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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위원장공청회후기

황건위원장공청회후기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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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필수의학용어집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공청회는 각 학회와 용어 위원·각 의과대학의 의견을 골고루 들어 필수의학용어 정리본을 통일화 ·표준화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공청회를 마치고 의협 의학용어위원회 황건 위원장(인하의대 교수)로 부터 필수의학용어집을 만들게 된 배경 등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참고로 의협은 모두 1만 1,000여 용어를 담아 내는 필수의학용어집을 올해 말 발간할 예정이다.

―.필수의학용어집을 만들게 된 이유는?
2001년 발행된 의학용어 4집의 다음판인 의학용어 5집을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발행할 예정인데, 그 이전에 4집의 수정보완판이 필요하게 되었다. 4집에서 미처 통일되지 못한 용어들, 의사국가시험에 출제되는 용어 중 빠진 것들, 논란의 여지가 많은 용어들을 재심의 하여, 5집이 나오기 전에 4집의 수정보완판인 필수의학 용어집을 만들게 되었다.

―.필수의학용어집은 누가 언제부터 작업했나?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위원회는 황건(성형외과) 위원장, 윤용범(내과) 학술이사, 국어학자 김창섭(형태론, 단어론)교수, 강현화(문법론)교수, 사전편찬학자 송영빈(언어학)교수와, 의학자로는 정인혁(해부학), 강종명(내과), 안병헌(안과), 손승국(외과), 이경무(재활의학), 서연림(병리학), 허선(기생충학) 교수로 구성되어있다. 용어위원회에서는 2003년 3월부터 2003년 9월까지 편집방향을 확립하고, 사전에 올릴 말들을 선정하였으며, 2003년 10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용어를 심의하였는데, 월 1회 집중작업을 하였다.

―. 의학용어와 관련하여 이번이 첫 공청회라고 하던데 공청회를 개최한 이유는?
의학용어는 몇몇 용어위원들의 것이 아니다. 정작 사용하실 각 전문분야의 의견을 공식적인 절차를 통하여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4월말 용어위원회에서 정리한 용어 11,163개를 55개 학회에 보내 의견을 요청하였으며, 12개 학회에서는 각 용어에 대한 의견을 공청회 전에 보내주셨다.

―. 공청회 참석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이번 공청회에는 32개 학회와 13개 대학 및 기관에서 약 70분이 참석해 주셨다. 예상보다 많이 참석해 주셔서 용어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에 힘을 얻었다.

ㅡ.용어정리 작업에 대한 의학회 산하 각학회들의 반응은 어떠하다고 생각하나?
일부 학회는 적극 동참하여주시고, 일부 학회는 지켜보고 있으며, 일부 학회는 자신들이 현재 사용하는 용어와 다른 용어를 만드는데 대해 혼란과 저항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하는데?
변화에 대한 저항은 어느 분야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용어작업에 대한 우려를 기탄없이 표현해 주시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우려의 목소리들이 있었나?
1) 왜 전문용어인 의학용어를 바꾸려 하는가?
학계 전반적으로 전문용어가 변화해 나가는 방향을 보면, 고전어에서 일상어로, 폐쇄적 언어에서 개방적 언어로, 그리고 고답적 언어에서 대중적 언어로 변화되고 있다. 즉 알기 쉽게 변화되고 있다. 의학계도 이 큰 흐름을 역행할 수 없으며 의학용어 정리 작업도 이 맥락에서 추진하고 있다.

2) 각 학회와 연계를 왜 안하느냐?
각 전문분야의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여 주셔야 용어작업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사실 용어위원회는 새로 용어를 만든다기보다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어주신 가장 적절한 용어들을 취합하는 기능을 하는 기구가 될 때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3) 언어는 습관인데 갑자기 바뀌면 혼란스럽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지속적으로 의학용어 정리작업을 해 오고 있는데 1997년의 제 1집은 의료보험을 시작할 때 2만 용어를 수록하였다. 제 2집은 1983년 24개학회가 참여하여 4만 용어를 수록하였다. 1992년의 제 3집은 13만 용어를 수록하였는데, 가능한 한 많은 용어와, 분과학회의 대립의견을 수용하였다. 2001년의 제 4집은 쉬운 우리말을 용어의 소재로 삼았으며, 고전어, 폐어, 오류용어를 삭제하였다.

