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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폭행범인데 자격정지 3년 국민이 납득하겠나?"
인터뷰 "성폭행범인데 자격정지 3년 국민이 납득하겠나?"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06.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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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영 의협 중윤위원장 "비윤리 회원 면허취소·강력한 징계 확보 필요"
파렴치한 강력범죄 저지른 회원 강력한 처벌할 수 있는 '자율징계권' 강조
"비윤리 의사 제대로 징계해 제 식구 감싸기 벗도록 중윤위 역할 최선"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임기영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은 비윤리 회원에 대해 면허취소와 강력한 자율징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지난 5월 21일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임기영 위원장(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의협이 비윤리 회원에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임기영 의협 중앙윤리위원장은 6월 10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중윤위의 역할을 강화하고, 의협이 자율징계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기영 위원장은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를 성폭행해 파렴치하고 비도덕적 행위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음에도 의협 중윤위는 자체적으로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의협 중윤위에 강력한 징계권이 없다 보니 파렴치한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의협과 중윤위가 제 식구 감싸기만 한다', '의사면허는 살인을 해도, 강간을 해도 끄떡없이 유지되는 철밥통 면허'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기영 위원장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대 대학원에서 의학교육학을 공부했다. 아주의대 학장 겸 의학전문대학원장·한국의학교육학회장·한국의학교육평가원 의학교육인증단장·의료인문학 연구회장 등을 맡아 의학교육과 인문사회의학 발전을 위해 앞장섰다. 2018년 의협 중윤위 위원으로 임명, 의사윤리와 자율권에 관해 깊숙이 관여했다.

임 위원장은 중윤위 심의 과정과 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법을 개정해서라도 비윤리 회원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야 중윤위가 제대로 기능과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밝힌 임 위원장은 "중윤위가 강제조사권과 함께 의사면허를 실질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윤위의 자율 징계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임 위원장은 "진료실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의사회원에게 자격 정지 3년은 납득할 수 없다. 영구 제명 등 최대한 징계 수위를 높여야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는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해 자율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의사회원 전체를 위해 제대로 징계하고, 자율적으로 의사윤리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힌 임 위원장은 "중윤위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일문 일답.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Q.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소감과 각오를 부탁드린다.
의사는 전문직업군이다. 자율규제 기능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회원이 있다면 찾아내 징계하고 퇴출하는 기능이 있어야 전문직업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이런 자율징계권이 없다.
윤리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최소한 자율규제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협이 그런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Q. 중앙윤리위원회의 심의 절차에 대해 말해 달라. 그리고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동안 중윤위는 징계 사안이 있을 때 징계 심사를 했다. 징계는 의협 상임이사회나 일반회원이 요청할 수도 있고, 중윤위 자체적으로 하는 절차가 있다. 한번에 15∼20건 정도 심의하는데  조사기능이 많지 않고, 청문심사도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
여러 이유로 심도 있는 활동을 하기 어려웠다. 다행히 최근에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하면서 전문가평가단이 조사업무를 시행하고, 결과를 시도의사회 윤리위원회에 넘긴다. 시도윤리위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1차 징계를 하고, 중윤위에 결과를 보고한다. 행정처분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재심을 진행하기도 한다.
중윤위는 앞으로 재심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면허를 직접 다룰 수 있어야 위상이 높아질 거로 생각한다.

Q. 지나친 비밀주의는 중윤위 활동의 의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심의 일정과 대상을 공개할 계획이 있나? 피심의인의 인권 보호 장치를 갖춰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심의 일정과 대상을 공개하는 것은 정말 바라는 바다.
2019년 캐나다 등을 방문한 적이 있다. 캐나다는 주마다 면허관리기구가 따로 있고, 완전히 독립돼 있다. 의사회나 정부 소속이 아니라는 말이다.
1년에 80건 정도 징계하는데, 징계 건이 생기면 홈페이지에 상세히 알리고, 청문심사 일정을 공고한다. 원하는 사람은 방청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언론에서 중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현행 법률에서는 인권 침해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비공개로 하고 있다. 당사자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면 질 수밖에 없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는 그렇지 않다. 변호사법에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법 등을 개정해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회원은 징계하고, 징계 과정 등을 의협 홈페이지나 의협신문 등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강제조사권이 없어 정확한 심의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완하는 방안이 있다면?
현재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제대로 활용하면 전문가평가단을 중심으로 강제 조사도 가능하지만, 보건소가 얼마나 협조해 줄지 모르겠다. 징계 당사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어려운 점이 있다.
더 나아가 의협 중윤위·시도의사회 윤리위·전문가평가단 등에서 강제조사권을 확보하면 좋겠다. 

