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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06:00 (금)
서초구민회관 의협대표자 결의대회

서초구민회관 의협대표자 결의대회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0.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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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의약분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 결의대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구민회관 대강당은 결사항전을 눈앞에 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의료계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감과 비장감 마저 넘쳐 흘렀다. 전국에서 참석한 700여명의 의료계 대표자들은 국민 건강권과 의사 생존권을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하고 앞장서서 투쟁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불태웠다.

6월 4일 과천에서 열리는 전국의사대회의 서곡을 알리기 위한 이번 대회는 잘못된 정부의 의약분업 저지 투쟁에 개원의 뿐 아니라 전공의, 의과대학생, 봉직의, 의대 교수 등 의료계 전체 구성원들이 직종을 떠나 하나로 뭉쳤음을 확인한 대회였다는 점에서 향후 의료 현안 투쟁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전공의, 의과대학생들은 자체 투표를 통해 의료계 투쟁에 공조해야 한다는 구성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상태에서 동참, 의료계 총력 투쟁에 적지 않은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서초구민회관은 대표자 결의대회 시작 1시간 전부터 전국에서 상경한 의협 시도 지부 임원 및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위원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대회 열기가 고조. 의협 집행부와 중앙 의쟁투 위원들은 의권쟁취를 염원하는 어깨띠를 일일이 대표자들에게 걸어주며 의지(醫志)를 모으기도.

전국병원의사협의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주신구 회원을 비롯한 결성추진위원회 회원들도 등록창구를 열어놓고 결의대회에 참석한 봉직의들의 가입신청을 받느라 부산. 주 회원은 "6월 4일 전국의사대회를 비롯 의권쟁취 투쟁을 위해 병원의사도 의쟁투와 공동 보조를 맞춰 나가기로 했다며 봉직의가 하나로 뭉쳐 의사가 양심껏 진료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

김재정 대한의사협회장도 대회사를 통해 젊은 의사들이 의사협회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고, 병원의사 출범, 전공의협의회 전국 규모 확대, 의사협회 구조조정 등을 통해 회원의 힘을 결집시키고 키워가는 토양을 만들어 가고 있다며 자생적으로 중지를 모아가고 있는 의료계 제단체의 움직임을 높이 평가.

김 회장은 의사들의 소외감과 불안감은 지금까지 의료정책 생산과정에서 소외당하고, 양심적인 진료를 못하게 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 온 정부와 사회에 대한 처절한 울분의 표시라며 의약분업 투쟁이 의권쟁취 투쟁의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

김 회장은 "이번 기회에 약사들의 의사 노릇을 끝장내야 한다며 약국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행위를 범죄행위로 만들고 그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약사의 진료행위를 맹비난.

신상진 의쟁투위원장은 투쟁사를 통해 "의사의 99%가 반대하는 잘못된 의약분업 제도를 무대뽀로 밀어부치는 나라가 이 지구상에 어디에 있냐"며 "의사를 무시한 의료정책의 종말이 어떤 것인가를 똑똑히 보여주자"고 열변.

신 위원장은 정부가 우리 7만 의사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할 경우 6월 20일부터 무기한 폐업투쟁에 맞설 것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해 이런 파국은 오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후 파국의 책임은 잘못된 의약분업을 강제 집행하는 정부에 있다고 경고. 전국 의사 대표자들은 "옳소!"를 연발하며 뜨거운 박수세례.

소동진 부산광역시의사회장은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물러설 이유도 없다"며 "우리의 명예는 이미 땅에 떨어졌고, 전문인으로서 가졌던 긍지는 바람과 함께 태종대 앞바다로 훨훨 날아가고 말았다"고 비통한 심경을 토로한 뒤 "합심협력하고 일치단결해서 잘못된 의약분업 강제실시를 필사적으로 저지하자"고 호소.

최수용 광주광역시의사회장은 "국민건강 보호하는 선진국형 의약분업 실시하라", "잘못된 의약분업 국민건강 좀 먹는다" 등 10개 항의 구호를 외치며 잘못된 의약분업을 저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재확인.

경과보고에 나선 김인호 의협 의무이사는 현재까지 의약분업 진행상황을 핵심만 짚어 명쾌하게 설명한뒤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재분류, 진료수가 적정화, 대체조제-의사의 동의, 생물학적 동등성 확보, 약사의 임의조제 근절을 위한 약사법 명시 등 향후 의협의 추진 방향을 제시.

