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9 15:21 (금)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지속적 저임금…"치매 위험 높인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지속적 저임금…"치매 위험 높인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8.05 09:41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 치매 관련 건강 형평성 문제 집중 진단
인지능력 떨어지고 기억력감퇴 속도 빨라…"아동기 빈곤 해결 치매 격차 경감"
"공중보건 전략·정책 결정 통해 사회경제적 환경 개선으로 치매 발병 줄일 수 있어"
[사진=pixabay]
[사진=pixabay]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나 지속적인 저임금이 치매 발병과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 및 치매 질환에 대한 지역사회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빈곤 격차를 줄이고, 공중보건 정책 개발 때 안전, 고품질 식품, 깨끗한 야외 공간 및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지역사회 자원 개선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최근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컨퍼런스(AAIC 2022)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역사회 취약성과 지속적인 저임금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빈곤은 치매 위험을 높이고, 인지 능력 저하,  빠른 기억력 감퇴를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연구자들은 치매와 연관된 사회경제적 지위 등 중요한 건강 형평성 문제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을 추진했다. 

개인 또는 가정의 사회 또는 경제적 상황을 모두 반영한 '사회경제적 지위'(SES)는 신체적·정신적 건강, 행복감 등과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AAIC 2022에서 공개된 주요 내용으로는 ▲높은 사회경제적 빈곤을 경험한 사람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낮은 품질의 지역사회 자원, 기본 욕구 해결을 위한 비용 지불의 어려움 등은 흑인·라틴계 인지 능력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와 관련 있다 ▲부모의 보다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는 알츠하이머병 표지자 'ptau-181'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보다 높은 회복력, 우수한 기본 집행 기능, 노년기 느린 인지 기능 감퇴 속도 등과 관련 있다 ▲지속적인 저임금 노동자는 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노년기 기억력 감퇴 속도가 훨씬 빠르다 등이다.

매튜 바움가트 알츠하이머협회 보건정책담당 부회장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포함 인지와 관련된 건강의 사회적 결정 요인에 대해 계속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를 통해 공중 보건 정책을 시행하고, 모든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개선할 수 있는 지역사회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표 내용을 집약하면, 치매와 인지 장애는 태어나고, 성장하고, 생활하고, 일하고, 나이 드는 환경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마티아스 클레 룩셈부르크대학 박사팀은 치매 발병에 대한 유전적 위험을 평가한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가자 19만 6368명의 기록을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저소득, 적은 재산 등 개인의 사회경제적 빈곤과 고용률, 주택·자동차 소유 등 지역 수준의 사회경제적 빈곤이 치매 발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이를 치매의 유전적 위험과 비교했다.

클레 박사는 "개인이나 지역 수준의 사회경제적 빈곤은 모두 치매 위험의 원인이 된다"라며 "중간 또는 높은 수준의 유전적 위험이 있는 참가자의 경우 지역수준의 빈곤이 클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훨씬 더 높았으며, 이는 개인 수준의 사회경제적 조건으로 조정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발병 위험, 특히 유전적으로 더 취약한 사람들의 생활하고, 일하고, 나이 드는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개인의 건강 행동과 생활 환경은 모두 치매 위험을 설명하는 데 관련 있으며, 유전적 취약성이 높은 개인에게 더 두드러진다"라며 "이같은 연구결과는 공중보건 전략은 물론 정책 결정을 통해 사회경제적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치매에 걸리는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구도 SES가 노년기 치매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앤서니 롱고리아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센터 박사과정(임상심리학)은 '댈러스 심장 연구'(Dallas Heart Study)에 참여한 3858명을 대상으로 인지 능력 평가(몬트리올 인지 능력 평가 점수)와 함께 지역사회의 물리적 환경과 지각된 SES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이 연구에서 열악한 지역사회 자원과 식품·난방·의료 서비스에 대한 낮은 접근성, 폭력에 대한 잦은 노출 등이 인지기능 테스트에서 흑인·히스패닉의 낮은 점수와 관련 있었지만, 백인은 그렇지 않았다.

앤서니 롱고리아는 "소수 집단이 불평등한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치매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적절한 때 치료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 연구결과는 중요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가 데이터 분석에서는 지각된 지역사회 취약성과 경제적 지위가 치매 위험 및 혈관 요인과 관련된 뇌의 백질 부피(WMV) 및 고신호강도(WMH)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소득과 교육 수준은 전체 표본에서 높은 WMH와 관련이 있었고, 낮은 신용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소득, 교육은 낮은 대뇌 WMV와 유의하게 연관됐다. '폭력'은 흑인 여성에서 WMH와 더 많은 관련성이 있었고, 낮은 '신용도'는 히스패닉 남성에서 낮은 WMV, 낮은 '의료 접근성'은 백인 여성에서 낮은 WMV와 각각 연관됐다. 

앤서니 롱고리아는 "과학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알츠하이머 및 치매 질환에 대한 지역사회의 위험 요인을 줄이는 공중보건 정책을 개발할 때 안전, 고품질 식품, 깨끗한 야외 공간 및 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지역사회 자원 개선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퇴행의 생물학적 지표를 포함한 인지 회복력에 대한 사회경제적 환경 영향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제니퍼 맨리 컬럼비아대 어빙메디컬센터 교수(신경심리학) 연구팀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교육 받은 기간으로 측정)가 혈장 'ptau-181'(뇌 노화 및 알츠하이머병 바이오마커) 수치와의 연관성을 완화하는지 여부를 밝혔다. 연구팀은 중년기 성인의 기억력 변화와 연관되는지, 알츠하이머병의 관리와 관련 뇌 변화가 인종·민족 간에 유사한지 둥에 대해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 제니퍼 맨리 연구팀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성장하면서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 'ptau-181'이 기억력·언어·집행 기능 등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맨리는 "다민족, 세대간 연구에서 얻은 증거는 어린 시절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뇌 변화에 대한 인지적 비축분(cognitive reserve)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며 "이 데이터는 양질의 교육에 대한 접근과 같은 구조적 투자와 정책 기반 투자가 세대간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보여준다. 아동기 빈곤을 줄이기 위한 해결책은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개됐다.  

카트리나 케지오스 컬럼비아대 메일맨 공중보건대학 박사후 연구원팀은 오랜 기간 낮은 임금을 받는 것이 기억력 감퇴와 연관 있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미국 중년 급여소득자를 대상으로 국가종단연구 데이터를 사용했다.

연구 참가자의 저임금 이력은 ▲낮은 임금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 ▲간헐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 ▲항상 낮은 임금을 받는 사람 등으로 분류하고, 12년 동안 기억력 감퇴와의 관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저임금 근로자가 낮은 임금을 받지 않는 근로자와 비교할 때 노년기에 훨씬 더 빠른 기억력 감퇴를 경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은 10년마다 약 1년의 과도한 인지 노화를 경험했다. 즉, 지속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10년 동안 경험한 인지 노화 수준은 낮은 임금을 받지 않는 근로자가 11년 동안 경험한 인지 노화 수준 수준과 같다는 분석이다.

케지오스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저임금 노동자의 재정적 복지를 향상시키는 사회 정책이 인지 건강에 특히 도움을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여기에는 최저 임금 인상이 포함된다"라고 말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