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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간경변증부터라도 산정특례 적용해야"

"중증 간경변증부터라도 산정특례 적용해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0.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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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에 복수·정맥류출혈·간성뇌증·황달 중 한 가지 이상 동반
40∼50대 환자 절반 경제력 상실·의료비 등 가계 부담 가중
적정 기준·중증도 고려 필요…산정특례 적용 협의 시작해야

간경변증에 대한 건강보험 산정특례 적용은 해묵은 과제다

대한간학회를 중심으로 10여년전부터 간경변증 산정특례 포함을 주장했으며,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아직까지 간경변증 환자들은 질병의 고통과 함께 경제적인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간경변증 산정특례 적용은 왜 미뤄지고 있을까.

대표적으로는 간경변증의 중증 정도가 다양해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게 꼽힌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적용 대상을 좁혀 지원이 시급하고 실효성이 확인된 중증 간경변증부터라도 먼저 산정특례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현필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위원(경희의대 교수·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은 최근 열린 '간의 날' 행사에서 중증 간경변증의 산정특례 적용 필요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 20년 동안 간장애인(간경변·간암) 등록은 꾸준히 증가해 2003년 3108명에서 2020년 기준 1만 3808명에 이르고 있다. 간장애인 등록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중증 간질환자의 비중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 간장애인 등록 현황(출처:보건복지부)
■ 간장애인 등록 현황(출처:보건복지부)

의료비도 늘고 있다. 2015년 1300억원대이던 간경변증 요양급여 비용도 2019년 1880억원으로 급증했다.  

더군다나 사회·경제적 활동을 이어가야할 40∼50대 환자가 절반을 넘으면서 가계에 주는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료비 올무에 갇히는 형국이다. 또 인구고령화에 따라 최근에는 60∼70대 환자도 늘고 있다.

암 조기발견이 가능해지면서 간암 수술 후 건강을 되찾고 직장생활 등 일상을 되찾은 암 환자는 95%의 진료비 혜택을 받지만, 중증 간경변증 환자는 입원을 이어가야 하고, 직장 생활도 못하는데도 암 환자와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

간경변증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면 시급성이 확인된 중증 질환부터라도 산정특례를 적용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신현필 위원은 "비대상성 간경변증부터라도 조속히 산정특례 대상인 '중증난치질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상성 간경변증은 간경변증 환자 가운데 복수, 정맥류 출혈, 간성뇌증, 황달 가운데 한 가지 이상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를 이른다.

이유는 분명하다. 사망 위험도가 암 환자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 중 간경변증 환자 2609명과 5대암(폐암, 직장·대장암, 위암, 간암, 유방암) 환자 4852명의 사망률을 8년간(2002∼2010) 분석한 결과, 간병변 환자군의 사망률이 인구학적 특성을 보정한 이후에도 위험비 1.27로 암 환자군보다 높았으며, 특히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군은 위험비 1.82로 더 높게 나타났다. 

산정특례제도는 진료비 부담이 높고 장기간의 치료가 요구되는 중증질환에 대해 건강보험 본인 부담률을 줄여주는 제도다. 외래(30∼60%)·입원(20%) 본인부담률에 산정특례가 적용되면 외래·입원 무관하게 0∼10%로 조정된다. 

현재 산정특례는 중증질환과 희귀·중증난치질환 등에 적용하고 있다. 

중증질환에는 암, 중증화상,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중증외상 등이 포함된다. 

과거에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표현했지만, 현재는 '희귀질환'과 '중증난치질환'으로 구분하고 있다.  

'희귀질환'은 2019년부터 모두 100개(희귀 질환 2개, 극희귀 질환 68개, 기타 염색체 질환 30개)로 확대됐다.

'중증난치질환'은 치료법은 있으나 완치가 어렵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 사망 또는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수준의 증상으로, 진단 및 치료에 드는 사회·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수준을 보이는 질환이 해당된다.

비대상성 간경변증의 질병 양상을 감안하면 중증난치질환 기준을 충족한다.  

■ 간경변증 요양급여비용 중 연령별 부담비율(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 간경변증 요양급여비용 중 연령별 부담비율(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해외에서도 간경변증에 대한 의료비 지원 사례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는 2014년부터 간경변증을 장기 치료 중대 상병에 포함시켜, 분인부담금을 면제하고 있다. 고위험, 고비용, 장기치료 필요 질환 30개를 선정해 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해마다 질환 대상을 조정하고 있다. 

대만도 중대상병질환을 특수군으로 별도로 관리하며, 재난성 중대 질병을 앓고 있는 경구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고 있다. 현재 30개 질환이 지정돼 있다.  

일본은 산정특례제도는 없지만 특정 상병에 대한 난치병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난치도, 중등도가 높고 환자수가 적은 질환을 대상으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고 있다. 

'간장애' 진단 절차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 

간장애 진단의 기준이 되는 만성 간질환 평가척도(Child-Pugh score) C등급은 인정받기 어렵고, 만성 간질환 평가척도 B둥급일 경우 최근 6개월간 ▲난치성 복수 ▲간성뇌증 2회 이상 ▲간신증후군 ▲정맥류 출혈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중 한 가지 이상의 합병증을 동반해야 하는데 심한 중증 간경변증을 앓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전제 조건도 있다. 

장애 진단 직전 2개월간 진료한 기록이 있어야 하고, 1년이상 충분한 치료에도 장애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진단서, 소견서, 진료기록 등으로 확인해야 한다. 또 장애 재판정을 받으려면 첫 장애 진단 이후 1년 이상 경과하고, 최근 2개월 이상 적극적인 치료에도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아야 한다. 
 
신현필 위원은 "중증 간경변증에 대한 의료비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간장애 등록을 원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고 의료진 역시 고민하게 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라며 "중증 간경변증 환자임에도 간장애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 장애 진단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환자들도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형평성 문제도 짚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3개월 이상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받을 경우 신장장애로 진단된다. 신장장애 환자는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대상이 되지만, 간장애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신현필 위원은 "비대상성 간경변증이 완치가 불가능하고 고위험 질환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한다"라며 "산정특례는 적절한 기준과 중증도를 고려해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 중증 간경변증의 중증난치질환 산정특례 적용을 위한 협의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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