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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건강보험 수가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기획취재]건강보험 수가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 이정환 기자 leejh91@kma.org
  • 승인 2004.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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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땅 잃는 의사들-건강보험 이대로는 안된다(5)

<글 싣는 순서>
1. 처음부터 잘못 도입된 건강보험
2. 건강보험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대안은?
3. 의협은 왜 '건강보험 틀'을 바꾸자고 하는가?
4. 건강보험 관리운영체계 변화 필요
5. 건강보험 수가문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6. 새로운 건강보험체계의 모습은?
7. 기획을 마치며(좌담회)


원가분석 통한 수가현실화 시급


관행수가 55% 수준부터 시작

1977년 시작된 의료보험에 대한 문제제기 중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저보험료-저급여-저수가'이다.이는 현재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로 앞으로 정부가 건강보험의 틀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수가란 의사들이 행한 진료행위에 대한 보수 지불방법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행위별수가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최근에는 포괄수가제를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행위별수가제에 의해 보수지불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보험수가는 처음부터 낮게 책정돼 끊임없이 의료계로부터 지적을 받아오고 이다.한달선 교수(한림의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보험수가는 1977년 당시 관행수가의 55% 수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보험수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비해 높게는 책정되었으나 처음부터 매우 낮게 책정된 탓으로 의료계로부터 수가수준이 낮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즉, 우리나라의 수가는 정부에서도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인정할 정도의 낮은 수준이었음이 인정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보험수가를 처음부터 낮게 책정한 것은 보험재정을 보호하고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 목표였으나 지금은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한 교수는 "의료기관들은 저수가로 인한 경영의 어려움에 여러가지 대응방안들을 동원했던 것이 사실이고, 이들 중에는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가하기 위한 경영합리화는 물론 다른 한편으로는 비급여 진료를 확대한다거나 진료의 양과 방법 조절에 의한 수입증대를 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물가지수보다 낮은 수가
 
고 김병익 교수(성균관의대)에 의하면 보험수가는 1995년 이후 2000년까지 모두 9차례 인상됐다.김 교수는 "인상된 수가가 적용되는 범위를 감안한 상태에서 실질인상율을 기준으로 수가지수를 추정해보면 1998년까지는 물가지수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의협은 지난 2000년 8월 10일 복지부 최선정장관이 "현행 수가는 원가의 80%이다"라고 발표한 만큼 여전히 수가현실화는 선행돼야 할 과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당시 최 장관은 '의약분업 관련 보건의료발전대책'에서 "현재 의료수가는 원가의 80%수준이므로 2001년에는 90%, 2002년에는 100% 수준으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에 앞서 김원길 장관도 "수가를 인하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의료계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것을 인정했다.그러나 복지부는 이를 지기키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수가를 인하하고 말았다.

한편, 시민단체는 의료계의 이런 주장에 대해 현행수가는 원가의 120%에 이른다며, 오히려 대폭적인 수가인하를 요구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 수가를 보는 시각 차가 상당히 컸음을 보여줬다.

합리적 수가결정 '전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보험수가는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고,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원가에 못미치는 수준임에 틀림없다.그러나 2000년 이후 수가는 의약분업에 따른 인상요인을 제외하면 오히려 소폭 인상 또는 소폭 인하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현행 보험수가는 2000년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계약'을 통해 결정된다.즉,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과 의약계를 대표하는 요양급여비용협의회화의 '계약'에 의해 결정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의약계대표(공급자대표)와 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의 수가계약은 단 한차례도 성사되지 못했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위)에서 투표에 의해 결정되고 말았다.공급자와 보험자와의 수가계약 결렬에 따라 건정심위가 수가를 결정하는 것은 곧 복지부장관에 의한 수가고시를 의미하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의 수가계약이라고 보기 어렵다.

공급자들은 수가현실화를 위해서는 대폭적인 수가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보험자인 건강보험공단은 국민의 보험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수가인하를 주장하는 시스템에서는 법에 명시된 수가계약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의협 신창록 보험이사는 "지난 3년간 가입자대표들은 경영수지분석 환산지수를 제시하며 수가인하를 주장했고, 공급자대표들은 원가분석 환산지수를 제시하며 인상안을 제시해 처음부터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 이사에 따르면 2001년에는 의약계 대표 중 5명이 투표에 불참했고, 2002년에는 가입자 4명과 의료계 2명이 퇴장했으며, 2003년에는 의약계 6명이 퇴장하는 파행 속에 수가가 결정되었다.

