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가까운 사람이 '법정대리인' 역할? "신중해야"
환자와 가까운 사람이 '법정대리인' 역할? "신중해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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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의원 지정대리인 역할 내용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안 대표발의
'환자와 가까운 사람' 범위 불명확으로 혼란…제도 악용 가능성 높아
타 법률에 위배 가능성 및 '지정대리인'vs'법정대리인' 간 충돌 우려
의협 "개정안 입법취지 수긍하지만, 근본적 해결방안 입법될 수 있어야"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와 가까운 사람을 법정대리인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기관에서 (지정)법정대리인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은 후 수술 등을 했지만, 추후 법정대리인이 나타나 항의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는 경우 설명의무자인 의사에게 책임이 전가될 수도 있고, 법정대리인을 '환자와 가까운 사람'으로 할 경우 가까운 사람의 범위가 불명확해 제도를 악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은 지난 7월 19일 환자와 가까운 사람을 법정대리인으로 하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환자와 장기적·지속적인 친분관계를 맺은 사람 중 사전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사람(이하 지정대리인이라 한다)이 있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갈음해 지정대리인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안 제24조의2제5항 신설)

또 '설명, 동의 및 고지의 방법·절차 등과 제5항에 따른 지정대리인의 요건·지정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환자와 가까운 사람'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문제 ▲타 법률에 위배 가능성 ▲대리인 간 충돌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의료인의 설명의무에 관한 현행 의료법 제24조의2는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에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수술등)에 대한 설명 및 동의의 상대방을 '법정대리인'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의사 등이 설명하고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상대방의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적일뿐만 아니라 법정대리인이 없거나 연락이 어려운 경우 대응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민법상 법정대리인의 경우 보통 친권자 또는 후견인(성년후견인 또는 한정후견인)에 한정되는데, 부부 상호간에도 각 상대방의 법정대리인이 되거나 부모가 당연히 자녀의 법정대리인이 되는 것이 아니며, 후견인의 경우 가정법원의 심판 등 그 법적 절차가 매우 복잡해 성년자의 경우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장혜영 의원의 개정안은 환자와 가까운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전에 지정한 사람(환자 지정대리인)이 법정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으로서, 2016년 12월 1일 개정돼 2017년 6월 2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의료법 제24조의2의 보완입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정안이 보완입법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행 법조항이 갖고 있던 모호성과 불명확성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지만, 개정안은 현행 법조항과 마찬가지로 '환자와 가까운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전에 지정한 사람'이라는 불명확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민법 등 타 법률에 위배될 수 있으며,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와 가까운 사람'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문제
의협은 "'환자와 가까운 사람'의 의미가 모호한데, 해당 문구가 법정대리인이 아닌 직계 존·비속 또는 일정 범위의 친족까지 의미하는지, 아니면 문언 그대로 환자와 친분관계가 있는 사람을 의미하는지가 불명확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를 상당히 확장할 경우 수술 등 설명 및 동의의 상대방 범위가 넓어져 법정대리인에 한정하고 있는 현행 법조항의 문제 해결에는 용이할 수 있으나 설명 및 동의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 질 수 있으며, 동 제도를 악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개정안이 '다양한 가족 형태의 등장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에 따라 원가족과 연락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와 같은 문제 해결을 제안이유로 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정대리인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문제 발생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꼬집었다.

민법 등 다른 법률에 위배 가능성
의협은 "개정안은 수술등 설명 및 동의의 상대방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실상 보건복지부 장관이 환자와 가까운지 여부를 확인·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은 의사에게 환자를 대신해 설명을 듣고 동의를 받는 사람이 지정대리인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한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현행 의료법은 환자가 자신을 대리해 설명을 듣고 동의를 하는 임의대리인에 해당하는 지정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질은 환자가 임의대리인인 지정대리인을 선임하는 것이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입해 환자의 임의대리인에게 법정대리인 자격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의협은 "민법상 임의대리인 선임을 위한 대리권 수여의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수권행위자의 행위능력이 전제돼야 하는데, 애초부터 의사결정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사람이 사전에 대리인을 지정(수권행위) 하도록 하는 것은 대리인에 관한 민법 규정에 위배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개정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사람'이라고 하여 지정의 주체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도록 함으로써 이를 해결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보건복지부 장관은 환자가 지정한 사람을 단순히 확인하는 역할에 한정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만약 법문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하여금 환자가 지정한 사람을 일일이 확인해 환자의 이익만을 위해 대리 업무(설명 청취 및 동의)를 수행할 자를 선임토록 하는 것이라 한다면 지금도 업무가 막대한 보건복지부가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지정대리인' vs '법정대리인' 간 충돌 가능성
의협은 '법정대리인'과 '지정대리인'이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는 입장이다.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이 반대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 지정대리인 제도를 악용 하거나 수술 등 의료행위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의사 등이 지정대리인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받았으나 추후 법정대리인이 나타나 자기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의사 등을 상대로 항의하거나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의협은 "개정안은 원가족과 연락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 수술 전 동의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음을 해소하기 위해 지정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법정대리인이 없을 경우에만 지정대리인을 선임하도록 하고 있지 않으며, 설명 및 동의를 할 수 있는 대리인의 순위 등을 규정하지 않아 양 자가 충돌할 경우 결과적으로 설명의무자인 의사에게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설명 및 동의 절차를 하도록 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는 기본적으로 수긍하지만, 입법을 통한 문제해결이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한 피해가 의료계에 전가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더 이상 수용하기 어렵다"며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입법될 수 있도록 법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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