왜 갑자기 바꾸느냐고 불만을 토로하시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갑자기 바뀌어 혼란스럽다고 하는 Gland의 예를 보면 이미 1992년의 3집에서 '샘, 선'으로 병기하여 '샘'을 권장용어로 올린 바 있으며, 1999년 3월 각 학회가 참여한 의학용어 개선작업 세미나에서 결정되어 2002년의 4집에서는 '선(腺)'을 빼고 '샘'만 올린 것이다.

대부분의 용어들은 오랜 기간을 두고 변화해온 것이며 용어위원회는 변화의 '시간성'까지 유념하여 유예기간을 두면서 단계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의협회원들께서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4) 개별 용어에 대해 각 학회와 용어위원회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는?
우리 의사들은 언어에 대해 따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 저 자신조차 용어위원회의 일을 시작하면서 언어학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약간의 지식을 습득하게 되었다. 감히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언어는 습관이지만 의학용어는 전문용어이기 때문에 언어학적으로도 더욱 적합해야한다.

그러므로 각 분야 전문가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언어학적으로 상치될 때는 용어위원회의 의견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그러한 결정에 대해서는 서로 의견 교환할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해결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의사들은 독서량도 많고 용어에 대해 민감한 전문가 집단이므로 의사소통 하려는 열린 마음만 있다면 낙관적이라고 본다.

5) 지나치게 한글화하는 것이 아닌가?
한자어라고 무조건 한글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이미 굳어져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한자어는 가능하면 그대로 두려한다. 그러나 한자어 선정에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가 난이도이다. 예를 들어 대관령 도로를 화물차가 올라가는데 '적사장'이라는 팻말이 있고 화물차 뒷면에는 '전착도장'이라고 써있다. '화물차'는 한자어이지만 들으면 누구나 화물을 싣는 차인 것을 안다. 이런 한자어는 그대로 쓴다. '적사장'은 소리로 들어서 뜻이 빨리 오지는 않지만 '화물차가 미끌어지지 않도록 뿌릴 모래를 쌓아두는 곳'이라는 상황설명을 해 주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정도의 난이도를 가진 용어를 그대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용어로 바꿀 것인지는 여럿이 모여 논의하여 결정해야 한다. '전착도장'은 전기분해로 차를 도색한다는 뜻으로 이해가 어려운 한자어이므로 이러한 난이도의 용어는 버리고 이에 상응하는 우리말 용어를 찾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소리값을 생각해야 한다. 적재적량'은 싣기에 적합한 양이고, '적재정량'은 정해진 양을 싣는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홑글에 대한 고려이다. Gland의 '선'은 腺인지 線인지 혼동할 염려가 있다.'샘'이 타당하다.

6) 국제화시대에 SCI 등재논문을 쓰려면 영어용어만 알면 되지 한글의학용어는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는데?
의과대학생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진료하는 의사가 된다. 영어를 외국어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피할 수 없이 지고가야 하는 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개별용어에 대하여 의견을 요청한 55개 학회중 의견주신 12개 학회 이외의 학회에 의견주시기를 작성요령과 함께 다시 요청하였다. 많은 학회가 용어 정리작업에 동참하여 주시기를 바란다.

―. 하고 싶은 말은?
새 용어를 아무리 공들여 만들어도 사용하지 않으면 죽은 언어가 된다. 4집에서 권장하던 '방패샘, 곧창자'등의 용어들을 필수의학용어집에서는 '방패샘'을 삭제하고 '갑상샘, 직장'을 권장용어로 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예이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가 절실히 요구된다. 어차피 전문용어의 개방화, 대중화라는 학계의 큰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이고 빨리 우리의 의학용어를 다듬어 저항감 없이 공유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우리 함께 고민할 때다.

끝으로 황 위원장은 ▲ 각 학회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 용어를 바꿀때 시간성까지 고려한다 ▲ 무조건 한글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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