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시행해보니…"환자는 의사를 꼭 만나야"
비대면 진료 시행해보니…"환자는 의사를 꼭 만나야"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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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소청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비대면 원칙적 반대"
비대면 진료 부정적 인식 72%…지난해보다 10%p 높아져
의사 10명 중 9명, 비대면 진료 "1차 의료기관서 재진환자 대상해야"
대한내과의사회는 7월 7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의협신문
대한내과의사회는 7월 7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의협신문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진행해 본 의사 10명 중 9명이 "전화 상담만으로 충분한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대면 진료에 부정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의사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오진의 위험, 비대면 진료 전문의원의 출현, 원격의료 관련 플랫폼의 난립,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화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한내과의사회는 7월 7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와 공동으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4개의 전문과 의사회는 지난 6월 14일부터 28일까지 시행한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회원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등 4개 전문과목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총 2588명이 응답했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72%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54.4%의 의사가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으며, 18%는 '절대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번 부정적 인식 조사 결과는 지난 2021년 10월 대한내과의사회가 107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60%가 원격 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한 것과 비교해 재택치료를 했음에도 비대면 진료에 대한 인식은 더 나빠져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회원 가운데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에 참여한 의사는 1881명으로 전체의 72.7%였다. 전화상담 후 처방전까지 발행한 비율도 82.8%에 달했지만, 이 중 대면 진료와 비교해 충분한 진료가 이뤄졌다고 생각한 의사는 7.9%밖에 되지 않았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비대면 진료 시 우려되는 점으로 94%의 회원들은 환자를 충분히 진찰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을 지적했다. 그 뒤를 이어 비대면 진료 전문의원의 출현 69%, 원격의료 관련 플랫폼의 난립 66%,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심화 59% 등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더라도 77.9%에 해당하는 회원들은 비대면 진료의 범위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 질환이 범유행을 하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도서벽지와 같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자에 대해서만 해야 한다는 의견도 각각 62.4%와 51%로 나타났다.

더불어, 90% 이상의 회원들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가 이뤄져야 하고, 비대면 진료의 주체는 1차 의료기관이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비대면 진료가 가지는 한계 때문에 의료사고 등의 의사 책임 범위와 비대면 진료의 수가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비대면 진료 시 의료인의 책임 범위 역시 96%의 회원이 '비대면 진료의 한계가 있으니 대면 진료보다는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61.9%의 회원이 '진료 시간, 장비 운용을 고려해 대면 진료 수가보다 비대면 진료 수가가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내과의사회와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라며 "환자가 가진 상태를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 진료는 의사와 환자가 만나면서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어 "충분한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섣불리 도입할 경우 국민 건강에 큰 위해를 끼칠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더라도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시범사업을 우선 시행하며 점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코로나19의 경우 임상 양상이 굉장히 일정한 패턴으로 흘러갔음에도 국민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발생했다"라며 "똑같은 증상이라도 병의 진단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제한된 정보를 갖고 의사가 진단을 하기엔 굉장히 힘들다. 예측 불가능한 일에서 산업적 관점을 내세우며 국민 건강을 우선시하지 않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발상이다"라고 짚었다. 

황찬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장은 "비대면 진료를 하더라도 의사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라며 "비대면 진료는 의사가 실수할 수 있는 구멍이 너무 많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파악하고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됐을 때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태경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를 현장에서 경험해본 의사들이 반대하고 있다"라며 "이 말은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현장에서 직접 느꼈다는 것이다. 경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는 의료 소외지역을 더 소외시킬 수 있다"라며 "비대면 진료 때문에 동네 의원들은 더욱 설 곳이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반대해야 한다"라며 "정말 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의료 인프라가 낮은 지역이나 취약계층 등으로 제한적인 시범사업을 해야한다. 시범사업을 먼저 해보고 사안에 따라 질환에 따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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