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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06:00 (금)
[기획]보험자 주체 누가 돼야 하나

[기획]보험자 주체 누가 돼야 하나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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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자=공단" 억지주장
공단, 복지부·심평원·의료계와 마찰 불가피
공단에 보험자 모든 권한 줄 수 있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자'로서의 완전한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의 일부 업무를 가져와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또한 공단은 기존의 자격관리·부과·징수 업무를 대거 축소시키고 부당·허위청구에 대한 현지조사권, 의료기관 평가 및 인증, 수가 및 약가 수준과 급여범위의 결정을 주도적으로 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주장은 지난 1일 건강보험발전위원회가 '건강보험의 보험자 역할 재정립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자리에서 이태수 교수(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가 제기했으며, 이 교수는 "공단은 단일보험자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하고, 가입자 대리인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며 공단이 명실상부한 보험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공단은 ▲정책의 기획 및 총괄적 정책 집행 ▲보험제도의 조사 및 정책 연구 ▲가입자 대리인으로서 요양기관과 상대해야 하며, 복지부는 ▲정책목표 및 비전 제시 ▲공정한 관리자 및 최종 조정자로서의 역할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최종 보고서가 발표될 경우 공단-복지부, 공단-심평원, 공단-의료계 간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사업 책임주체는 '국가'
 
이태수 교수는 보고서에서 "건강보험의 보험자는 법률에 의해서 정해진 사람을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료를 부과·징수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주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의료보험통합과 단일보험자의 성립, 의료욕구의 다양화, 의료비 증가와 재정위기 지속 가능 등 환경이 변화하고 있지만 공단은 보험자로서의 기능이 협애하고, 가입자 대리인의 역할 미흡, 공단의 조직·재정·운영의 자율성이 낮은 등 위상과 역할이 한계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보험자 역할의 정상화로 건강보험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이는 공적 의료보장체계를 통한 국민건강의 보장성 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주장과 반대로 일각에서는 건강보험사업의 책임주체가 '국가'라는 점에서 볼 때 공단을 보험자로 규정한 것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보장기본법이나 국민건강보험법상 보험의 실질적 관리운영주체성을 정부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현행 건강보험법은 자칫 공단으로 하여금 보험관리운영의 실질적 주체로 오인케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격관리 및 부과 징수 업무 축소?
 
건강보험법상 공단은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 가입자 건강증진을 위한 사업, 건강보험 교육, 보험급여 관리 및 비용의 지급, 병원시설의 운영, 법에 의해 위탁받은 업무 등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같은 공단의 기본 업무에 대해 이태수 교수는 "공단의 주요 기능인 자격관리·부과·징수 업무의 비중을 축소해야 하며, 장기적으로 별도기관으로의 이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공단은 보험운영에 세세한 지침을 정부로부터 받아서 단순히 실행하는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정책집행자, 실질적 제도 운영자, 가입자 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험료 부과·징수 업무를 공단이 별도기관으로 이전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공단이 출범하면서 보험료 부과를 형평있게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인데 이러한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다른 기능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따라서 공단은 통합 이후 현안이 되고 있는 보험료 공평부과를 위한 소득조사 및 부과체계 조기확립,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대민서비스 개선, 질병정보 제공과 체계적인 개인별 질병관리 등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단 자율성 책임성 전문성 보장
 
이태수 교수는 보고서에서 "공단과 복지부의 관계는 분권, 자율과 책임, 상호영역의 인정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며, "공단이 정부의 산하기관이기는 하나 건강보험제도의 취지에 부합되도록 자율성과 책임성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앞으로 공단은 ▲수가 및 약가 수준과 범위의 결정 ▲진료비 지불제도의 방향설정 ▲보험급여의 범위와 수준 설정 ▲본인일부부담금의 수준과 범위 등 관련정책 입안을 주도해야 하고, 정부는 협의·승인해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심사평가원의 급여관리 업무, 진료비 지불방식에 대한 업무, 보험정책에 관련된 연구 업무를 공단으로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사업주체들의 기능강화는 각기 수임된 영역내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입장을 고려할 때 공단의 경우 일상화된 파업 등으로 가입자에 대한 총체적 서비스부실이 심각한데도 마치 정부로부터의 권한위임이 부족하고, 요양기관이나 심사평가원에 대한 권한이 없어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단, 실사권 미련 못버려
 
