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한 삼십 년쯤 바라보아야 산이다/ 물도 한 삼십 년쯤 바라보아야 물이다/ 내가 누우면 산도 따라 나처럼 눕고/ 내가 걸어가면 물도 나처럼 흐른다/ 내가 잠이 들면 산도 자고/ 내가 깨어나면 물도 깨어난다/ 내
폭넓은 독서를 하지 못한 내가 책 소개 원고를 쓰는 것은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니다. 소개할 책이 다른 독자들의 취향에 맞을 지 알 수도 없거니와, 누구나 인정하는 고전같이 품격 높은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시집을 읽어 온 습관에 기대어, 쑥스러우면서도 감히 책 소개를 할 용기를 내 본다. 위에 인용한 시는 김용택 시인의 '저 산 저물' 전문이다. 산을 보든, 물을 보든, 시집을 보는, 30년 가까이 보면 친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고등학교 시절이나 예과 시절에 좋아했던 시인 중에 지금도 좋아하는 시인이 대부분이지만, 몇몇은 실망스럽게 변했다. 내가 변했는지도 모른다. 여전히 좋아하는 시인으로는 김소월, 정지용, 백석, 신경림, 마종기, 이동순, 김용택, 황지우, 이성복 등이고, 몇 년 전부터 아주 좋아하게 된 시인으로는 최승호, 이재무, 이문재, 박형준 등이다. 이 시인들의 시집을, 마치 서태지 팬들이 새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심정으로 기다린다. 최근 관심을 가지게 된 시인으로는 윤제림, 강연호, 이정록, 문태준, 정끝별, 박정대, 권혁웅 등이다. 많은 시인들을 장황스럽게 나열한 이유는,저작권자 © 의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