투쟁사에 이어진 격려사에서 박길수 대의원총회 의장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 집행부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같이 고뇌하고 고민하면서 의권수호와 생존권 확보를 위해 우리 모두 투쟁대열에 앞장서 나가자"고 회원들의 동참과 투쟁을 호소.

의학계 대표로 격려사를 낭독한 지제근 대한의학회장은 "의사들의 봉사와 노력으로 오늘날의 발전된 한국의료를 이룩한데 비하여 그동안 정부의 의료정책은 적절치 못한 것이 많았다"며 "1989년 국민개보험정책이 시작될 때도 의사들은 묵묵히 국가시책에 협조하였고 결국 의사들의 일방적 봉사와 저수가를 감수한 덕분에 그런대로 이 제도가 유지돼 왔다"고 지적한 후 "그동안 보험수가 현실화를 계속 요구했으나 정부는 지극히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며 "의약분업을 실시함에 있어 다시한번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일침.

지 회장은 "이번에 정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희생은 의사들이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동안 의사들이 지켜왔던 최소한의 자존심과 생존권 마저 위협하는 정도"라며 "의약분업안에 대한 우리의 반대는 결코 의료계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나라의 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함"이라고 학자적 입장에서 의료계의 의권쟁취 투쟁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견지.

김동준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지 못할 것이 분명한 정부의 의약분업안을 저지하자"며 옳지 못한 의약분업 반대를 위해 총궐기하자고 당부.

지성의 상징인 대학교수를 대표해 단상에 오른 김현집 서울의대교수협의회장은 "의약분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 단추부터 잘 끼워져야 한다"며 "의약품 분류, 의료수가 현실화, 불법 의료행위 등에 대한 대책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

김 교수는 "의사가 처방하고 그 처방에 따라 약사가 조제를 하는 풍토가 정착돼야 하며, 그에 대한 대비책이 확실히 제시돼야 한다"며 "정치 논리로 의약분업이 왜곡 시행된다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는 고사하고 현재보다도 오히려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정부의 분업 정책에 일침.

김 교수는 전국 의과대학교수협의회 이름의 성명서를 통해 올바른 의약분업이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호소할 계획이라며 학생에서부터 원로 의사에 이르기까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기도.

향후 투쟁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사승언 의쟁투 총무는 "6월 15일까지 정부의 대답을 기다리고 답변 결과에 따라 6월 20일 폐업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뒤 "투쟁을 하는데 말이 필요 없다"며 결연한 의지를 표출.

김대중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전공의 투표결과 98%가 정부안에 반대했으며, 사표나 파업 투쟁에 대해 88%가 동의했다고 밝힌 뒤 다음주부터 사표 작성 주간을 선포하고 4일 전국 결의대회와 의료계의 20일 전면 폐업 투쟁과 관련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일괄제출하고 파업투쟁에 동참하겠다고 발표.

전공의들의 파업 동참에 대해 의쟁투 관계자는 부분 파업이냐 전면 파업이냐가 이번 의권쟁취 투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언급.

전국 41개 의과대학생을 대표해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남훈 전국의과대학학생회 연석회의의장은 '선 보완 후 시행'과 '전공의 및 의쟁투 투쟁 동참'에 대한 학생 투표결과 80~90%가 찬성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4일 전국 의사결의대회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선언. 김 의장은 의료계의 의권쟁취 투쟁에 동조하기 위해 휴업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의과대학생들의 움직임을 지켜봐 달라"고 패기에 찬 의지를 밝히기도.

김재정 의협회장과 신상진 의쟁투 위원장은 김남훈 의장의 두 손을 치켜 올린 채 단상에 올라 의과대학생들의 투쟁동참을 격려. 전국 대표자들도 의과대학생들의 순수한 투쟁 의지에 뜨거운 박수로 화답.

한광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의 비장한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결의대회가 막을 내리자 전국에서 참석한 대표자은 "김재정!", "신상진!"을 연호하며 강력한 투쟁의지를 재확인. 김재정 회장과 신상진 의쟁투위원장은 두 팔을 맞잡고 단상에 올라 대표자들의 연호에 답례하며 의권쟁취의 최선봉에 설 것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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