이 교수는 "재정 및 급여관리 기능의 내실화를 위해 현재 복지부에 있는 현지조사권(실사)이 공단으로 이양돼야 하고, 심사평가원의 급여심사에 대한 이의신청 및 재심사권도 공단에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즉, 보험재정 수입측면보다 지출 측면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강력한 통제를 통해 재정지출을 최대한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이 교수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계약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공단에 의료기관을 평가·인증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입자 부담 절감을 위한 재정보호 업무를 위해 고가 및 특수의료장비의 관리 및 평가·인증, 약가 원가 및 실거래가 파악 등의 기능도 공단이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 전문의료인 고용을 통한 의료행태 연구 및 분석을 통해 요양기관의 적정 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복지부를 비롯한 심사평가원 및 의료계는 공단의 요양기관의 실사권, 심사평가원의 심사에 대한 재심사권은 건강보험법령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말해 요양기관에 대한 실사는 요양기관에 대한 감독권행사이자 업무정지, 면허정지·취소, 형사처벌의 전제가 되는 조사로서 요양기관과 대등한 지위에 있는 공단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요양급여비용 심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공단과 의약계로부터 독립된 심사평가원의 고유한 업무영역으로 정한 것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감독을 통해 규율돼야 할 사안이며, 비전문조직인 공단이 재심사를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가 약가 보험료 결정 공단이 주도?
 
이태수 교수는 "그동안 수가, 약가, 보험료 결정과정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던 만큼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또한 "수가에 대한 공급자와 공단 간 계약체결과정이 무력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 자체가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가입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지원체계가 부족(공단의 역할 부재)해 결과적으로 수가 및 보험료의 파행적 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약가 결정 기준 자체의 객관성이 부족하고, 사회적 통제 기전이 미약해 결과적으로 약가로 인한 보험재정 누수 가능성 차단 통로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즉, 국민 의료비의 적정 수준에 의거한 보험료 및 수가, 약가 수준을 결정하자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국민 대상의 직역별 보험료 조정 등 보험재정과 관련한 주요사항은 수용성 있는 부과기준이 정립될 때 까지는 국가의 책임(의무) 범위에 속하는 사안일 수밖에 없음을 고려하면 이 교수의 주장은 무리가 따른다.
실제 보험료 조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간의 대립으로 보험료의 자율조정이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해 보험료조정기능을 장관산하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이관조치한 바 있다.

"총액예산제 수가결정 분수령"
 
이 교수는 우선 수가결정과 고나련 단기적인 과제와 중장기적인 과제를 제시했다.단기적으로는 목표의료비 개념을 도입해야 하고, 의료량 조정기준에 의한 환산지수 결정, DRG로의 진료비지불체계 개선을 들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총액예산제 도입 및 현행 요양기관 계약제의 폐지를 들었다.

다음으로 보험료(보험료율)의 결정과 관련해서는 현 건정심에서의 결정 구도를 탈피해 보험자와 가입자간의 결정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가입자가 대거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세번째로 약가 결정과 관련해서는 공단 내 약가 연구팀 및 추적팀을 구성하고,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가입자 및 공단 추천 전문인사를 대거포함할 것을 주문했다.

무엇보다도 이 교수는 총액예산제 도입이 수가, 보험료, 약가 결정에 큰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며, 정부는 선량한 관리자 및 최종 조정자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공단은 가입자의 명실상부한 대표자로서 모든 기능을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심사평가원은 요양급여비용 결정에 관한 사항은 건강보험 정책의 근간이 되는 내용으로, 요양급여의 범위와 기준 등을 정하는 급여정책, 보험료수준 등을 정하는 재정정책과 직접 연계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런 의미에서 수가는 보험재정에 대한 최종책임자인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정책책임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즉, 급여범위와 기준은 정부가 정하되, 동 기준은 요양기관의 진료지침과 심사평가원의 심사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점, 의약학적인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점, 요양급여비용의 심사와 평가과정에서 실무적으로 보완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심사평가원의 역할이 큰 것이다.

공단 vs 복지부 심평원 의료계 갈등
 
건강보험발전위원회에서 아직까지 최종 보고서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이같은 내용을 주로 담은 보고서가 발표될 경우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단이 복지부 및 심사평가원의 기능을 완전히 이양할 것을 주장한다면, 보험자 주체를 놓고 새로운 논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많다.

이러한 가운데 의료계는 공단이 보험자로서의 기능을 갖고, 요양기관 계약제를 시행하면서 부당청구 등의 기관을 심사하고, 요양기관을 평가·인증하게 될 경우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일각에서는 공단이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지 않고, 보험료 수입으로 운영이 될 수 있다면 보험자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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