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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법인 인수합병제도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
법률칼럼 의료법인 인수합병제도 필요성과 법제화 방향
  •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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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에 존립기간·해산 사유 명시하지 않으면 해산할 수도 없어
부실 법인 사회문제…인수합병 법제화·주무관청 관리·감독 필요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변호사(법무법인 반우)

보건복지부는 새 정부 출범 이후 89개의 규제혁신 과제를 발굴해 약 3개월 동안 32개 과제를 개선 완료했으며, 나머지 57개 과제 역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중 입법과제 중 하나가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허용 과제이며, 보건복지부는 2026년 12월을 기한으로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개선의 주요 내용은 의료법인 간 합병을 허용해 부실 의료법인이 법인회생 절차 또는 파산에 이르기까지 지속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의료법인 제도는 1973년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에는 도시를 제외한 지방에 병원급 의료기관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이를 개설할 의사의 숫자도 부족했다.

이에 의사가 아니더라도 일정한 규모의 자금(주로 부동산)을 출연하면 의료법인을 설립해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도록 유도하고자 한 것이 위 제도의 도입 취지이다. 

의료법인은 민법상 비영리 재단법인으로서 상법상 주식회사와 달리 법인을 '사람'이 아닌 '재산' 그 자체가 구성한다. 

따라서 의료법인이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수익을 올리더라도 이를 배당(분배)할 '사람'이 없어 그 수익이 그대로 의료법인 내에 머무르는 것이 원칙이다. 

또 한번 설립이 된 이후에는 정관에 별도의 존립기간이나 해산사유를 정한 것이 아닌 이상, 주무관청이 설립허가를 취소하거나 법원의 파산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마음대로 해산할 수도 없다. 

이는 의료법인의 설립자(재산 출연자)로 하여금 온전히 재산을 의료법인에 기부한 이후 법인의 운영을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해 법인 운영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의료법인은 그 취지에 따라 우리나라 의료취약지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소위 의료취약지인 곳도 현저히 줄어들었고, 반드시 의료기관이 필요한 곳에는 공공의료기관이 설립되어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1차 의료기관도 전문화되어 어지간한 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를 대신할 뿐 아니라 중증 질환의 경우 3차 의료기관으로 환자가 쏠리며 의료법인이 주로 개설해 운영하던 중소형 규모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운영상황도 악화됐다.

이러한 변화 속에 일부 의료법인들은 재정적인 한계를 겪으며 부실하게 운영되고, 심지어는 속칭 '사무장'과 같은 이들이 의료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개설해 운영하는 등 사회문제 발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법인의 운영이 어렵다고 해서 쉽게 그만둘 수도 없다. 이론상으로는 의료법인이 소유한 병원(부동산 및 시설)을 제3자에게 매각할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병원의 부지 및 시설 그 자체는 의료법인의 기본재산에 속하기 때문에 관리감독청에서 처분 허가를 잘 내어 주지 않는다. 

설사 허가가 나왔더라도 부동산과 시설을 분리해 매각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에 대한 진료 안정이 유지되지 못하거나 근로자를 대량으로 해고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어떤 의료법인의 경우 의료기관을 폐업한 채 방치돼 있어 관리감독청에서 해산을 시키려 해도 의료법인의 해산을 의결할 이사진의 선임이 되어 있지 않아 곤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의료법인의 이사진의 자리를 금품을 제공받고 넘기는 방법으로 음성적인 인수행위가 이뤄지기도 한다.

의료법인의 인수 및 합병 제도는 운영의 한계에 다다른 의료법인들에게 탈출구를 열어주기 위해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의료법인과 유사한 비영리법인인 사회복지법인과 학교법인의 경우 이미 관련 법령에서 합병의 근거 및 절차를 규정해 주무관청의 관리감독 하에 합병이 가능하고, 우리나라 의료법인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 역시 의료법에 의료법인의 합병과 분할에 대한 규정을 자세히 두고 있다.

의료법인의 인수 및 합병의 방법이나 절차가 법제화되면 기존 의료법인의 거래처나 채권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재산과 시설 및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인수하도록 해 의료기관의 안정적 유지가 가능하다. 주무관청이 합병 과정을 공식적으로 관리 및 감독할 수도 있게 된다. 

또 합병 과정에서 주무관청이 한계에 다다른 의료법인의 시설 및 병상을 필요한 지역에 배분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의료법인의 합병제도를 악용해 비교적 경영상태가 양호한 의료법인을 사실상 사고 파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소멸될 의료기관의 재무상태 악화 등을 합병의 조건으로 삼거나 주무관청이 합병의 허가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장치도 반드시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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