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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약침으로 암 고친다는 사기 한의사 징역형

대법원, 약침으로 암 고친다는 사기 한의사 징역형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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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서 산삼약침 제조해 정맥주사(혈맥주사)...사기죄·의료법 위반 10년 만에 '유죄'
보건당국 '업무정지·폐쇄명령' 안한 채 방임...허위광고 계속하며 한의원→한방병원 확장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산삼약침으로 말기 암을 고친다는 허위광고로 폐암·대장암 등 환자들에 약침을 투여, 수천만원의 약침 시술료·처치료를 챙긴 한의사가 재판 10년 만에 1년 6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벌금은 1500만원으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4월 13일 1·2심에서 모두 사기죄·의료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A한의사 등이 제기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한다. 원심을 확정한다"고 선고했다.

A한의사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00만원을, B한의사에 징역 6개월 및 집행 유예 2년을, 사무장 C씨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2심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A한의사와 B한의사가 근무하는 한의원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산암 약침이 진세노사이드 성분을 포함해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 자연사멸을 유도한다"는 광고를 냈다. 광고에는 말기 암 환자들의 호전 사례라며 치료 전후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A한의사는 환자들에게 직접 "약침에 들어가는 약재는 암을 파괴시키는 역할을 한다. 말기 암을 고친 사례도 많이 있다"고 설명, 시술료 및 처치료를 받았다.

B한의사 역시 "더 심한 환자도 약침 치료를 받고 종양이 줄었다. 암이 많이 전이된 상태에서 복합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암은 차갑고 습한 것을 좋아하는데 약침이 열성이기 때문에 암을 말려서 죽인다"고 설명, 시술료 및 처치료를 받았다.

검찰은 A한의사를 의료법 위반과 사기죄 등 위반 혐의로, B한의사는 사기죄 등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과정에서 병원 개설 자금 조달과 운영에 관여하는 등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혐의로 사무장 C씨 역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12월 10일 A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죄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사기죄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한의사에게 고용돼 월급을 받으며 원장으로 근무한 B한의사에게는 사기죄에 대해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형의 집행을 2년 유예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C씨에는 "실질적으로 병원을 개설하고 운영에 직접 관여하거나, 자금을 조달한 정황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죄를 더 무겁게 인정했다. 

A한의사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B한의사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사기죄에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C씨에는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법정구속했다.

대법원은 한의사 2명이 산삼약침액에 진세노사이드 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음에도 산삼성분이 들어 있다고 광고·설명하고, 호전사례들도 다 거짓인 허위광고였다며 환자들과 가족들에 사기행위로 수천만원씩 편취했다고 판단한 2심(원심)의 판결을 모두 인정했다.

또 한의사들이 환자의 정맥에 직접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나 전통적 한의학 기구가 아닌 주사기를 이용해 다량의 약물을 투입하는 행위는 무면허의료행위로 의료법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장성환 변호사(법무법인 담헌 대표변호사·한국외과연구재단 이사)는 "피해자들을 대리해 한의사들을 상대로 2013년부터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드디어 10년 만에 그 종지부를 찍게 됐다"며 소회를 전했다.

더불어 "재판 과정에서 놀랍게도 사기죄·의료법 위반 외 해당 병원이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한의사들은 비의료인에게 고용돼 범죄행위를 했던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건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보건당국의 방임이라고도 지적했다. 10년이 지나는 동안 해당 한의원이 한방병원으로 병상을 늘리고, 규모를 확대하면서 동일한 허위광고를 계속 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

장성환 변호사는 "10년이 지나는 동안 민사판결에서 배상책임과 형사 유죄판결이 잇따라 선고됐다"며 "그동안 보건당국은 업무정지명령이나 폐쇄명령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라며 그 사이 더 많은 사기 피해자들을 양산했을 것이라 우려했다.

특히 의약품의 경우 철저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야 시판이 가능하고, 시판된 후에도 장기 투여 부작용 등 안전성 조사, 약물경제학적 임상시험 등 안전성과 효능을 꾸준히 관리하고 감독하도록 하고 있음과 대비된다고도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약침은 제조, 유통, 사용, 보관 과정에서 어떠한 검증이나 규제도 받지 않고 있다. 실로 황당하고 놀라운 일"이라면서 "보건당국이 왜 이런 현상을 방치하는 것일까 하는 근본적인 물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건당국은 환자의 인체에 직접 투입되는 의약품인 약침에 대해 철저하게 안전성과 유효성 임상을 거쳐야만 제조, 시판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장 변호사는 "검증도 거치지 않는 비과학 영역이 의료행위로 포장돼 대중을 현혹하고 사기행위를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줄여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유죄 판결을 받은 한의사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암 환자와 가족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수천만 원을 챙기는 동안 치료받을 기회를 놓치게 했고, 고통 속에 죽음을 맞도록 했다"면서 "고통의 기억을 지우지 못한 채 10년 만에 최종 판결을 받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교웅 위원장은 "지금도 한약은 옛날 한방 서적에 처방이 적혀 있으면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제해 주기 때문에 어떤 부작용이 얼마나,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면서 "아픈 환자와 가족의 입장을 고려할 때 한약과 한방 약침 치료가 얼마나 안전하고, 유효성이 있는지 검증해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초음파를 사용한 한의사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한 대법원에 대해서도 "초음파기기 자체는 위험성이 없지만 초음파 판독을 잘못해서 진단을 놓치면 병을 키우게 되고, 모든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며 "한의사의 초음파 판독 행위가 안전하고 유효한지 이번 대법원 약침 판결처럼 제대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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