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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한의사 혈액검사 '불법' 판결 나왔는데 보험급여하라고?
국감 한의사 혈액검사 '불법' 판결 나왔는데 보험급여하라고?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10.0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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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근 의원 "2013년 헌재 결정 이후 한의사 혈액검사 가능" 발언
의료계 "헌재 '혈액검사' 내용 없어 거짓 주장...의료법 기본도 인지 못해"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10월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의사 혈액검사에 대해 급여 적용을 촉구했다. ⓒ의협신문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10월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의사 혈액검사에 대해 급여 적용을 촉구했다. ⓒ의협신문

혈액검사 등을 처방한 한의사가 최근 의료법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판례가 나왔음에도 불구, 국회 국정 감사자리에서 "한의사 혈액검사에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의 발언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2013년도 결정을 인용했는데, 해당 결정문에는 '혈액검사'와 관련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10월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혈액검사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질병을 진단할 수 있어, 의료행위에 앞서 우선시되는 검사"라면서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한의원에서도 혈액검사가 가능해졌는데, 수년 동안 (한의사 혈액검사에)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동일한 의료행위에 대해 의과별 차이를 두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한방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 의견을 물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급여 적용 문제는 의료적 중대성이나 치료 효과, 비용 대비 효과성 등을 고려해 전문가들과 고민하겠다"며 "의·한의과의 직역과 관련한 쟁점인 만큼 양쪽의 충분한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조규홍 장관은 예민한 면허 범위 문제에 긍정도 부정도 아닌 답변을 하면서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의료계는 한의사 혈액검사 질의에 관해 "크게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최근 법원이 판결문에서 밝힌 취지와 정반대의 주장을 한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동일한 의료행위'라는 발언은 의료법의 기본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2021년 4월 29일 한의사의 혈액검사를 무면허의료행위로 판단했다. ⓒ의협신문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2021년 4월 29일 한의사의 혈액검사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했다. [출처=과학중심의학연구원] ⓒ의협신문

광주지방법원은 지난 2021년 4월 29일 한의사의 혈액검사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결했다. 광주지법 판결의 핵심은 한의사의 혈액검사는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이 아니라는 것.

광주지법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의학과 한의학을 구분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취하고 있다. 양자는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 및 진단방법에 차이가 있다"고 분명히 하며 "한의사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등 서양의 현대과학에 기본원리를 둔 진단방법을 제한없이 사용할 경우, 결국 서양의학적 진단 결과에 의존하는 폐단을 가져올 수 있어, 한의학 고유의 진단방법을 계승·발전시켜나가기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아마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으로 보인다"며 "한의계 요구에 대해 선전적 성격 정도로 보인다. 만약 직접적인 액션이 있다면, 한특위 차원의 대응을 할 것"고 밝혔다.

이어 "최근 영역 침범으로 인한 법정 공방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에서는 문제 행위가 '의과적 이론에 따른 것인지 '한의학적' 이론에 따른 것인지에 무게를 두고 판단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혈액검사는 원칙적으로 의과 이론과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재근 의원이 언급한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는 혈액검사가 없었다는 점을 짚으며 "거짓 주장"이라고 정리했다.

김교웅 위원장은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한의원에서도 혈액검사가 가능해졌다는 인 의원의 주장은 거짓"이라면서 "헌재 결정문에서 혈액검사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살펴보면 '안압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을 제시했을뿐 '혈액검사'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2013년도 헌법재판소의 판결문. '혈액검사'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자료=헌법재판소] ⓒ의협신문
2013년 헌법재판소 결정문. '혈액검사'와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자료=헌법재판소] ⓒ의협신문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장은 인재근 의원의 '동일한 의료행위'라는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의료법의 기본도 모르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의료법에서는 의사와 한의사의 영역을 분명히 구별하고 있다"며 "한의사들은 IMS((intramuscular stimulation, 근육 내 자극 치료법)가 침술이라며 의사 사용에 반대하고 있는데, 인재근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의사 IMS는 처벌할 것이 아니라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강석하 원장은 "한의학에서 혈의 개념은 과학에서의 혈액과 다르기 때문에 혈액검사는 한의사의 영역이 아니다. 의사들이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지표들은 한의학적 혈의 개념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혈액검사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일은 현대의학에서 발전해온 영역으로, 고도의 교육을 받은 의사만이 할 수 있다"면서 "한의사가 혈액검사를 하면 자동화되어 나온 수치는 건네줄 수 있지만,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최선의 치료방안을 제안하는 가장 핵심을 환자가 얻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석하 원장은 "한방에서는 혈허·혈어·혈열 등의 병태생리를 이야기하는데, 빈번하게 사용되는 개념인 어혈도 혈액검사 같은 현대의학적 도구로는 측정이 불가능하다"면서 "한방 진단을 원하는 환자들은 한의사에게 한의학적 진단을 받게 하고, 혈액에 대한 현대의학적 검사는 전문성을 갖춘 의사만 해야 환자의 건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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