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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봉침 맞고 아나필락시스 사망...환자 도운 의사 "배상 책임 없다"
한의사 봉침 맞고 아나필락시스 사망...환자 도운 의사 "배상 책임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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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한의사 과실"…유가족에 5억 4천여만원 배상 판결
김이연 의협 대변인 "판결 계기로 선한 사마리아인 더 이상 잃지 않기를"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봉침' 시술을 받는 환자를 응급진료 했으나 사망했다는 이유로 가정의학과 의사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으나 2심 법원이 "의사의 책임이 없다"며 유가족 측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한의사에게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를 일으키게 하고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잘못이 있다며, 5억 4000여만원의 손해배상액을 유가족 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는 6월 9일 봉침 시술 후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한의사와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한의사에게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선고했다.

2심 법원은 한의사는 원고 남편에게 2억 3993여만원을, 사망한 환자 부모에게는 각각 1억 5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환자를 도운 의사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며, 유가족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2019년 5월 경기도 부천 한의원에서 '봉침'을 맞은 환자가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켰다. A한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더 심각해지자 같은 층에서 개원 중인 B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B의사는 응급처치를 했지만,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유가족 측은 한의사를 상대로 민사·형사 소송을, 의사를 상대로 민사 소송(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수 차례 공판 끝에 지난 2020년 2월 19일 오전 10시 환자에게 봉침을 놓다가 환자에게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게 한 한의사에게는 4억 1748만원을 유가족 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봉침을 맞고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킨 환자에게 제대로 응급처치를 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판단한 것. 반면, 환자를 도운 가정의학과 전문의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르는 확률은 회복이 되는 확률보다 높다. 구조 활동을 한 결과가 나쁘다고 의사가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사실상 입증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민·형사적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는 태도는 인간인 의사를 신의 레벨에 두고 이에 미치지 못했다고 벌하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의 온당한 판결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선한 사마리아인을 더 이상 잃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가정의학과 의사가 다른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 대해 반드시 도울 의무가 없음에도 선의의 목적에서 개입한 것을 재판부에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을 면책하는 응급의료법에 따른 것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진석 변호사는 "유가족 측은 가정의학과 의사가 에피네프린을 지연 투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외부 한의원의 협조 요청을 받고 간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에피네프린 투여를 즉시 할 수 있을 정도의 정보가 한의원으로부터 제공됐는지도 의문"이라며 "설령 에피네프린이 지연 투여됐더라도 이를 두고 가정의학과 의사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타당하다고 생각되며, 판결을 계기로 선의의 응급의료제공자에게 환자에게 나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제기하는 무분별한 소송이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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