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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0 06:00 (토)
뉴스초점-보건의료정보 윤리적 가이드라인 제정 의미

뉴스초점-보건의료정보 윤리적 가이드라인 제정 의미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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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암 환자가 산속에 들어가 이것저것 약초 캐먹고 나무껍질 벗겨서 달여먹고 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대소변으로 암덩어리가 쏟아져 나왔고 사형선고를 내렸던 종합병원에 가서 담당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았더니 암덩어리가 사라졌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 환자 주변에서 항상 회자되는 얘기다. 의사를 신뢰하지 않고 치료 의지도 박약한 암 환자들은 이런 낭설에 쉽게 현혹되어 치료를 포기한 채 이 약초 저 동물 가리지 않는 대체의학에 매달리게 된다.

관련 의학계에서는 대체의학에 매달린 환자 중 상당수가 치료시기를 놓쳐 사망에 이르는 비극의 길을 걷고 있다며 왜곡된 의료정보의 무분별한 유통을 우려하고 있다. 온라인 의료정보 즉,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의료정보의 왜곡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항암제는 치료제가 아니라 오히려 생명단축의 위험한 독약이라는 사실을 암정보를 통해 게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암 환자가 개설한 홈페이지에서는 항암제를 독약이라고 악선전하며 정상적으로 치료받는 환자들을 대체의학의 사각지대로 이끌어 내고 있다.

“대한민국 사람 모두 암에 걸리지도 않지만(현재 암 발병률은 4명중 1명꼴) 암에 걸린 사람중에서도 항암제로 낫는 사람은 극히 일부입니다. 원자력병원에서 마지막 치료를 하는 사람중 소생률은 700∼800명 중 12∼15명 그러니까 2%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고용량(골수이식수술) 항암투여를 해보아도 98%는 모두 사망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15명이 항암제로 살았다고 표현해야 하는 것인지 700명중 항암제 맞다 거의 다죽고 15명만 살았다고 표현 해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암치료가 30년전 하고 똑같다는 겁니다. 암치료발전은 30년전에 멈추어 버린 것입니다”

이렇듯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양 왜곡 유포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온라인 의료정보의 왜곡은 “의사도 포기한 암 환자 완치”라는 위험한 수위에까지 이르고 있다. 법적인 규제장치가 전무한 상태다 보니 허위사실을 유포해도 제재를 할 수 없고, 이러한 허위사실을 믿고 실천하다가 피해를 봐도 법적인 구제장치나 보상장치가 있을리 만무하다. 국회나 법조계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치는데 따른 생명단축의 직접적인 피해는 물론 잘못된 건강상식의 확산이라는 무형의 피해마저 확산될 전망이다.

잘못된 건강상식과 환경의 조성에 따른 인식의 왜곡은 아무리 홍보를 하고 계몽을 한다고 해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지난 4월 결성된 대한의료정보학회 산하 보건의료정보윤리위원회(간사 이재옥 교수·아주대)가 온라인 보건의료정보에 대한 윤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학계 차원에서 무분별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는 보건의료정보를 윤리적으로 검증하겠다고 하는 구상 자체가 신선하다.

이 위원회는 우선 온라인 보건의료정보에 관한 HON(Health On the Net Code) 강령을 제정하기로 했다. HON 강령에는 ▲권위성 ▲보완성 ▲보안성 ▲정보출처 ▲정당성 ▲저자 투명성 ▲재원 투명성 ▲광고 및 편집규정의 공정성 등에 관한 내용을 규정, 온라인 보건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기업과 개인으로 하여금 준수해 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HON 강령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의료인 및 관련 전문인들만이 해당 사이트의 의료정보를 제공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그외 비의료인인 전문가나 기관의 정보에 대해서는 이에 대해 명백하게 기술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온라인 보건의료정보의 권위성을 세워나가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는 기존의 환자(혹은 사이트 방문자)와 의사간의 관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지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대체성이 아닌 보완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해당 사이트를 방문한 환자 및 방문자의 인적사항을 포함한 개인의 정보를 존중하기 위해 웹사이트 개발자로 하여금 사행활 보호에 관련된 법적 요구사항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법적 요구사항을 준수하도록 함으로써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강령은 또 해당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출처를 명백히 제시하도록 하고 가능한한 하이퍼 링크를 제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저작권 문제와 정보의 신뢰성 문제를 함께 높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특정 치료법·건강상품·서비스 등에 관한 이익 및 수행에 관련된 모든 사례에 대해서도 출처와 최근 수정일자를 게재하도록 하고 있다. 웹사이트 개발자에 대해서도 사이트 방문자들을 위해 연락처와 이메일 주소를 명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 재원이나 서비스 및 자료를 조달하는 상업적 혹은 비상업적 기관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도록 한 것도 보건의료정보의 무분별한 상업적 이용을 막기위한 안전장치의 하나. 이외에 광고 및 편집규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해당 광고가 재원 출처에 관련된 경우 이를 명백하게 기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웹사이트 소유자는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간략하게 기술하여 해당사이트에 명시해야 한다. 광고 및 선전자료를 제시하되, `광고·선전내용'과 사이트 운영자에 의해 작성된 `원 자료'를 분명하게 구분하도록 함으로써 방문자로 하여금 광고인지 자료인지를 쉽게 판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장기적으로 윤리적 가이드라인에 대해 세부적인 질 관리 지침을 제정하고, 인증제도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인증제도의 경우 불건전한 정보를 온라인 의료정보 사회에서 추방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제도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공정성과 신뢰성을 인정받고 있는 대한의료정보학회에서 온라인 보건의료정보의 무분별한 상업적 이용을 차단하고 보다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질 관리에 나서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온라인 보건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자율적인 규정을 얼마나 준수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특히 온라인 보건의료정보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이 규정을 신뢰하고 보다 질 높은 보건의료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적극적인 관심과 위원회의 규정에 신뢰를 보낼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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