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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폐동맥고혈압'…잘 알리고, 약 제대로 쓰고, 환자등록 지원하면?
인터뷰 '폐동맥고혈압'…잘 알리고, 약 제대로 쓰고, 환자등록 지원하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8.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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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전 출시된 가장 강력한 치료제 '에포프로스테놀' 아직도 국내 사용 불가
의료진-환자 인식 제고·폐고혈압전문센터 지정·표적 치료제 신속 도입 시급
정욱진 폐고혈압학회장 "표적 물질 발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 통한 관리 가능"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장(가천의대 교수·길병원 심장내과)ⓒ의협신문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장(가천의대 교수·길병원 심장내과)ⓒ의협신문

"완치 방법 없는 폐동맥고혈압 환자도 맞춤형 정밀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폐고혈압 가운데 현재까지 완치방법이 없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료진·환자의 인식도 제고를 통한 조기진단·치료, 다양한 표적 치료제 국내 신속 도입 및 병용치료 허용, 폐고혈압전문센터 지정, 폐고혈압 등록사업 플랫폼 구축 지원 등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질환이지만,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분석을 통해 환자마다 다른 심층 표현형을 규명하고, 치료 표적물질을 발굴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를 제공하면 완치에 가깝게 폐동맥고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욱진 대한폐고혈압학회장(가천의대 교수·길병원 심장내과)은 8월 10일 간담회를 열어 국내 폐고혈압 환자 및 치료 현황을 공유하고, 개선되지 않는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대한폐고혈압학회는 지난 2017년 대한고혈압학회 산하에 발족한 대한폐고혈압연구회 후신으로 7월 26일 창립했다.

폐고혈압은 폐를 지나는 혈관의 압력이 높아져 우심실부전과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난치성질환이다. 국내 환자는 약 40만 명으로 추정되며, 폐고혈압의 한 군인 폐동맥고혈압의 경우 숨겨진 환자를 포함하면 약 4500∼6000명에 이른다. 폐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예후가 나쁜 중증질환이며, 폐동맥고혈압의 경우 현재 완치 방법이 없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5개 군으로 나눠 폐고혈압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5개 군은 ▲1군:특발성·유전성·약물유발·결체조직 질환,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발생(폐동맥고혈압·희귀질환/전체 2%) ▲2군:좌측심장 질환으로 인해 발생(심부전/전체 65%) ▲3군:폐 질환과 저산소혈증에 의해 발생(폐섬유화증/30%) ▲4군:급성폐색전증 후 폐혈관 증식으로 발생(희귀질환/3%) ▲5군:불분명한 여러 기전에 의해 발생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폐고혈압은 '다양하고', '독특하며', '새롭게 주목받는' 질환군으로 특정된다. 

심장내과, 호흡기내과, 류마티스내과, 소아심장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함께 치료해야 하는 '다양한 질환군', 심혈관질환, 희귀질환 등이 다양하게 포함된 '독특한 질환군', 세계적으로 25년전까지는 치료법이 없었지만 전문치료제 10종이 개발되면서 '새롭게 주목받는 질환군'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폐고혈압 환자의 2% 정도로 추정되는 폐동맥고혈압은 낮은 인식 때문에 진단조차 쉽지 않다. 의료진이 질환을 의심하고 검사를 통해 환자를 일찍 찾아내야 그만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 진단에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시작은 '임상적인 의심'에서 출발한다. 

병력·증상·신체검사 등의 소견에서 빈혈, 심혈관계, 호흡기계 문제가 확실치 않을 경우 감별진단으로 폐고혈압이나 폐동맥고혈압을 고려해야 한다. 

이후 심초음파를 통해 WHO가 제시한 2군 여부를 가리고, 폐 CT로 3군을 감별한다. 

다음 단계로 폐환기/관류스캔으로 4군을 감별하고, 최종적으로 우심도자검사를 통해 폐고혈압·폐동맥고혈압으로 확진한다. 

현재 국내 여건에서 폐동맥고혈압은 진단까지 1.5년이 걸린다. 확진 후 환자의 생존기간은 평균 2.8년에 그친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절반은 돌연사, 나머지 절반은 우심실부전으로 사망한다. 아직까지 완치 방법이 없는 불치 질환이다. 

진단이 어려운 이유는 일반적인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 등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폐동맥고혈압의 대표 증상은 호흡곤란, 만성피로, 부종, 어지럼증 등으로 첫 진료 의사가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환자의 낮은 인식 역시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진단을 어렵게 한다.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조기진단의 중요성은 학술적으로도 확인됐다. 

미국·프랑스는 물론 국내에서 진행된 폐고혈압 환자 등록 연구결과, 조기진단 환자는 생존율이 3배 가량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약제 개발로 생존기간도 확진 후 2.8년에서 7.6년으로 늘어났다. 

■ 국내 Vs 일본 폐동맥고혈압 치료 현황
■ 국내 Vs 일본 폐동맥고혈압 치료 현황

이와 관련 일본의 치료 현황은 시사점이 크다.  

일본은 폐고혈압전문센터를 중심으로 인지율 향상 노력과 함께 다양한 약제의 조기 도입 및 병용요법을 허용했다. 

정부와 학계의 인지율 향상 노력은 폐동맥고혈압 등록 환자수 증가로 이어졌다. 10년 사이 2000건 이상의 폐동맥고혈압을 발견했으며, 조기진단과 치료로 이어졌다. 이에 더해 일본 정부는 전방위적인 폐고혈압 전 영역에 대한 등록사업 후원으로 뒷받침했다. 

