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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의 생명권 연관 이상과 현실의 격차 방치 말아야시론고윤석
시론 국민의 생명권 연관 이상과 현실의 격차 방치 말아야시론고윤석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4.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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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대법원은 응급 수술을 받은 환자의 부인이 요구한 퇴원 요청을 만류하다 받아들인 담당교수와 3년차 전공의에게 살인방조죄를 적용하여 각각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이번 판결은 법원이 환자 생명의 마지막 지킴이인 의사들에게 의사 결정이 없는 환자의 생명권을 최후까지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여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중환자를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라는 법원의 요구는 환자의 생명을 지키려는 의사들로서는 오히려 바라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대부분의 의사들에게 공허하게 들린다.

이는 중환자 의료비용 보조에 대한 사회적 보완장치가 거의 유명무실하며 또한 임종환자가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고자 할 때 이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거의 없는 우리 현실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서 의사들이 중환자나 임종환자를 죽음의 마지막 순간까지 치료하려는 태도를 견지하게 된다면 더 이상의 치료는 무의미하다며 치료 중단을 요구하는 보호자 사이에 다툼이 증가되며 또한 임종환자의 경우에서는 불필요한 의료비용의 증가를 피할 수 없다.

존엄하게 사망할 환자 권리에 대한 침해 가능성과, 나아가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는 환자들이 중환자실을 계속 차지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박탈될 수 있다.

더구나 대법원은 '회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닌 이상'으로 회생가능성을 판단함으로써 100%의 사망 확률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문의료인이 내리는 회복가능성에 관한 판단에 대해서 논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수집된 자료를 근거로 응급수술과 이후 중환자실에서의 진료 등과 같이 환자의 진료에 진심으로 참여하였던 담당의료인들의 회복가능성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법원은 상식적으로 가장 적절한 대리인으로 여겨지는 환자의 부인을 부적절한 대리인으로 판결한 바 이제 의사들은 대리인의 법적인 적합성을 잘 판단해야 하는 책임까지 지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확대 해석하지 않아야 하며 이로 인하여 의사들의 전통적 의료 행위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생명과 연관된 치료의 중단을 결정할 때 의사들은 대한의학회에서 마련한 '임종환자 연명치료 지침'을 참고하여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고 그 결정을 보호자와 공유하여야 한다.

의학적 근거가 모호하거나 보호자와 의견의 차이가 있을 때에는 다른 전문의사의 자문을 받거나 병원윤리위원회에 자문하고 특히 의학적 근거가 확실하지 않는 경우에는 혼자만의 결정은 피해야 한다.
사회가 의사들에게 바라는 것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고통을 경감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간호와 정신적인 지지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병원윤리위원회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중소병원에게 지역사회 의료윤리위원회 등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과 연관된 이상과 현실의 격차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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