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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되고, 호주는 안된다? 약가참조국 놓고 제약계 '들썩'

미국 되고, 호주는 안된다? 약가참조국 놓고 제약계 '들썩'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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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약가참조국 A7→A9 확대 추진...캐나다·호주 추가
“약가 저평가 신약 등재 지연” 우려..."참조약가 다각화“ 반론도

ⓒ의협신문

정부가 급여 평가 및 약가 협상 등에 사용하는 외국조정평균가 산출 대상국, 이른바 약가참조국에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제약계가 반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약가가 낮은 호주가 참조국에 추가될 경우, 국내 급여 약가 저평가로 이어져, 약가협상 등 보험등재를 더욱 어렵게 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의 신약 접근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다.

반면 외국약가 참조가격제 자체가 워낙 불확실성이 큰 만큼 참조국가를 다양화하는 것이 참조약가를 투명화하고 명확화하는 방법이라는 반론이 있다. 

미국 등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크고 약가가 높은 국가들도 이미 약가참조국에 포함돼 있는 만큼, 단순히 우리보다 약가가 낮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자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약가참조국 A7→A9 확대, 배경은?

우리나라는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기반으로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실시하면서 외국 7개국, 이른바 A7 등재 가격을 상한금액 설정 등에 참고하고 있다. 

급여 등재시 해당 신약의 신청가격이 A7 조정평균가보다 높지 않도록 하고, 경제성 평가자료 제출 생략 가능 약제를 구분함에 있어서도 A7 조정가의 최저가를 기준으로 삼는 등의 방식이다.

현재 공식적인 약가참조 국가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 등 7곳인데, 그 선정 기준은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2000년 약가재평가 때 참고 삼았던 국가기준이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별다른 변화없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대부분 선진국으로 1인당 GDP 등 경제수준이 우리보다 높다. A7 국가의 1인당 GDP는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대비 1.1배(이탈리아)에서 2.7배(스위스)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이들 국가는 자국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신약 개발국이기도 하다. 대체로 신약의 가치를 높이 인정하는 정책적 환경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이들 국가가 우리와 약값을 비교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적합한지를 두고 그간 보건의약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

정부가 외국약가 참조기준 개선작업에 팔을 걷어든 이유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약가참조국 추가, 왜 캐나다와 호주인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관련 연구용역 및 전문가 워킹그룹 회의 결과 등을 토대로, 약가 참조국을 A7에서 A9으로 확대하는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최근 내놨다.

약가참조국에 현행 7개국 외에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2019년 나온 연구용역 보고서 '외국 약가 참조기준 개선방안(연구책임자 장선미)'에 기초한 것이다.

당시 연구팀은 "경제수준, 지리적 인접성, 건강보장제도의 유사성을 고려해 참조국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외국 약가 참조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경제수준이 유사하고, 의약품 급여 결정과정에서 보건의료평가(HTA)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인 캐나다와 호주를 약가참조국에 우선 포함하자고 제언했다.

아울러 "참조 대상 국가의 약가 제도 및 정책이 계약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참조 대상 국가와의 정보 교류를 증가시키고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변동된 약가를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사들 "약가 참조국에 호주 추가 반대"

제약계는 제도 개선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은 앞서 정부와 가진 워킹그룹 회의에서도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달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특히 약가참조국에 호주가 추가되는데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상대적으로 약가가 낮은 호주가 참조국에 포함될 경우, 국내 급여 약가 저평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불안감에서다. 

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최근 협회 명의의 논평을 내어 "호주 참조국 신설은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신약의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시킨다"며 "이는 새 정부의 '보건의료취약계층 지원'과 '제약·바이오 혁신성장' 국정기조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핵심은 약가 저평가 우려다. 

협회는 "A7 국가 참조가격에서도 이미 낮은 약가가 책정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정안에 따라 호주 약가 참조로 인해 국내 약가가 현행보다 더 낮게 책정된다면, 코리아 패싱이 심각해지고 현재 평균 2년여가 소요되는 항암·중증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 기간도 훨씬 더 지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신문
(pixabay)

미국은 괜찮고, 호주는 안된다? 정부, 최종 결정은 

반면 단순히 우리보다 약가가 낮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자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례로 A7 국가에 포함된 미국의 경우 민간주도 의료체계를 갖고 있어 주로 제약사의 자율적인 결정에 의해 가격이 정해진다. 약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는 '외국 약가 참조기준 개선방안' 보고서에서도 언급되는데, 미국의 경우 신약 출시가 다른 국가에 비해 평균 17개월 정도 빠르며, 약가 수준 또한 평균보다 38% 가량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미국 등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크고 약값이 비싼 국가의 약가는 참조하자면서, 유사한 보건의료 생태계를 가진 다른 국가는 약값이 싸니 배제하자는 것은 온당치 않은 논리"라며 "참조국가 풀을 다양화해 현실적인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연구용역 결과 현행 외국약가 참조기준이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이번 제도개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제도 개선안과 관련한 제약계의 우려 또한 잘 알고 있다"고 밝힌 오 과장은 "오는 11일까지로 예정된 행정예고 기간 중 충분히 의견조회를 실시하고, 이후 내부 검토 및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합리적으로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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