또 지난 1999년부터 가장 강력한 치료제인 에포프로스테놀(Epoprostenol)을 비롯 다양한 약제가 출시되는 즉시 도입하고, 10년 전부터 적극적인 병용요법을 허용했다. 

이 결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율이 지난 20년 동안 46%(1999)에서 96%(2018)로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5년 생존율도 90%에 이른다.

정욱진 폐고혈압학회장은 일본의 성공 원인으로 ▲폐동맥고혈압의 인지율 향상(정부·학회·언론) ▲다양한 전문약제의 적극적 병용 허용(정부·보험 당국) ▲정부의 적극적 등록연구 사업 후원(정부·학회) 등을 꼽았다. 

국내 폐동맥고혈압 환자는 숨겨진 환자까지 포함해서 4500∼6000명으로 추산된다.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이 가운데 실제 치료 받는 환자는 30%미만에 그친다는 점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폐고혈압에 대한 인지도 향상이다. 폐고혈압학회는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인지율 제고를 위해 '폐, 미리(family)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치명적인 폐동맥고혈압을 미리 발견해 가족의 행복을 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미허가 전문 표적 치료제 신속 도입·병용치료 허용도 주요 과제다. 

세계적으로 폐동맥고혈압 치료 약제는 11가지가 출시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에포프로스테놀(GSK), 리오시구앗(바이엘), 타다라필(릴리) 등은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 특히 가장 효과적인 필수 치료제로 알려진 에포프로스테놀은 27년전 개발돼 전 세계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쓸 수 없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한국 패싱 전략과 보험당국의 무관심이 더해진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은 의약품 규제 완화 일환으로 혁신 약물이나 시급한 도입이 필요한 치료제의 경우 중국 내 임상시험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신속한 허가심사를 진행하면서 에포프로스테놀의 사용을 승인했다. 

국내 역시 폐동맥고혈압 표적치료제에 대한 패스트 트랙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욱진 폐고혈압학회장은 "정부가 환자에게 시급한 도입이 필요한 의약품을 지정하고, 외국에 제출된 허가자료만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절차를 확립하게 될 경우 국내에 신속한 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폐동맥고혈압 치료 약제 국내 허가 현황
■ 폐동맥고혈압 치료 약제 국내 허가 현황

이와 함께 정부 자원의 폐고혈압 등록사업 플랫폼 구축 지원, 폐고혈압전문센터 지정 등도 미룰 수 없다. 

다양한 표적 치료제 개발과 학계의 노력으로 국내 치료 현황도 개선되고 있다. 학계 주도로 2008∼2011년 국내 처음으로 폐동맥고혈압 등록사업이 이뤄졌으며, 2018∼2020년에는 특발성 폐고혈압에 한정되지만 정부 주도로 등록사업이 진행됐다. 특히 폐고혈압학회 전신인 폐고혈압연구회가 발족된 이후 인식 개선과 조기발견에 힘을 보태고, 표적치료제 병용 투여가 이뤄지면서 현재 5년 생존율은 71.5%, 평균 생존기간은 13.1년까지 향상됐다. 

폐고혈압학회는 최근 표적 치료물질 발굴을 통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 맞춤형 정밀치료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폐고혈압환자에 대한 유전적 특이성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내 12개 의료기관에서 폐동맥고혈압 환자 73명과 이들의 17가족을 모집해 유전자검사를 진행한 결과, BMPR2 유전자 돌연변이가 21.9%에서 확인됐다. 또 유전성 폐동맥고혈압 환자 7가족의 17명 중 10명(58.8%)이 BMPR2 유전자 돌연변이를 보유하고 있었다

폐고혈압학회는 이와 관련 전국 26개 병원, 224명을 대상으로 'PHOENIKS'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8∼2020년 수행된 PHOENIKS 1기 사업은 WHO 폐고혈압 분류 1군에 속하는 환자 102명을 모집해 임상데이터 수집 및 생체시료를 확보했다. 

현재 진행 중인 PHOENIKS 2기 사업(2021∼2023년)은 좌심 관련 폐고혈압(LHD-PH) 환자를 포함시켰다. 향후 예정된 3∼5기로 진행하면서 폐고혈압 모든 군을 대상으로 하고 다중 오믹스를 통한 분석을 통해 바이오마커와 표적 물질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정욱진 폐고혈압학회장은 "폐동맥고혈압은 아직까지 불치 영역에 머물러 있는 질환이지만 치료 표적물질을 발굴해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를 제공하면 완치에 가깝게 폐동맥고혈압을 관리할 수 있다"라며 "완치를 위해서는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등을 전부 분석해 환자마다 다른 심층표현형을 규명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맞춤형 폐고혈압 치료 진전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도 가동된다. 

폐고혈압연구회 때 결성을 주도한 동아시아폐고혈압학회(EASOPH)에는 한국을 비롯 중국·대만·일본 전문가들이 참여해, 세계 인구의 22%를 차지하는 동아시아인의 특이 바이오마커와 표적 물질 탐색을 통한 질병 정복에 도전하고 있다.

정욱진 폐고혈압학회장은 "다양한 연구, 학술활동 등을 토대로 환자마다 다른 특성 인자를 규명하고, 이에 맞는 정밀치료를 제공해 질환 극복에 다가설 것"이라며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조기 발견과 강력한 표적 치료를 통해 급변하는 폐고혈압 분야 진료지침 제정과 교과서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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