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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건강관리서비스...보수정권의 지속된 구애
논설위원 칼럼 건강관리서비스...보수정권의 지속된 구애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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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신문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윤석열 현 정부도 '건강관리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역대 보수 정권은 의료영리화 정책에 우호적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때도 그랬다. 예외없이 윤석열 정부도 의료 영리화 정책에 우호적인 모양새이다. 최근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 모두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까 긴장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들 보수정권이 한결같이 바톤을 이어받아 추진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진보 정권도 헬스케어를 미래 유망산업으로 바라보고 일자리 창출 등의 명분으로 활성화하려한 시도가 있었지만, 건강관리서비스의 경우 한때 민주당은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단언하고 당론으로 이를 저지하려 했다. 

이번 정부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영리화와 무면허 의료행위로 이어질 것이란 그동안의 비판을 의식해서 인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로 명명해 이전에 추진했던 건강관리서비스와는 다른 것 처럼 포장하고 있으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를 구분해 후자를 비의료인인 민간기업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아무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한다 해도 의료와 비의료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이번 정부는 2018년 의료행위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분할 수 있는 판단기준과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 및 사례를 만든 것을 올 9월 개정하고, 이 사업에 예산을 편성하면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인증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인데,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던 만성질환자 대상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를 의료인이 의뢰한 경우를 전제로 허용하면서 보건의료계의 반발이 거세다. 

보수정부 때 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주요 공약사항에 포함시킨 것이 시발점이 됐으니 역사가 꽤 깊다. 당시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이다 보니 2010년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변웅전 의원이 총대를 매고 '건강관리서비스법 제정안'을 입법발의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의료영리화 우려와 민간보험사 서비스 참여 등이 문제가 제기되자 2011년 손숙미 의원(한나라당)이 민간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재 발의했으나, 국민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거나 개인 질병정보의 집적과 상업적 유출 위험이 크다는  반대여론에 밀려 법제화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 건강관리서비스 제도화는 재추진됐다. 2016년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등의 내용을 담은 '투자 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는데, 의료행위와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정보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웨어러블기기 등 활용기술을 건강관리서비스업으로 분류해 육성·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정부의 추진 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모델을 따라가는 모양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의원입법 발의 형식을 통해 국회 심의를 구했으나, 이번에 행정규칙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으로 밀어부치려 했던 박근혜 정부 때 처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 및 사례집'을 개정해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행 과정도 문제다. 10월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년동안 시행하는 시범인증사업을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당·정 협의도 진행되지 않았으며, 국정감사 업무보고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절차적 하자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지난 6월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시범사업 설명회를 한 차례 열고 일사천리로 진행중인 이 사안에 의료계 및 시민보건단체의 우려가 고조되자 보건복지부 누리집에 올라온 보도자료엔 "지난 7월 발표한 경제 규제혁신 방안의 후속조치로서 산업계 및 의료계 의견수렴 등을 거쳐 확정됐다"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 5개 단체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으로 이를 규정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있으니 의견수렴을 거쳤다는 해명이 무색하다. 

2011년 손숙미 의원 입법발의에선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자 중 민간보험사는 제외

비대면진료 플랫폼 문제 등 카오스적 상황서 의료영리화 교두보 우려 큰 건 당연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12개 업체는 송파구보건소를 제외하곤 11개 업체가 민간기업이다. 삼성생명, KB보험 등 대기업 민간보험사도 포함됐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니 2011년 손숙미 의원이 민간보험사의 건강관리서비스 기관 참여를 금지해 최소한 대기업의 돈벌이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에서 퇴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니 만성질환 관리가 민간기업의 돈벌이 등 영리활동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한시적 비대면 진료와 조제약 배송, 비대면 진료 중계 플랫폼 문제로 보건의료 생태계는 현재 혼란스럽다. 보건복지부가 아무리 의료영리화와 거리두기를 하려 해도 이 시범사업이 영리화로 가는 마중물이 될 것이란 의심을 지우기 힘든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17일 생중계된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면서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지시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복지서비스부, 국방부는 방위산업부, 국토교통부는 인프라건설산업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윤대통령의 전 부처의 산업화 발언 이후 시민사회단체에선 영리병원 등 의료영리화에 가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니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이 이의 교두보 또는 발판이 될 징후를 걱정하는 것은 결코 기우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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