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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남아시아 긴급 구호현장을 가다-반다아체는 지금

[특집]남아시아 긴급 구호현장을 가다-반다아체는 지금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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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우리를 버렸다."

지난해 26일 인도네시아 반다아체 지역은 갑작스런 지진과 해일로 수만명이 사망하고 엄청난 재산 피해를 입었다.

국민의 약 90%가 이슬람교도인 이곳 사람들은 아체 지역이 신의 노여움을 사 큰 재앙을 맞게 됐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일부 시민들은 "아체 지역은 마약·성매매 등의 각종 범죄가 성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반군이 날뛰는 바람에 윤리적·종교적·정치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실토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자극하는 시체 썩는 냄새와 곳곳에 흩어진 무너진 집들의 잔해와 진흙 더미들은 재해가 발생한지 보름이 지난 지금도 그 피해가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반다아체 지역의 상황은 외신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현지에 도착한지 5일이 지나서야 겨우 차량 진입이 가능해져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꼬따(곶)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과 상점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도시는 온통 진흙으로 덮혀 있었다. 몇몇 경찰들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어 이곳이 과연 사람이 살던 곳인지조차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항구에 정박해 있어야 할 거대한 선박이 시내 한복판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면 물기둥이 얼마나 높고 강하게 몰아 닥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피해 지역을 둘러본 한국의 의료지원단 팀원들은 "헐리우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방불케한다" "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이 재현됐다"고 말하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포크레인을 동원해 흩어진 사체를 끌어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느 가정집에서 부모와 7살쯤 돼 보이는 어린아이가 함께 끌어 올려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대강 수습돼 검은 비닐로 쌓여진 사체는 몇 시간씩 길거리에 방치되고 있고 간간히 트럭이 와서 길거리에 쌓인 사체들을 실어 가곤 했다.

진도 6이상의 강한 여진이 하루 한차례 이상 발생하고 반군과의 교전으로 총성이 이어지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 돼 현지인들조차 반다아체를 외면하고 있었다.

밤늦은 시각에 거리를 배회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고 진흙더미로 배수구가 막혀 비만 내렸다하면 물이 불어나 복구작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전염병은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재해 당시 바닷물 흡인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이나 물에 떠다니다가 나무 조각 등에 부딪혀 생긴 열상 환자가 많다.

또 재해 현장에 대한 복구가 시작되면서 못에 찔리거나 상처가 나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피부 궤양이 생긴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수많은 가족과 집을 한순간에 잃어 버린 충격으로 생긴 정신적인 피해도 간과할 수 없다.

쓰나미로 아빠·엄마를 모두 잃은 6살난 아이는 사람이 가까이에만 가도 울음을 터뜨리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재해로 17명의 가족을 모두 잃고 두 시간동안 수영을 해서 간신히 살았다는 40세 여성은 항정신제제를 처방받기 위해 매일 병원을 찾고 있다.

현지인은 물론 온 세계가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지역에는 구호의 손길도 닿지 않고 있으며, 피해의 정도도 심각해 반다아체가 예전 모습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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