원가분석 선행돼야
 
그동안 수가계약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 것은 공급자와 가입자간 원가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것.
따라서 수가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원가보전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게 대부분 학자들의 일반적 견해이다.이들은 경영수지 분석이 아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원가분석이 선행돼야 하고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그 동안 수가계약 과정에서 단일 환산지수로 의원, 병원 등의 수가가 획일적으로 결정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의사수가'와 '병원수가'로 구분하는 문제도 적극 검토돼야 할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의협 신창록 보험이사는 "현행 보험수가는 원가보전을 위해 54.25%의 인상요인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수가현실화에 대한 연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또 "지난해 수가결정과정에서 정부는 SGR방식에 의해 환산지수를 산정했는데, SGR방식을 적용하기 이전에 원가보전이 먼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월 6일 건정심위에서도 원가분석을 적극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할 것을 논의한 만큼 공급자 및 가입자, 정부가 합의할 수 있는 원가분석 연구가 시급하다.

의협 "건정심위 재구성"
 
현재 건정심위는 가입자대표 8인, 의약계대표 8인, 공익대표 8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그러나 건강보험에 관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건정심위의 역할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건강보험 및 보건의료에 전문성과 의학적 지식을 겸비한 위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게다가 가입자대표에 포함되어야 할 위원이 공익대표로 참여하고 있어 의약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예로 복지부, 재경부, 공단, 심평원 인사가 공익대표로 참여하는 것은 결국 가입자와 공급자대표들의 의견이 충돌할 경우 정부 의지대로 수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합리적인 결정구조가 되기는 힘들다.

이에 대해 의협은 공익대표는 정부 추천에 의해 구성되므로 공정하지 못하고, 중재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따라서 현재 정부 및 공단, 심평원 위원은 공익대표에서 가입자대표에 배정돼야 하고, 의약계 대표 8인은 의사 5인, 치과의사 1인, 한의사 1인, 약사 1인으로 재구성하고, 보험자 및 가입자대표 8인은 복지부 1인, 재경부 1인, 공단 1인, 심평원 1인, 노동계 2인, 경영계 2인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협은 건강보험 보험료 및 수가조정을 위해 전문가 단체와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각각의 전문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간 상시 운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재정운영위원회는 직장가입자대표 10인, 지역가입자대표 10인, 공익대표 10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협은 재정운영위는 보험재정과 관련된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하는 기구이지만 보험수가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의료계 대표를 구성에서 제외시키고 있어 형평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수가계약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적절치 못한 논리와 일방적인 주장으로 수가계약을 파행으로 유도하고 있어 재정운영위원회를 공단 내에 두는 것 자체가 잘못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의협은 수가계약에서 의약계를 대표하는 요양급여비용협의회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의협은 현재 요양급여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의 대표인 의협이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빠른 시일 내에 요양급여비용협의회를 재구성해 의협 회장을 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전체 의료계가 의료발전을 연구·검토해 공동추진하는 등의 총괄적 기능의 협의회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수가결정 요원한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수가는 계약에 의해 결정되도록 되어 있다.그러나 수가계약은 3년 동안 아무런 성과없이 끝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수가를 결정하는 구조가 공정하지 못하고 이를 결정하는 시스템도 형평성 있게 운영되지 못했다.

당초 수가계약은 의료계의 요구에 의해 법에 관철될 수 있었다.그러나 대등한 입장에서의 수가계약이 이루어지기는 커녕 지속적으로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였던 것이 사실이다.

신창록 보험이사는 "앞서 제기한 문제들이 국민건강보험법의 기본정신에 충실하도록 조속히 개선돼 적정급여와 적정진료에 의한 의학발전과 국민보건의 향상, 나아가 의료계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우리 의료계가 선진국 수준 이상의 의료서비스로 국민에게 보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1팀>
김영숙기자 kimys@kma.org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김인혜기자 inhey@kma.org
이현식기자 hslee03@kma.org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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