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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9 06:00 (금)
준비안된 分業' 현장확인
준비안된 分業' 현장확인
  • 오윤수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0.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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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안된 分業' 현장확인

■ 모의테스트 현장 취재

의사 `처방대로 조제됐는가…' 불안
약사 `약품 未備·처방전 解讀' 미흡
환자 `왕복이동따른 번거로움' 불편
“누구를 위한 分業인가…” 항의 속출

▲기동취재반=김영숙차장·조명덕차장·오윤수기자·송성철기자·이석영기자·최승원기자


 7∼10일까지 국립의료원과 안산·군포·옥천 등 6개 의료기관에서 실시된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는 7월 1일 의약분업 시행시 의료대란(醫療大亂)이 우려된다는 전망을 확인한 자리였다.

 모의테스트에 참여한 약국은 사전에 의료기관으로부터 처방약 리스트를 받아 상당한 준비를 해 놓은 상황에서도 주사제와 일부 전문의약품을 갖춰놓지 않아 배송센터나 인근 대형약국에 손을 벌려야 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건복지부·시민사회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의약분업 모의테스트 평가단(단장 정두채·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약분업 시행에 차질이 없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역부족이었다.

`의료大亂 우려' 확인

국립의료원

 7∼8일 국립의료원에서 실시된 모의테스트에 참여한 정문약국은 처방된 약이 약국에 없자 국립의료원 조제실에 연락하여 환자에게 조제를 해 주고도 배송센터에서 배달해 왔다며 거짓말을 해 평가단과 신문 및 방송사 취재 기자들을 농락하기도 했다.

 평가단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평가하기 보다는 환자에게 의약분업의 장점을 설명하며 안내까지 도맡는 등 각본에 짜여진 대로 모의테스트를 했다는 언론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평가반은 모의테스트에 참가하는 환자들에게 약값을 대신 내준다며 참가를 유도했으나 환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모의테스트를 지켜보던 환자들은 “누굴위해 의약분업을 하느냐”며 모의테스트에 참가할 것을 권유하는 평가반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행정편의적 진행' 무의미

경기도 안산시

 안산제일병원과 인근 지수약국에서 9∼10일 실시된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도 준비없이 강행되는 의약분업이 의사·약사·환자 모두에게 큰 불편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평가반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모의테스트는 환자들이 병원과 약국간 왕복이동 및 약국조제에 대한 불신감 등을 이유로 모의테스트 참여에 동의하지 않아 테스트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다.

 테스트에 응한 환자들은 대부분 왕복이동에 따른 번거로움, 약국의 약품구비 미비로 인한 조제시간 지연 및 의사처방대로 조제되는가에 대한 불안감등을 불편한 점으로 지적했다.

 의사들은 원외처방전 발행으로 인한 진료시간 연장을 비롯 처방전을 해독하지 못하는 약국의 문의전화 등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모의테스트 자체가 행정편의적 실적위주로 진행돼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약국에서도 처방전 해독 미흡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 가운데 처방약리스트 숙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등재된 의약품 마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배송센터 등에 주문하는 등 준비에 허술함을 드러냈다.

`약제비 자부담' 큰 거부감

경기도 군포시

 군포시보건소와 인근 군포프라자약국에서 9일 실시된 모의테스트 결과 약국의 준비가 미흡하고 고령 환자의 불편이 예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에 자원한 6명의 환자는 모두 60세 이상 고령으로 대부분 고혈압·당뇨병·관절염 등 만성질환 환자들이며 이들은 보건소의 처방전을 들고 200미터 가량 떨어진 약국으로 도보 이동, 약사의 복약상담 등 20분을 소비했다.

 환자 대부분은 처방전을 여러차례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으며,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약제비를 자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테스트에 참여한 군포프라자약국은 의약분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800가지 약품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 절반에도 못미치는 약품만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환자 대기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의약분업 실시 후 환자 한명을 상대하는 시간이 15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약사 인력이 크게 부족할 것으로 지적됐다.

노인환자들 갈팡질팡

충북 옥천군

 충북 옥천군보건소 잘못된 정부의 분업안이 환자에게 또다른 고통을 안겨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옥천군보건소와 인근 중앙약국은 9∼10일 이틀간 모의테스트를 실시했는데, 9일 하루동안 5명의 환자를 선정해 분업 모델로 적용했다. 이날 테스트는 예상했던 대로 이중 방문에 따른 환자의 불편과 약국의 의약품 구비 상태, 약사의 처방전 이해 문제 등이 분업 시행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보건소를 찾은 대부분의 환자는 예방접종을 위한 소아와 노인환자로 이날 테스트에 응한 환자는 모두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였다. 이들은 7월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무엇때문에 약국과 의료기관을 따로 따로 방문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이유는 아직도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절염을 앓고 있는 이후남(71·여)씨는 오전 9시 30분에 병원에 도착, 진료 후 재활치료를 받고 약국에서 조제받기까지 꼬박 2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이 할머니는 비타민제제인 `포스칼(아주약품)'과 주사제인 디클로페낙 75㎎, 베아제 등 다섯가지 약을 처방받았지만 약국에 포스칼이 없어 주변 도매상 등에 배송을 의뢰했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돼 결국 약사가 의사와 환자의 동의를 얻어 대체조제했다.

 이 환자는 조제를 받아 주사를 맞기 위해 주사제를 들고 150여m 떨어진 보건소로 발길을 향했는데, 불편한 관절로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옥천군의 전체 인구는 약 6만여명으로 이중 노인이 14%를 차지한다. `전문의약품'이 무엇인지 `대체조제'가 무엇인지, 의약분업을 왜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분업 강행에 따른 국민불편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이들의 저항과 불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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