렇다면 계도(啓導)기간이지만 1일부터 이미 시행에 들어간 의약분업과 관련, 이미 반쪽이 돼 버린 이 제도에 대해 정부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어떤 책임이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떤 것들을 보완해야 할지 따져보자.
 우선 복지부는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 국민과 의료계를 철저히 기만해 왔다.
 의료계의 폐업 투쟁전까지만 해도 복지부는 의약분업이 실시돼도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이 낸 혈세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실시한 대국민 홍보사업에서 “제도시행으로 처음에는 다소 불편을 겪겠지만, 분업에 따른 의료비 지출은 늘어나지 않는다”며 국민을 꼬드겨 왔다.
 의약분업은 국내 보건의료산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를 바로세우기 위해 각 산업별로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는 등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의 고통 분담을 호소했고, 천문학적 수치인 수십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엄청난 돈을 지원하고 있지만, 성공적인 구조조정은 모두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물며 국민의 잘못된 의약품 사용을 바로잡는 선진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재정이 필요한데도,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입으로만 떠들어 왔다. 다시말해 다른 분야의 구조조정에는 엄청난 재원을 투입하면서 보건복지 분야의 개혁에는 돈한푼 안쓰겠다는 생각이다. 이렇게 됐을 경우 무늬만 의약분업이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난 기형적인 제도가 탄생, 결국 약사의 임의조제는 그대로 지속될 수 밖에 없으며 환경변화로 국민에게 부담과 불편만 안겨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97년 국무총리 산하 의료개혁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마련한 `재정 추계'에서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보험재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지만, 복지부는 무슨 배짱인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했다.
 보사연이 발표한 `의약분업 시행에 대비한 적정 의사처방료 및 약사조제료 산정 연구'에 따르면 의료보험 약가제도 개선을 전제로 전체 의료기관과 약국을 대상으로 의약분업을 시행할 경우 의료보험 재정 추가소요액은 어림잡아 9,690억원.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률도 16.85%로 국민의 경제적인 부담은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추계는 특히 보험자 부담만 고려한 것으로 환자 본인부담금을 합칠 경우 약 두배 가까운 돈이 더 든다는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불행중 다행으로 보건복지부는 의약분업과 관련해 의료계의 저항이 거세지자 뒤늦게 추가재정 소요액을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액수는 약국의료보험제도 폐지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 보험자 부담과 본인부담금을 합쳐 총 1조5,437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을 속여 온 것이 확인된 셈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부는 이에 대한 내막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해야 하며, 만약 잘못이 있을 경우 담당 공무원에 대한 문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의약분업시 추가비용과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인건비 ▲관리비 ▲처방전달시스템 구축비용 ▲재고처리 비용 ▲약가마진 손실분 등을 따져 의원급 의료기관의 총 손실액은 약 2조5,000여억원으로 경영난 보전을 위한 처방료는 최소한 9,470원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료계가 제시한 추가비용과 정부가 산정한 그것과는 차이가 있지만, 의약분업이 시행될 경우 보험재정의 확보는 당연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의약분업을 준비해 오면서 잘못된 점은 객관적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의 분업안은 한쪽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었고, 분업시 당연히 폐지돼야 할 임의조제에 대한 해결책을 결국 국회에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의약분업은 약무정책에 국한된 제도가 아니다. 의약분업이 시행될 경우 의료계와 약계 그리고 제약업계 등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 전반에 영향을 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부서에서 업무를 맡는 것이 당연한데도, 보건복지부는 98년 당시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부서인 약무정책과에서 추진하도록 업무분장을 마쳤다.
 따라서 97년 의료개혁위원회에서 1년동안 논의돼 온 단계별 분업안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기형적인 분업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잘못된 의약분업의 원천은 복지부의 잘못된 업무분장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성수대교가 왜 붕괴되고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졌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의료계의 6월 폐업 투쟁동안 한 시민은 “의약품 오남용의 여지가 충분한 약사의 임의·대체조제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의사의 주장을 말살한다면 국민의 건강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경고성 글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분업시행을 앞두고 수많은 환자들은 약이 마치 식품인양 사재기 하는 기풍경을 확인했다. 잘못된 관행이 뿌리깊이 박혀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확인한 셈이다.
 부실공사를 방치하면 건축물이 붕괴되는 것에서 그친다. 하지만 의료정책을 엉터리로 만들면 전 국민의 건강권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정부는 뼈속 깊이 인식하고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데 전력해야 할 것이다.
〈吳允洙·twins@kma.org〉

의약분업 역사적 시행…무엇이 문제인가
보험재정 확보 돌파구 있나
복지부 “추가 부담 없다” 국민 기만 자행
의료계 총손실 2조5천억 추산 시각差 노출
시작된 分業 드러난 미비점 보완 주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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