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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협력·연대 통한 '아카데믹 메디신' 구축…"더 미룰 수 없다" 
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협력·연대 통한 '아카데믹 메디신' 구축…"더 미룰 수 없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6.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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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교육·연구에 인적자원 투입…손실분 공적 보상 이뤄져야
내부 이견 있어도 '한목소리'·'낮은 슬로건'으로 지속적 연대 모색
의학연구 중요성·의료계 협력 필요성·공론화·가치 중심 접근 등 제안
권복규 이화의대 교수가 6월 16일 열린 ''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아카데믹 메디신(Academic Medicine) 정의 및 개념'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권복규 이화의대 교수가 6월 16일 열린 ''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아카데믹 메디신(Academic Medicine) 정의 및 개념'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협력과 연대를 통한 아카데믹 메디신 구축이 화두로 떠올랐다. 

'2022 대한의학회 학술대회'는 첫 세션으로 아카데믹 메디신의 현실과 미래에 주목했다. 

권복규 이화의대 교수는 '아카데믹 메디신(Academic Medicine) 정의 및 개념' 주제발표를 통해 교육과 연구가 바탕이 되고, 진료가 따라가는 형태가 바람직한 데 그렇지 못한 국내 아카데믹 메디신의 현주소를 되짚었다. 

대학병원 임상현장을 살펴보면 진료가 가장 비중이 크고, 교수들은 승진을 위해 연구를 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며, 이런 과정 속에서 교육은 가장 희생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아카데믹 메디신은 의료 영역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입장도 내놨다.

권복규 교수는 "아카데믹 메디신은 기본적으로 공적 기능을 품고 있다"라며 "의학 전승과 학술 연구는 특정인을 위한 게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의학의 전승과 학술 연구를 위해서는 사회 공동체의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고 사회의 지원은 정부나 혹은 퍼블릭 펀딩을 통해서 가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의사 정원을 늘릴 때 연방 정부가 특별법을 만들어서 의과대학에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주도록 했다. 의과대학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정원을 늘리라는 형태로 유도했다. 의대는 정부 지원이 없으면 시설을 확충하거나 교수를 더 뽑을 수 없기 때문이다. 

권복규 교수는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자본주의적인 교육도 그렇게 했는데 우리나라는 의대 정원을 늘리던지, 줄이던지 정부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늘린다고 해서 그에 대한 예산을 더 주거나 지원에 대한 생각도 전혀 없다"라고 아쉬워 했다.  

진정한 공정의 가치가 적용되지 않는 한 아카데믹 메디신은 요원하다는 인식이다. 

권복규 교수는 "대학병원 소위 아카데믹 메디칼 센터는 상당 부분의 인적 자원을 교육과 학술 연구에 돌려야 하고, 그에 대한 손실분은 당연히 공적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게 공정한 일"이라며 "이같은 지원이 없으면 아카데믹 메디신은 가능하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신좌섭 서울의대 교수가 '한 목소리로: 아카데믹 메디신 구축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신좌섭 서울의대 교수가 '한 목소리로: 아카데믹 메디신 구축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한 신좌섭 서울의대 교수는 '한 목소리로: 아카데믹 메디신 구축 전략' 발표를 통해 협력과 연대를 강조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역동적인 사회적 요구 대응에 아카데믹 메디신이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신좌섭 교수는 "인성, 인술, 공공의료 등 사회로부터 제기되는 역동적인 요구들을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로 아카데믹 메디신이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이런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코어 조직이 무엇인지, 무엇을 내세우고 탄탄하게 만들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는 더욱 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면적이고 역동적으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할 아카데믹 메디신 조직을 구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신좌섭 교수는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아니고 대한의학회도 아니고 수련병원협회도 아니다. 그런 조직들을 넘어서는 더 큰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환자 단체 참여와 사회적 책무 수행에 대한 제언도 이어갔다. 

