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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의사의 호소 "저는 분만하는 젊은 산과의사입니다"
어느 의사의 호소 "저는 분만하는 젊은 산과의사입니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0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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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선 (직)산부인과의사회 공보이사 "산과 현실 벼랑 끝" 호소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 책임·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시급
(직)산부인과의사회 9일 정기총회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결의
ⓒ의협신문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 개선과 지원을 촉구했다. 

"저는 아직 분만을 하고 있는 젊은 여의사입니다. 의사를 죄인시하는 무과실 배상책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률, 분만 저수가 등 안전하지 않은 진료환경으로 인해 분만을 지속하는 저 같은 젊은 산과의사는 씨가 마를 것입니다. 젊은 산과의사가 분만을 지속할 수 있게 안전한 분만환경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산부인과의사들이 안심하고 진료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무너져 가는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제정 등 제도적 정비와 더불어, 획기적인 수가 인상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4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산부인과는 지난 10년간 급격한 추락을 거듭해왔다. 산부인과 지원율은 지속 감소해 26개 전문과목 가운데 가장 낮은 전문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고, 전문의 평균 연령은 53세로 전체 진료과목 중에 가장 높다. 

분만 가능 의료기관 숫자도 지난 10년 새 30% 넘게 줄었다. 2020년 기준 국내 250개 시·군·구 가운데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이 23곳, 산부인과는 있지만 분만이 불가능한 지역은 42곳에 이른다.

같은 해 산부인과학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 전문의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2.4%로 조사됐고, 분만을 중단한 이유로는 응답자의 38%가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와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았다. 

산부인과의사들은 산부인과 의료기반, 특히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재유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장
김재유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김재유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안성모아산부인과의원)은 "무과실 분만사고 국가책임제, 그리고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의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 그 비용을 100% 국가가 보상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신현영 의원 대표발의)'은 그 필요성을 인정받아 지난 연말 소과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으나, 이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발목이 묶여, 아직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선의의 목적으로 이뤄진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그 형사적 책임을 면하도록 하는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 또한 국회 안팎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 결실을 맺지 못했다. 

김재유 회장은 "저출산과 저수가,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적 형사 처벌과 수억원 대에 이르는 소송들로 인해 분만을 포기하는 의사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했다.

"더불어 획기적인 수가 인상을 통해 우수한 인력들이 필수의료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밝힌 김 회장은 "지금 시작해도 결과가 나오는 것은 10년이 지난 다음일 것이다.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작업들을 시급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9일 열린 (직)산부인과의사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의사들이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을 강행하고 있는 민주당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김미선 공보이사(미즈제일여성병원)가 분만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진료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호소문을 발표해 큰 공감을 얻었다. 호소문에는 분만의사로서의 책임감과 분만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는 아직 분만을 하고 있는 젊은 의사입니다. 1년에 100∼150 분만을 하고 있습니다. 확률상으로 1년에 1∼2명 정도의 중증 모성 합병증 즉 산모사망이나 색전·출혈·감명으로 인한 중증 장애를 만나게 됩니다. 분만을 더 많이 하는 선생님들은 그 확률이 더 높아질 것입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중증 합병증, 그 결과가 안좋을 경우 형사책임과 과도한 금전적 배상을 책임져야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분만을 시작하게 됩니다. 전공의 시절 은사님께서 회진 때 하셨던 '건강하게, 별 일 없이 분만해줘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갑니다. 출산전 두려움 출산후 안도감, 언제까지 분만을 할 수 있을지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분만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와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 입니다. 의사를 죄인시하는 무과실 배상책임,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법률, 분만 저수가 등 안전하지 않은 진료환경으로 인해 분만을 지속하는 저 같은 젊은 산과의사는 씨가 마를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분만병원만 해도 산과의사가 7명이나 있지만 저를 제외한 (의사들의) 평균연령은 57세입니다. 젊은 산과의사가 분만을 지속할 수 있게 안전한 분만환경이 조속히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편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날 춘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를 열고,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박탈법 제정 저지를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의협신문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정기총회가 9일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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