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서울 K구의사회가 개최한 토론회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K구의사회가 어디던가. 왠만한 시도의사회에 버금가는 회원수와 예산을 자랑하며 '한국의료는 우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자존심의 화신, 그곳이 바로 K구 의사회 아닌가.
지난 9일 300명이 앉을 수 있는 회의장에 고작 70~80명의 회원들이 듬성듬성 앉아 있던 초라한 모습에서 K구의사회의 자존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후보자들이 입장할 때 뜨거운 박수를 부탁한다는 사회자의 요청은 처량하게 들릴 정도였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회의 진행이 더 큰 문제였다. 이번 후보자 초청 토론회는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각 후보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후보들은 보건의료에 대한 의견보다 자신들의 홍보에 더 열을 올렸다. 사전에 주최측이 이번 토론회의 취지와 발언요령을 후보들에게 충분히 숙지시키지 못한 탓이었다. "성령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기독당 후보의 열변을 듣기 위해 회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이날 토론회장을 지킨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나마 한 후보가 정부의 의약분업 등 보건정책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좌중의 박수와 환호를 이끈 것이 이날 토론회의 하일라이트이자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열심히 일하고도 칭찬을 듣진 못할지언정 욕만 먹는다는 뜻이다. 들이 노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던 K구의사회의 후보 초청 토론회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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