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 "어디 사느냐에 따라 생사 갈린다면…" 
대한뇌졸중학회 "어디 사느냐에 따라 생사 갈린다면…"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7.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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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사망원인 질환 4위 뇌졸중…뇌졸중센터 지역편중 극심
허혈성뇌졸중 20% 첫번째 방문 병원에서 치료 못받고 전원
중중응급의료센터, 뇌졸중진료 신경과 전문의 없어 치료 못하기도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이 7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이 7월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뇌혈관 질환에서 '골든타임'은 생사를 가른다. 다행히 생명을 유지하더라도 후유장애는 환자와 가족에게 더 큰 멍에를 안긴다. 결국 시간싸움이다. 

국내 대표적 뇌혈관 질환인 뇌졸중 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환자들의 생명줄인 뇌졸중센터도 수도권에 57.1%가 집중돼 있어 지역편중이 극심한 상황이다. 어디서 발병하느냐에 따라 삶과 죽음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한뇌졸중학회는 7월 1일 롯데호텔서울에서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뇌졸중 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해 ▲병원 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 강화 ▲응급의료센터 분포와 같은 전국적 뇌혈관질환 센터 구축 ▲뇌졸중센터 인증사업 지속·확장 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현재 뇌졸중센터 분포는 상업적 목적의 복합쇼핑몰 입지와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 지역으로 진입한 전남·전북·경북·강원 등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응급의료센터의 신경질환 진료기능 강화도 시급하다. 올해 5월기준 전국에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15곳에 이르지만 뇌졸중센터는 74곳에 불과하다. 모든 응급의료센터에서 뇌졸중과 같은 신경질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신경과 전문의가 부족하고, 전공의 지원율도 떨어진다. 뇌졸중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의 지역편중과 급성기 환자가 주로 내원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뇌졸중 치료 전문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실제로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평가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센터 163곳 중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센터는 113곳에 그쳤다. 

뇌졸중 집중치료실 수가 신설은 절박하다. 현재는 저수가로 인해 운영 자체가 어렵다. 뇌졸중 환자 예후와 직접 연관되는 집중치료실은 사망률·의존도 감소효과가 확인됐다.

뇌졸중학회는 70개 중진료권 기반의 전국적 뇌혈관질환센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뇌졸중 급성기 진료가 가능한 신경과 전문의 배치, 응급의료수가·응급행위수가 등과 같은 '뇌졸중진료수가' 산정, 환자 확인부터 의료기관 치료까지 24시간 가동되는 사회안전망 역할 확보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은 "뇌졸중이 의심될 땐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가능한 빨리' 부분은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환자 상태나 전원 시간에 따라 '치료 가능한 병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같은 질환이라도 시간·상황에 따라 대응을 달리해야 한다"라며 "현장에서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정보 체계가 필요하다. 병원전단계에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 이사장은 "첫 병원을 잘못 선택하면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다. 1시간 늦어지면 회복률은 10% 정도 떨어진다"라며 "어느 병원으로 갈지, 어느 정도 치료가 필요한지 등을 현장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정보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제 발표를 맡은 이경복 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는 "뇌졸중은 국내 주요 사망원인 4위 질환으로, 연간 약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전체 뇌졸중환자의 78% 이상이 60세 이상의 고령환자인 만큼,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을 고려하면 뇌졸중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은 점차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센터의 중요성도 되새겼다. 

재관류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일차 이송비율이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련 연구를 통해 확인됐으며, 병원전단계에서 뇌졸중환자를 적절한 치료 기관으로 이송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이경복 정책이사가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이경복 정책이사가 '뇌졸중치료 향상을 위한 병원 전단계 시스템과 뇌졸중센터 현황 및 방향성'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실제로 2013∼2014년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환자의 약 17%는 첫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전원 비율도 지역별로 편차가 컸는데, 가장 낮은 곳은 환자의 9.6%, 가장 높은 곳은 44.6%로 나타나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전원율이 높은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과 뇌졸중센터의 지역불균형에 있다.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신경과)은 첫 병원 방문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이유로 뇌졸중 전문의료인력의 부족 및 뇌졸중센터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꼽았다.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2년 5월 기준으로 215곳에 이르지만,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곳 뿐이다. 구급대원이 이송 예상병원에 뇌졸중 의심되는 환자를 사전 고지하는 비율이 98%에 달하지만, 이 정보가 뇌졸중진료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지역기반의 전문적인 뇌졸중 진료 체계를 구축, 양질의 뇌졸중 진료 제공, 지속적인 진료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2018년부터 뇌졸중센터 인증 사업을 진행중이다. 정맥내 혈전용해술 시행가능여부, 뇌졸중 집중치료실 운영 등 9개 기준 21개 항목을 통해 뇌졸중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지가 인증의 주요 기준이 된다. 현재 재관류치료까지 가능한 뇌졸중센터 54곳, 일반 뇌졸중센터 13곳 총 67곳이 뇌졸중센터로 인증됐다. 

문제는 뇌졸중센터가 서울·경기·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고, 소위 복합쇼핑몰 분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교수·동아대병원 신경과)은 "전남·전북·경북·강원 등과 같이 고령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은 뇌졸중센터가 확충돼야 한다"라며 ""뇌졸중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역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뇌졸중학회 임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배희준 이사장, 이경복 정책이사,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 김태정 홍보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신경과).
뇌졸중학회 임원들이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배희준 이사장, 이경복 정책이사,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 김태정 홍보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신경과).

뇌졸중센터 지역 불균형의 주 원인으로는 인력·자원 부족을 꼽았다. 

자채관 질향상위원장은 "뇌졸중집중치료실은 뇌졸중 후 환자 사망률을 21%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될 정도로 환자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인다. 2017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가 신설됐으나 턱없이 낮아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약 13만원∼15만원 정도로, 일반 간호 서비스가 제공되는 상급종합병원 신포괄 수가 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인력 부족 문제도 노정됐다. 

급성기 환자가 주로 방문하게 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뇌졸중 진료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63곳 응급의료센터 중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센터는 113곳 밖에 되지 않는다.

뇌졸중학회는 이런 지역편중 현상 해결을 위해서는 병원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 기반으로 뇌혈관질환 센터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서비스(EMS)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의 네트워크 구축, 뇌졸중센터 확대와 균형 배치 등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뇌졸중학회는 진료권 기반 응급의료센터 확대, 신경과 전문의 배치 등에 대한 공론을 모으기 위해 7월 2일 오전 9시부터 서울대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공청회를 연다. 

이경복 정책이사는 "뇌졸중은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달라지는 급성기 질환임에도 전문의 부족, 뇌졸중센터 운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역별로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라며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치료 환경을 반영해, 병원전단계에서 적절한 기관의로 이송돼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며,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자원 배분 역시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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