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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4 19:44 (수)
[기획]의사의 권위주의가 폭력 부른다

[기획]의사의 권위주의가 폭력 부른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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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현장 폭력문화 추방(1)

<글 싣는 순서>
1. 의사의 권위주의가 폭력 부른다
2. 의사-간호사, 의사-환자 간 폭력 근절돼야
3. 폭력근절 대책기구 마련 절실


의료현장(병원 내)에서의 폭언 및 폭행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그중 의사와 의사, 의사와 환자, 의사와 간호사간 폭언 및 폭행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와 의사간에는 교수와 학생, 교수와 전공의, 전공의와 전공의, 전공의와 수련의(인턴) 등에서 폭력이 행해지고 있으며, 의사와 간호사간에는 대부분 수술현장 및 일반 외래에서 업무적인 내용으로 폭력이 발생되고 있다.이외에도 의사와 환자간에 발생할 수 있는 폭력은 의료사고와 관련된 사건이 가장 많다.

따라서 의사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전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내부 개혁부터 이뤄져야 한다.
총 3회에 걸쳐 의료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의 실상과 이러한 문화를 추방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의료계의 폭력추방운동이 범 사회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전공의 및 개원의 43.7% 폭언 경험

우선 의사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과 관련, 월요의료포럼에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중심으로 의료현장에서의 폭력이 어느정도 발생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월요의료포럼이 실시한 설문조사(전공의 473명, 개원의 468명 대상) 결과를 보면 개원의와 전공의를 통털어 폭언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는 43.7%로 나타났다.

이중 개원의는 29%, 전공의는 55%로 나타나 병원내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폭언에 대한 경험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로 '폭언을 한 사람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92.2%가 상급전공의나 교수라고 응답했으며, 동료나 후배 등 하급자에 의한 경우는 6%로 적었다.

이외에도 폭언을 당한 장소는 병동·외래가 37.8%, 수술실·중환자실이 26.8%, 응급실 10.2%, 회식장소 8.1%로 나타나 병원 내에서의 폭언이 비일비재함을 알 수 있다.
폭언을 당한 횟수는 개원의의 경우 무응답자가 많아 결과를 분석하기 어려웠고, 전공의는 43.5%가 평균 2~5회라고 응답했다.

10.3% 폭행경험 "병원이 두렵다"
 
설문 대상자 중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 10.3%였으며, 이중 개원의는 5.1%, 전공의는 14.2%가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폭행을 가한 사람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75.3%가 상급전공의나 교수 등 연장자라고 응답했고, 동료나 후배 등 하급자에 의한 경우는 14.4%였다고 답했다.

폭행을 당한 장소를 살펴보면 개원의의 경우 병동이나 외래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보고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던 반면, 전공의의 경우 36.8%가 병동이나 외래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해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병동이나 외래 이외에도 수술실이나 중환자실에서의 폭행이 16.5%, 응급실이 14.4%, 회식장소 15.5%로 나타나 폭언과는 달리 회식장소에서의 폭행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원의나 전공의들이 폭행을 당하는 횟수는 평균 2~5회로 폭언 횟수와 비슷하게 나타났다.

폭언 및 폭행 제대로 항의조차 못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폭행은 각종 사물을 이용한 경우가 48.2%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손을 이용한 폭행이 35.4%, 흉기를 사용한 경우가 6.8%로 나타났다.이 중 개원의의 경우 사물을 이용한 폭행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공의는 손을 사용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대응행동으로는 '그 자리에서 항의했다'가 59.2%로 나타났다.그러나 개원의는 폭언이나 폭행을 당했을 때 그 자리에서 항의하는 경우가 94.7%로 높았으나 전공의는 38.1%가 그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대로 항변조차 못함을 알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자신이 직접 폭언 및 폭행을 했는가'라고 질문한 결과 다른 의사에게 폭언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0.3%였으며, 폭행을 한 경험은 3.3%로 나타났다.
개원의의 경우는 폭언을 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2.2%였으나 전공의는 16.6%가 폭언을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당사자 징계 등 처리 결과 미온적
 
월요의료포럼은 폭언 및 폭행을 한 당사자에 대한 처리결과를 질문한 결과(전공의에게만 질문) 52.5%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응답했고,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고 답한 사람은 3.4%, '공식적인 처벌을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0.8%, '해직됐다'고 답한 사람은 0.4%로 나타나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이 94.9%로 병원 내에서의 처리결과가 상당히 미온적임을 보여줬다.

폭언이나 폭행을 한 사람을 '어떻게 징계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43.7%가 '공식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18.5%는 '정직 등의 징계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폭력문제를 해결하는 공식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2.6%였고, 없다고 한 사람은 78.3%로 나타났다.
결국 설문에 응답한 전공의 중 극히 일부만 '공식적인 기구가 있다'고 해 대부분의 병원에 사건 처리를 위한 기구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유명무실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외과계가 내과보다 폭언 및 폭행률 높아
 
전공별로 폭언을 경험한 비율을 따져본 결과 내과계에 비해 외과계가 다소 높게 나타났으며, 폭언을 가해본 적이 있는가의 질문에 대해서는 외과계가 내과계에 비해 유위하게 높게 나타났다.
또한 전공의들에게 권위주의·공격성·충동성 차이를 분석한 결과 외과계는 권위주의 척도가 내과계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충동성 척도에서도 외과계가 높게 나타났다.그러나 공격성 척도 총점에서는 외과계 및 내과계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월요의료포럼은 폭언 피해경험 및 가해경험에 따른 권위주의·공격성·충동성에 대한 척도점수의 차이를 비교한 결과 '폭언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차이를 보인 척도는 권위주의 척도의 소척도 중 파괴와 '냉소주의' 척도에서만 폭언을 당한 사람이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폭언을 한 경험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은 유일하게 공격성 척도 중 신체적 공격성 폭도에서만 폭언을 한 경험이 있는 집단이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보였다고 밝혔다.

부끄럽지만 의사 스스로 반성해야
 
의료현장 폭력추방운동 소위원회 이성낙 위원장은 "국내 의료현장에서 거친 폭언과 폭행을 경험하기란 그리 어려운 현실이 아니며, 어떠한 형태든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의사와 환자 또는 의사와 환자 가족들 간의 육체적 충돌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비의료인이 병원의 집기나 기물을 손상하는 것은 모든 의료인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직접 관련이 없는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남의 집 제사상 구경하듯 수수방관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수련 기간 중 어느 정도의 폭력은 용납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인들의 의식 속에 잠재해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위원장은 "의료계가 병의원을 찾는 환자나 가족에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폭행을 삼가라고 말하기에 앞서 먼저 의사들 자신을 돌아보고 폭력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의료계 내부의 부끄러운 면이 드러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으나, 의사들 스스로가 먼저 반성하는 모습을 사회에 보여줄 때 진정한 의사상으로 사회속에 인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사회적 폭력추방운동 확대돼야
 
월요의료포럼 노영무 의장(의협 부회장/고려의대 교수)은 "의사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진료실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와 더불어 의료계 내부적인 자기반성 및 자기정화가 선행돼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의장은 "의사들이 자기반성 및 자기정화의 첫 사업으로 의료계 폭력추방운동을 선택했는데, 자칫 의료계가 폭력이 만연한 집단으로 오해를 받아서는 안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그러나 "의료계가 한걸음 더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해 엄격하고 혹독해야 하며, 그렇게 할 때에만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의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폭력은 어떠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계는 물론 범 사회적 폭력추방운동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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