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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본경남도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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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만섭 기자 pyunms@kma.org
  • 승인 2004.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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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의료계의 화두는 단연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라는데 의견을 달리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의료계 스스로 정치적인 역량을 배양하지 않고는 난마같이 얽힌 의료현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다면 의료계가 정치세력화 쪽으로 시선을 돌린 것은 매우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 발전과 관련하여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법화 과정을 거쳐 구체화하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런 점에서 의료계의 정치세력화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시현되느냐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정치세력화 시도가 알찬 결실을 맺으려면 현실정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어야 하고, 정치력을 강화할 수 있는 능력이 구비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그에 앞서 전제돼야 할 것은 회원들의 단합된 힘이다. 회원들 성원과 협조가 전제되지 않고는 정치세력화는 성사될 수 없다.

이런점에서 지난 2000년 투쟁은 의료계에 시사하는 바가 자뭇 크다고 본다. 2000년 의권 투쟁 과정에서 의료계는 커다란 교훈을 얻었다. 의사들도 얼마든지 뭉칠 수 있고, 일단 뭉치기만 하면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증적 체험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오랜동안 의료계는 주의로부터'모래알 집단'이라는 비아냥을 받아 왔다. 많은 의료인들이 '권위주의'와 '개인주의'의식에 함몰돼 의료계 전체의 이익에 관한 문제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여 왔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2000년 투쟁과정을 통해서 그러한 인식을 상당 부분 불식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제 누구도 함부로 의료계를 '모래알 집단'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당시 어느 누군들 의사들이 지역과 직역·세대간 격차를 초월하여 그처럼 치열한 투쟁대열에 합류해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이나 했겠는가. 그러나 의사들은 해냈다. 이런점에서 2000년 투쟁이 과소평가 돼서는 안된다고 본다.

2000년 투쟁에서 얻은 또다른 교훈은 아무리 뜻이 좋더라도 국민의 지지와 협조가 없이는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당시 의료계는 의사 뿐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의료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국민의 동의를 어느정도 끌어냈는지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의료계는 '정치세력화'란 화두를 던져 놓고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앞으로 의료계가 현실정치에 어떻게 참여해 어떠한 성과물을 이끌어 낼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분명하게 목표를 정해 놓고 치밀하게 접근해 나가되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과 더불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회원들의 단합된 힘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의사들만을 위한 일방적인 주장을 해서는 아무 것도 이루내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점에서 나는 경남도의사회의 사례를 통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경남도의사회는 회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앞장 서 행동에 옮겨 왔다. 그러면서도 국민과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도 각별하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

경남도의사회는 한때 서울시의사회 다음으로 막강한 회세를 갖고 있었다. 지난 1963년 부산시의사회가 분리돼 나가는 바람에 회세가 크게 위축되기는 했지만 회원들의 화합과 단결, 그리고 지역주민들과의 유대 관계란 측면에서 보면 매우 모범적인 의사회란 평을 들을만하다.

경남도의사회는 의료계가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특유의 단결력으로 문제해결에 앞장 서 왔으며 잘못된 의료제도나 법령을 개선하는 일에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함안군 조례 개정과 관련한 경상도의사회의 발빠른 대응이다. 주지하다시피 경상남도 함안군이 지난해 초 의사는 보건소장에 임용될 수 없게 지방자치조례를 개정해서 의료계에 커다란 파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엉뚱한 방향으로 조례가 개정되면서 그때까지 함안군보건의료원장직을 맡고 있던 의사회원이 함안군 자치행정과로 전보 발령되고 의사가 아닌 보건직 공무원이 보건소장직을 맡게 되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겼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자 경남도의사회는 즉각 함안군수를 방문, 항의하는 한편 즉각 변호사를 선임해서 '조례개정 무효확인 소송'과 '보건소장 업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민첩하게 움직였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례개정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다.

결국 이 사태는 지난해 2월 경남도 지방소청위원회가 "개정된 함안군 조례는 상위법을 어긴 것"이라며 그에 따른 인사 발령은 위법·부당한 것이라고 밝힘으로서 의사 회원이 보건소장으로 복직되는 선에서 시원하게 마무리도 됐다. 경남도의사회의 적극적이고도 강력한 활동이 얻어낸 쾌거임에 틀림없다.

경상남도의사회의 저력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국 권역별 궐기대회를 통해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각 시·도의사회는 대부분 시도의사회 차원에서 대회를 준비하고 집행하는 단발성 행사로 치러졌지만 경남도의사회만은 달랐다. 각 시군별로 잇달아 결의대회를 열어 투쟁의 불씨를 살려낸 다음 중앙회 차원의 결의대회를 통해서 회원들의 투쟁의지를 불태우는 수순을 밟았다.

당연히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을 수 밖에 없었고 투쟁열기 또한 뜨거울 수 밖에 없었다.특히 회원들의 투쟁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마련한 '투쟁 촛불 점화식'과 투쟁가인 '상록수'를 여자회원이 직접 열창한 것은 결의대회의 백미로 꼽을만하다.

이처럼 경남도의사회가 결의대회를 알차게 치러낼 수 있었던 것은 집행부의 결단과 회원들의 참여의지·사무국의 치밀한 준비자세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일구어낸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경남도의사회 결의대회 진행상황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하면서 참 단합이 잘되고 있다는 점을 여러 대목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이처럼 단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도 생각해 보았다.결국 이원보 회장을 중심으로한 집행부의 강한 지도력과 회무에 관한 열정이 가장 큰 성공요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경남도의사회는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그동안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의사단체에서 하는 무료진료활동이야 오래전부터 폭넓게 있어 온 터이지만 경상남도의사회처럼 집중적이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천에 옮기기란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경남도의사회는 지난해 '경남의사의 날'을 맞아 대대적인 대민봉사활동을 전개해 지역사회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그런가 하면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경남의사회'란 기치를 내걸고 전개한 다양한 봉사활동은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안겨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의료계에 대한 신뢰 제고에도 큰 기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무료개안 수술과 '경남도의사회 의료봉사단'을 통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의료봉사 활동,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한 장학금 전달 등 지역사회에서의 경남도의사회 활동은 감동적이다.
그런가 하면 '엔젤스 클리닉'에서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진료활동까지 전개하는 등 경남도의사회의 따뜻한 손길은 끝없아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경남도의사회의 활동은 어려운 이웃에게 삶의 희망을 불어 넣고 지역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만 의료계도 더불어 발전 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확신한다.

현재 의료계에는 해결해 나가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난제 가운데는 의료계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때론 국민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때를 대비해 평소 국민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놓아야 한다. 그래서 언제라도 손을 내밀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의사단체의 존립목적이 회원들의 권익증진과 친목도모에 있지만 그렇다고 회원들만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편협한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 이렇게 볼때 경남도의사회는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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