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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인사이드] 의료정책연구소

[의협인사이드] 의료정책연구소

  • 이석영 기자 dekard@kma.org
  • 승인 2004.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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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권투쟁 당시 의료계를 가장 분통 터뜨리게 한 것은 정부와 어용 학자, 관변 시민단체, 왜곡 언론들이 한데 서로 짜고 의료계를 일방적으로 매도 할 때, 이렇다 할 반론 한번 제기해 보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던 일이다. 변변한 보험 관련 통계자료 하나 없던 당시 의협으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쓰라린 경험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몸으로 때우는 투쟁에서 머리로 대결하는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판단 아래 창설한 것이 바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02년 7월 6일 공식 개소해 다음주면 2주년을 맞는 연구소는,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연구원 개개인이 일당백의 정신으로 똘똘뭉쳐 '의협 백년지계'를 일궈나가고 있다.

들어는 봤나 '의협 고시원'?
의협 회관 지하1층에 옛날 창고로 쓰던 공간에 마련한 연구소는 '연구'자가 들어가는 여타 사무실이 그러하듯 진중함, 엄숙함 이런 분위기가 진동한다. 지제근 소장(서울대 명예교수·과학기술원 한림원 부회장)과 박윤형 연구조정실장(의협 기획이사·순천향의대 예방의학)을 중심으로 1명의 전문위원, 8명의 연구원, 4명의 연구지원 인력, 이렇게 총 15명이 2년째 '지하 은둔생활'을 해오고 있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과제는 크게 내부과제와 외부과제로 나뉜다. 내부연구과제는 의협 산하 여러 단체에서 공모를 받아 연구위원회에서 검토·심의과정을 거친 후 선정한다. 최근에는 '산부인과 의원 실태분석' 처럼 과목별 개원의협의회에서 요청하는 과제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외부과제는 말 그대로 외부 연구원·기관에 의뢰해 진행하는 과제다. 주로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는 과제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의료법 개정방안', '의과대학 인정평가 제도화 방안에 관한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에서 요청하는 연구도 수행한다. 농림부 용역과제로 진행한 '한국인의 식이와 건강에 관한 고찰'이 크게 호평받았다.

모든 과제들은 연구소 산하 각 팀별로 할당 받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 차례의 수정·보완 작업을 거쳐 비로소 하나의 '작품'이 된다. 팀은 법·제도팀, 경영·사회팀, 보험제도팀, 조사기획팀으로 구성됐고, 이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지원부가 있다.

법·제도팀
의협이 가장 골치아파 했던 분야가 '법'이다. 의사들이 대부분 법 없이도 살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법에 무지한 죄 때문에 정부에 뒤통수 얻어맞은 기억들이 적지 않다. 보건의료 관련 각종 법의 제정·개정과 관련해 의협에 자문을 하는 법·제도팀의 역할은 막중하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가 어떤 법안을 입법예고 할 때, 이 법안이 또 의사 목을 조이는 것은 아닌지 법률적으로 검토하는 일을 한다. 양충모·류화신 두 명의 능력있는 법학 박사가 팀을 이끈다.'국민건강보험법 개정방안', '외국인 처방전, 조제내역서, 진료비영수증 관련 법제', '진료정보에 관한 법적 연구' 등을 수행했다.

경영·사회팀
민감한 '돈' 문제는 여기서 다 다룬다. 의료기관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찾는데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행 의료수가의 환산지수가 원가의 89% 수준에 불과해 원가보전 조차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한 곳이 바로 여기다. 최근에는 산부인과 의원의 72%가 수입에 대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밝혀 의료계를 눈물짓게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의 문제점'을 폭로 했을 때는 빗발치는 공단측의 항의 전화에 연구소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독일 쾰른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임금자 책임연구원을 중심으로, 최진우 공인회계사, 정종원 사회학 석사가 한 팀으로 뛰고 있다. 의사들에게 '논리적 배경을 갖춘 경제마인드'를 심어주는게 작은 소망이라는 임금자 박사는 철저한 시장경제 옹호론자. 그는 "의료기관도 경영실체의 하나다. 수익창출의 기회를 보통 기업과 동일한 개념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보험제도팀
연구 내용만 놓고 본다면 의협 회원 입장에서는 보험제도팀 보다 더 중요한게 없다. 수가계약제, 민간보험, 최근에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의사연수교육 문제 등이 이 팀에서 다루는 과제들. 최근에는 부당삭감사례를 모아서 심사지침을 개정하는 방안을 연구중이다. 막중한 임무에 비해 인력난이 심각해 유승윤·김계현 연구원 딱 두명이 서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애쓰고 있다.

