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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김대성 이사 한국에서 전공의로 살아가기

시론 김대성 이사 한국에서 전공의로 살아가기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4.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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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의료개혁을 위한 대투쟁 당시 1만 5천 전공의들이 주체가 되어 파업에 돌입하자 언론에 수련의, 전임의 등 용어 해설까지 해가며 보도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수련환경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대한 전공의 협의회는 전공의들의 권익향상을 위하여 꾸준히 최선을 다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전공의로 살아가는 것은 매우 고달프고 힘든 일이다. 주 100시간이 넘는 노동환경, 햇살 없는 인턴숙소와 당직실, 비좁은 이층 침대와 땀 냄새나는 소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많은 환자, 보호자, 밀린 차트와 씨름하다보면 턱없이 낮은 임금구조와 처우에 불만이 있어도 푸념하며 오늘 하루도 그저 별 문제없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당직실 한켠에 지친 몸을 맡기고 잠깐이나마 눈을 붙이곤 한다.

밤새 일해도 당직비 1~2만원에 다음날도 계속 일을 해야 하며, 연월차 생리 수당은 아예 없으며, 하물며 분만휴가 3개월은 꿈도 못꾸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수련과정이라기 보다 일하는 기계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오죽하면 주 40시간이 아닌, 주 80시간 이하의 근무시간 보장을 해달라고 외쳤을까?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힘들게 전문의 과정을 마친다 해도, 미래가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현실로 마지막 남은 정열마저도 좌절케하는 요인이다. 이제 우리 전공의는 한국의료의 답답함을 알고 있고, 수련 과정의 참담함을 벗어나고자 한다.

지난 세기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국의료의 10년, 3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하고 우리가 주체가 되어 우리의 보건의료의 문제를 하나씩 개혁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전공의들에게는 지금이 2000년 투쟁 때 보다 더 중요하고 절박한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전공의 노조'가 전공의들 사이에서 화두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전공의는 수련의이자 전문성을 가진 근로자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전공의는 수련의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했고 그렇게 길들여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전문직으로의 자존심과 함께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찾고 복지 향상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공의 노조의 미래는 힘의 집중에 의해 이루어 질 것이며, 분명 전공의들을 위한 조직이다. 그리고 국민 건강권을 책임지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젊음과 희망의 의료를 만들어 가야한다. 여러 색깔의 꽃들이 옹기종기 한데 모여 조화롭고 아름다운 화단을 이루듯이, 전공의들도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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