신좌섭 교수는 "참여와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감안할 때 시민·환자 단체들의 참여가 보장되고 동시에 사회적 책무의 실천에 앞장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아카데믹 메디신을 구축하면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을텐데 왜 지원을 안 하느냐 식의 접근보다는 조건을 갖추고 안으로부터 혁신을 통해 밖으로 뻗어나가는 접근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협력 체계의 중요성도 짚었다. 아카데믹 메디신과 프랙티컬 메디신, 국민·사회와의 관계 정립, 정부 정책 참여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신좌섭 교수는 "협력의 이점은 확실히 분절된 것보다는 얻는 게 있다는 것"이라며 "협력을 기피하는 무수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협력 없이는 꿈꿀 수 있는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협력은 네트워킹 단계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코디네이션·코오퍼래이션 단계를 거쳐 컬래버레이션으로 이어져야 협력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새로운 미래가 보장된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신좌섭 교수는 "우선은 일시적 공통 사항을 중심으로 한 상호 협력에서 더 큰 미래를 지향하는 상시적 협력으로 이행해야 한다"라며 "각 조직의 정관 혹은 미션에 아카데믹 메디신을 핵심항목으로 편성하고, 임기가 보장된 '연대사업 담당자' 협의 구조를 상설화 해 10∼20년을 내다보는 상설 협의 통로를 구축해야 한다"고 협의의 의미에 대해 분명히했다.

또 "세세한 내부 이견으로 갈라서지 말고 '한 목소리'·'낮은 슬로건'으로 지속적 연대를 모색하고, 합의 수준이 완성됐을 때는 단일 집단으로서 정치력을 발휘하며 점진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토의에서는 의학연구의 중요성, 아카데믹 메디신의 위기, 협력의 필요성, 공론화 문제, 가치 중심 접근 등에 대해 살폈다.
패널토의에서는 의학연구의 중요성, 아카데믹 메디신의 위기, 협력의 필요성, 공론화 문제, 가치 중심 접근 등에 대해 살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는 의학연구의 중요성, 아카데믹 메디신의 위기, 협력의 필요성, 공론화 문제, 가치 중심 접근 등에 대해 살폈다.
 
패널토의에는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 김병수 고려의대 교수, 유대현 연세의대 학장, 박형욱 대한의학회 법제이사, 안석균 대한의학회 고시이사 등이 나섰다. 

먼저 의학 연구에 대한 중요성이 노정됐다. 

한희철 의학한림원 부원장은 "교육은 대학과 교과과정이 있고, 진료는 제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의학 연구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제라도 의학 연구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총괄할 미국의 NIH 같은 사령탑이 생기도록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며 "지금까지 많은 논의를 해왔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의학 연구의 중요성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대학 중심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연구와 관련된 학술단체들이 함께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카데믹 메디신의 위기에 대한 접근도 이뤄졌다. 

김병수 교수는 "의대 교수 노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면 긍정적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아카데미즘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또 추진 중인 공공의료원 전문의들을 지방 거점 국립대학병원 초빙교수 임용하는 문제도 있다"라며 "두 사안에서 교수는 어떤 학문적 존재라기 보다 정년이 보장된 안정적 직위라는 의미로 전해지지만 누구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아카데믹 메디신을 정립하는 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카데믹 메디신 구축을 위한 관계 기관의 협력도 제안됐다.

유대현 학장은 "교수들이 교육·연구·진료 모두를 잘 할 수 없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전문가를 키우는 제도와 인사 제도의 개편도 필요하다"라며 "진료를 많이 하면 그에 따른 보상이 있고, 논문을 많이 쓰면 승진 등 혜택이 부여된다. 그러나 교육을 많이 했다고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대학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카데믹 메디신의 필요성에 공통된 인식을 갖고,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대한민국의학한림원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론화 능력 부족 문제도 짚었다. 

박형욱 법제이사는 "의료계는 아카데믹 메디신을 공론화시키는 능력이 부족했다. 의사들은 환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게 사회적으로 신념화 돼야 한다. 의사도 환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게 신념으로 내면화돼 있을 때 보다 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라며 "의료계의 한목소리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희생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드러난 문제들을 기관 단위에서 해결하고 의사들의 자질과 아카데믹 메디신 향상을 위해 노력한다면 훨씬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치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안석균 고시이사는 "아카데믹 메디신은 실체가 있는 개념이라기보다 가치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치에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성과주의에 빠진 교육에서 학생들은 더이상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라며 "의학적인 진전도 중요하지만 교수·전공의·학생·직원 등 모든 구성원들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웰빙을 이 자리에서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카데믹 메디신이 우리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가치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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