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에 상응하는 신체의 작용인 질병은 개인을 규정하는 특질로서 그 사람을 자신만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아내의 자살이란, 한 굴곡 많은 인간에게 괴로운 요소일 것이다.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피해지지도 않는, 그냥 그 자체로 자신의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었는 것처럼, 질병 또한 벗어날 수 없는 것으로 자신의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을 한다.따라서 사람은 자신의 삶을 선택할 때, 자신의 질병도 선택하는 것이라고.
이 책이 '질병의 철학을 위하여(Pour une philosophie de la maladie)'라는 원제와는 다른 제목을 달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살면 살수록 행복함조차 타고난 유전자 안에 이미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며 운명론을 선호하는 편집자의 개인적 취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말만 들어도 어렵게만 여겨지는 '의학 철학'에 관한 내용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의외의 발견을 조금 더 많은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질병의 철학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보고 질병의 '우울함'과 철학이라는 '무게감'의 이중 장벽을 가볍게 넘어, 흔쾌히 책을 펼쳐 들 독자는 그리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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