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발표문을 살펴보면 크게 두가지 내용이 눈에 띈다.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 있다'라는 주장과 'PPA파문은 의약품 분류가 아닌 관리의 문제'라는 논리다. 이는 전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과연 약사회가 얼마나 본질에 접근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다시 한번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PPA파문의 본질은 의약품 안전과 관련된 시스템 정비, 그리고 정부를 비롯, 의약품을 다루는 모든 직역의 종사자들이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날 것을 경고함에 있다.
"PPA가 문제라면 자동차도 모두 없애야하고,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는 복숭아는 치명적인 식품이다"라는 주장은 이런 면에서 본질과 너무나도 멀어진 논리다. 약을 다루는 전문인이라는 약사의 상식에는 복숭아 알레르기와 뇌졸중이 비교 가능한 부작용이란 말인가.
인간의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 생명이 극소수 혹은 대다수임을 불문하고 존중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번 사태는 부작용이 있는 모든 약을 이 땅에서 없애자는 요구가 아닌, 만일의 부작용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또 약사회는 파문이 일어난 직후인 2일, 3일에도 PPA처방이 이루어졌으며, 매년 2,600만건의 처방이 있었다며 의사들을 공격했다. 이 또한 '불똥'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 PPA 처방과 약국판매, 어느 것이 국민에게 더 많은 PPA를 공급했는가를 따지고 드는 것은 사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결국 이번 사태로 식약청-제약사-약국이 '싸잡아' 비난 받는 분위기를 막아보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간 약대 6년제를 비롯, 이슈 때마다 약사회는 약사의 본질과 소임으로 '복약지도'를 강조해왔다. 전국을 강타한 이번 사태에 직면, 약사회의 입장발표는 '복약지도'의 강화 다짐과 전체 의약품에 불신을 갖게 된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어야 했다. 한가지 추가한다면 차후 부작용 관리에 대한 성실하고 체계적인 대안 제시여야 했다.
열흘간 고민한 끝에 나온 입장발표에 '국민의 안전을 위한 약사회'가 아닌 '약사의 안전을 위한 약사회'만이 강조되고 '약사는 크게 잘못한 것 없다. 약국도 피해자'라고 목소리 높이는 것을 듣고 정말 '약대 6년제'가 필요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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