둘 다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수재. 올 여름 학위 논문 통과를 앞둔 유승윤 연구원은 원래 의협 기획실 소속이었다가 연구소 설립 때 지원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김계현 연구원은 "연구소에 들어오기 전에는 의협이 맨날 반대만 하는 단체인 줄 알았는데, 여기와서 보니까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밖에서 의협 편들다가 공격대상이 되기도 한다고.

조사기획팀
어떤 논리의 근거로서 통계자료 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구구한 설명을 늘어놓는 대신 '국민 몇%가 찬성 혹은 반대' 한 마디면 다른 얘기가 필요없다. 조사기획팀은 바로 이런 각종 통계조사를 전담한다. 의료정책·제도에 대한 만족도 조사 등 회원 설문조사를 담당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지난해 '의료인력과 타 직업 종사자간 소득 비교연구', 올 2월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 설문조사', 3월 '국민건강보험제도 만족도 조사' 등 굵직한 조사연구를 수행했다. 국내 대형 리서치 업체에서 다진 실무경험을 갖고 있는 윤현병 연구원(경영학 석사)이 홀로 고군분투 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의협내 산재한 각종 통계자료를 통합관리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

연구지원부
연구소의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부서. 연구소가 발행하는 각종 단행본 등 서적도 이 부서에서 관활한다. 임주남·박효진씨가 총무 업무를, 김은숙씨는 '의협 도서자료실'을 관리한다. 출판·기획은 방송작가 출신의 박현경씨 몫이다. 도서자료실은 의협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고, 회원이 요청하면 소장하고 있지 않은 자료라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구해다 준다는게 김은숙씨의 자랑.

'의료정책포럼'
연구소가 발간하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유일의 의료관련 전문 잡지다. 이 잡지에 의협의 정책이 100% 반영돼 있다. 특히 이 책은 비단 의협 회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 모든 영역을 겨냥해 만들어졌다. "의협이 사회속으로 들어가는 촉매제가 되기 위해"라고 홍태숙 전문위원은 말한다. 의료정책포럼은 국회에도 들어간다. 얼마전 모 국회의원이 의료계를 위해 이것 저것 하겠다고 선심성 발언을 남발하다가 '의료정책포럼에 국회 속기록이 나간다'는 말을 듣고 냉큼 꼬리를 내렸다는 일화가 있다. 계간으로 발행되는 이 잡지는 국내 대형 문고에서도 볼 수 있다.

"야근을 밥먹듯…거의 뺑뺑이 수준"
연구소의 각종 연구 결과물은 의학도서관협회에 등록돼 보건학자, 학생, 연구기관에서 활발히 인용하고 있다. 연구소가 의협 산하에 있더라도 결과물은 충분한 객관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연구소는 연구업무 외에도 중요 사안을 주제로 공개 포럼을 개최한다.'의료기관 조세제도 개선방향' 등 지금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포럼을 열었는데, 매번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구소가 발표한 각종 논문과 보고서는 지난 2년간 총 3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여기에 투입된 연구원은 고작 8명. 홍태숙 전문위원은 "야근은 기본이다. 이 인프라로는 속된말로 뺑뺑이 돌리는 수준이다. 모든 연구원들이 숨돌릴 틈 없이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그나마 처음 출범 당시 "대체 연구소가 무엇 하는 곳인가?"라는 무지한 질문을 듣고 허탈해 하던 때 보다는, 몸이 다소 고달프더라도 가끔이나마 격려 전화 한통씩 받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연구소 직원들은 입을 모은다.

"그래도 천장에서 물 새는건 좀 심한거 아니에요?" 익명장 요구한 한 연구소 직원의 농담반 진담반 넉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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