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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병원 양수도 후 인근 개원 경업금지
법률칼럼 병원 양수도 후 인근 개원 경업금지
  • 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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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경 변호사(브라이튼 법률사무소)

경업금지의무는 어떠한 사업과 경쟁적인 성격의 행위를 하지 않을 의무를 말한다. 경업금지의무는 법률에 의해서도, 약정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경업금지약정을 하는 경우도 있고, 투자계약을 하면서 명시하는 경우도 있으며, 상법에 따라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의무가 법정되어 있고, 주식회사 이사의 경업금지의무가 법정되어 있기도 하다. 또 경업금지의무가 흔히 문제되는 경우로 병원양수도계약시를 들 수 있다.

A원장은 B원장으로부터 병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대상은 입원 중 환자 전체, 병원 시설과 설비, 병원의 서류 전체, 병원 시스템 일체 등이라고 계약서에 명시했다.

다만 진료실 가구와 의료장비 몇 대 등은 따로 빼어서 B원장이 가져가기로 했다. 인수비용은 인테리어 시설비, 의료장비, 권리금으로 나누어 총 8억원으로 정했고, 그 중 권리금은 2억원이었다. 

임대차보증금은 따로 지급하고 임대차계약도 승계하기로 하였다. 양수도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인수 후 A원장은 상호를 변경하고 운영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7개월 뒤, A원장은 약 700m 떨어진 곳에서 B원장이 개원을 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원장은 B원장에게 권리금 2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원장은 영업권을 보장받기 위해 권리금을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권리금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B원장이 상법상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양수도계약에 따른 부수적 의무 또는 권리금 계약에 기한 의무로서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양수도계약시에 인근에서 병원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기망한 것이므로 권리금 계약을 취소하겠으니 2억원을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 권리금을 지급하면서 병원을 양수하는 이유가 대부분 그 장소에서 영업상 이점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권리금을 돌려달라는 A원장의 문제 제기도 일견 타당한 면이 있었다. 그렇지만 법원은 A원장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재판부는 양수도계약서에 경업금지의무를 명시한 사실이 없고, 또 권리금 수수만으로 경업금지의무가 바로 도출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양수도계약서에는 기존 거래처에 대한 종료통지 또는 거래 존속에 방해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있었으나, 동종 영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재판부는 권리금은 영업시설 등 유형물과, 거래처, 신용, 영업노하우, 위치에 따른 이점 등 무형 재산가치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에, 즉, 여러 가지의 대가일 수 있기 때문에 단지 권리금이 수수되었다는 것만으로 경업금지의무를 바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일반적인 사업이라면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상법 제41조에 따른 경업금지를 구할 수 있다. 상법 제41조에 따라 영업양도인은 일정기한 동일한 시, 군에서 동종 영업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병원은 다르다. 

대법원은 의사는 상인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고, 따라서 상인을 전제로 하는 상법 조항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사건에서도 재판부는 의사가 병원을 양도하는 행위는 상법 제41조의 적용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리고 권리금 계약만 따로 취소할 수 없으며, B원장이 경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여 기망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A원장이 권리금을 지급한 이유가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도 포함된 것이라면 그리고 합의를 해보고 계약서에도 포함하였더라면, 승패는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 굳이 소송까지 가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계약서는 당사자들의 이해를 조율하는 과정이고, 또 합의사항 자체를 문서화하는 것이다. 그만큼 법은 강력한 증거력을 부여한다. 문서와 다른 사실을 입증하는 것도, 문서에 없는 내용을 입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 만큼 어떤 동기로 무엇을 합의한 것인지, 빈 곳을 두었다면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두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가 우영우 변호사의 사기취소 주장 아이디어에 대해 '서명날인 한 처분문서가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바로 그 부분이다. 우영우 변호사는 반짝이는 논리를 발굴해서 극복했지만, 현실의 사업과 인생은 드라마보다 평온해야 한다. 쉽고 간단한 길이 있다면, 그 길로 가야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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