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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한의사 카복시 시술은 불법" 유죄 확정
대법원 "한의사 카복시 시술은 불법" 유죄 확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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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 모두 한의사에게 유죄 선고…"한의사 면허범위 이외의 의료행위" 판단
"서양의학 기초한 치료법을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포장하려는 시도에 불과"
합병증도 통상적 침술에 의한 것과 위험도 달라..."한의사 적절한 대처 못해"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대법원이 한의사가 비만치료를 위해 카복시 시술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카복시 시술은 서양의학의 이론과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 한의사의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해 유죄(벌금 80만원)를 인정한 원심을 인정한 것.

대법원은 6월 30일 카복시 시술을 해 의료법위반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A한의사에게 벌금 80만원을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문제가 없다며, A한의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A한의사는 서울시 서초구에서 G한의원을 운영했다. A한의사는 2013년 5월 13일경 G한의원에서 환자 H의 허벅지에 축적된 부분적인 지방을 분해하기 위해 '기복기'라는 의료기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일명 '카복시' 시술을 했다.

또 2014년 7월경까지 G한의원을 찾아온 불특정 다수의 환자들을 상대로 카복시 시술을 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했으며, 의료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2016년 2월 16일 A한의사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한의사는 "기복기의 작동원리는 물리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이지 서양의학적인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기복기를 통해 인체에 주입되는 이산화탄소는 체내의 지방을 분해한 다음 호흡을 통해 배출돼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의사들은 정규 과정을 통해 기복기의 사용에 대해 교육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복기를 한의학적으로 응용한 기침요법 또는 경피기주요법이라는 한방의료행위를 하는 범위 내에서만 기복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기복기를 사용해 카복시 시술을 하는 것은 한의사의 면허된 범위 내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한의사의 카복시 시술 행위에 대해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 범위는 의학과 한의학으로 이원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도 달라서 진단방법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는 점 ▲이산화탄소의 물리적 특성 및 이산화탄소에 반응하는 인체 조직의 생화학적 특성에 근거를 둔 것이므로,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를 기초로 했거나 이를 응용한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수 없는 점 ▲카복시 시술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로서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점 ▲한의약육성법의 규정이 전통적인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로 하지 않은 의료기기 등의 사용까지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라는 주장을 배척했다.

1심 재판부는 "기복기를 사용한 카복시 시술은 이산화탄소의 물리적 특성 및 이산화탄소에 반응하는 인체 조직의 생화학적 특성에 근거를 둔 것이므로, A한의사가 기복기를 한의학적으로 응용한 기침요법 또는 경피기주요법의 일환으로 카복시 시술을 했더라고 그런 행위는 전통적인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기초로 했거나 이를 응용한 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A한의사는 1심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2심 재판에서 A한의사는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기침을 시술한 것으로서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포함된 진료행위에 해당하므로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음에도 1심은 한의사에게 허가된 의료행위의 범위에 관한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해 자신의 적법한 의료행위를 유죄로 인정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 또한 2심 재판부(서울중앙지방법원)는 받아들이지 않고, 2016년 12월 6일 A한의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A한의사의 카복시 시술은 한의사로서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 충분하고,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1심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2심 재판부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치료법은 1932년 프랑스에서 시작해 피하에 주입된 이산화탄소에 의한 혈관 확장과 말초혈액순환 개선효과와 함게 2001년경 부분미만치료 효과가 발표되면서 이산화탄소를 피하지방층에 주입해 부분미만 치료목적으로 응용되기 시작했다고 연원을 설명했다.

또 카복시 시술의 연원과 작용기전은 한의학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술돼 있을 뿐만 아니라, A한의사 역시 이런 원리에 의해 지방분해 효과가 발생한다고 인정해, 카복시 시술은 서양의학에서 시작되고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로 해 발전될 것이라고 충분히 인정된다고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카복시 시술의 연원이나 기전이 서양의학의 원리에 기초하고 있고, 이미 카복시 시술이 의사들에 의해 서양의학의 원리에 따라 광범위하게 시술되고 있으며, A한의사의 시술방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봤다.

이어 "공기 중 0.03%에 불과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것을 두고 '기의 주입'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쉽게 수긍되지 않고, 한의학 분야에서 이산화탄소의 주입을 통한 치료는 주로 카복시 시술과 같은 비만치료 목적으로만 사용될 뿐 '기'가 부족함으로 인해 생긴다는 다른 병증의 치료에 적용되지 않는다"고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산화탄소가 주입되는 혈자리가 환자들이 주로 비만을 호소하는 부위에 집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A한의사 역시 지방분해를 원하는 부위에 시술된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서양의학에 기초한 치료법을 한의학적 원리에 따라 포장하려는 시도에 불과하고, 달리 카복시 시술이 한의학적 원리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2심 재판부는 "카복시 시술에 따라 발생하는 합병증은 단순한 통증이나 가려움 등 비교적 가벼운 것부터 마이코박테리움 등에 의한 세균감염, 피하공기종, 기흉, 종격동기종 등이 있고, 혈관을 찔렀을 경우에는 혈전 색전증이나 공기 색전증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며 "통상적인 침술에 따른 합병증 위험의 정도와 다르다"고 봤다.

이어 "이런 부작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서양의학에 기초한 원리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며, 한의사가 이를 적절히 대처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크다고 판단했다.

또 "한의학에서는 이 사건 시술 이외에도 면허범위 내에 한약의 처방이나 통상적인 침술 등을 통한 다양한 종류의 비만치료법이 있다"며 "보건위생상의 위해 가능성을 무시하고 기복기를 사용하는 카복시 시술을 허용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한의사는 2심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A한의사의 상고를 기각해 원심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박수현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한의사의 불법적인 의료 행위를 불허한 대법원의 판결을 매우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복시의 경우 침습적 의료행위로서 고도의 전문성 없이 환자에게 시행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며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와의 면허 규정이 분명히 되어 있는 것은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부터 학문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법상 의사가 할 수 있는 의료기기나 의료행위를 전문적 지식 없이 사용하려는 것은 환자와 국민 건강에 큰 피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의료법 내에서 역할의 분리는 분명하게 이뤄져야 하며, 중대한 국민건강과 연관될 수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올바른 판결을 내려준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환영하며, 향후 과학과 상식에 기반해 올바른 법원판결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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