Q. 비의료인이 윤리위 위원으로 활동한 지 약 9년째다. 과거 의사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와 비교해 달라진 점과 개선된 점은 무엇인가?
비의료인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현재 4명의 위원이 비의료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법조인·공무원 출신·언론인 등 비의료인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된다.
법조인은 징계 결정문 및 징계 과정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사안에 관해 조언하고, 언론인은 사회 여론, 공무원 출신은 행정처분 의뢰 등과 관련해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꼭 필요한 위원들이라고 생각한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Q. 최근 중윤위를 새로 구성하면서 여성 위원과 의학회 추천 의료윤리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성추행·성폭행 문제 등에 제대로 대응하기 힘들다는 지적인데, 개선책이 있다면?
중윤위 구성은 대통령령에 남녀 성비를 고려해서 구성하라고 되어 있다.
여자 의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0% 정도다. 11명의 위원 중 최소 3∼4명은 여자 회원이 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번 구성에서는 그게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다. 차기 중윤위를 구성할때 적절하게 여성 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여자 의사 2명에 외부 위원 1명, 또는 여자 의사 3명으로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Q.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중윤위에 넘겨도 심사기간이 매우 길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또 중윤위 처분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심사기간과 처분에 관한 개선 방안 이 있다면 말해 달라.
현행 규정을 보면 징계 종류 중에 최고 수위의 징계는 회원 자격정지 3년이다. 이런 규정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없다.
중윤위는 의료법 위반을 비롯해 온갖 사건을 다 다룬다. 그중 살인을 저지르고, 사체를 유기하거나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경우 법원에서 20년, 25년 징역형 처벌을 한다. 하지만 중윤위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는 회원 자격정지 3년이다. 어떤 국민이 납득 하겠나?
앞으로 중윤위 규정을 개정해 정말 파렴치한 강력 범죄를 저지른 회원에 대해서는 최소한 제명 내지는 영구 제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밖에 심사기간이 늘어져 징계 시효가 지나는 문제도 생긴다. 국민은 내부적으로 타협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실제로 강력범죄는 중윤위가 조사하고 청문회도 하지만, 당사자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조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중윤위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징계했는데, 만약 무죄가 나오면 당사자가 역으로 중윤위를  고소할 수 있는 문제도 있다. 이런 이유로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법적인 판단과는 별개로 윤리적인 판단은 중윤위가 신속하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 전체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는 의사면허관리기구(College of Physicians and Surgeons of Ontario, CPSO)가 법원 기능을 하고 있다. CPSO 내에는 징계위원회가 있는데 우리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Q. 캐나다 CPSO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CPSO의 여러 위원회 중 가장 핵심은 조사, 불평 및 보고 위원회(Inquiries, Complaints and Report Committee, ICRC)와 징계위원회(Discipline Committee)이다.
ICRC에 접수된 불평 및 보고 중 약 2% 정도의 사안이 징계위원회에 회부된다. 주로 진료 표준을 지키지 못했거나, 품위 손상, 전문가로서의 명예나 행동 규범을 지키지 못한 경우, 의사답지 못한 행동(난폭 보복 운전이나 음주 폭행 등), 성범죄 등이 대표적인 징계 사유다.
징계위원회는 평의원 중 공공 위원 8명, 의사 위원 9명과 평의회 위원이 아닌 27명의 의사로 구성된다. 이들은 징계 사안에 대해 우선 청문소위(hearing panel)를 구성하여 청문회(hearing)를 진행하는데, 청문소위는 공공 평의회 위원 2명, 의사 위원 1명, 그리고 평의회 위원이 아닌 의사 2명으로 구성된다.

청문회는 해당 의사와 그의 변호사, CPSO측 변호사, 5명의 청문소위 위원, 기록관, 그리고 독립적으로 법률적 절차에 대해 조언해 주는 법률자문관 등이 참석하여 진행되며 일반 시민과 언론에 완전히 공개해 누구든 청문회를 방청할 수 있다. 
청문회는 통상적인 재판과 같은 형식으로 진행하며, 증인 심문이나 선행 사례 검토 등도 한다. 청문소위 위원들은 청문 절차를 종료한 후 유·무죄 판결과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전체 징계 건수의 약 70% 정도는 해당 의사가 자신의 행위에 관해 사실관계 및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곧바로 협상을 통해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이런 경우 보통 3시간 내외에 모든 절차가 종결된다.
그러나 약 30%는 당사자가 징계 사유를 인정하지 않아 법률 공방을 진행한다. 이런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 빠르면 하루 안에 징계 결정을 내린다. 최장 70일 정도 걸리기도 한다. 

징계의 종류는 견책, 면허 제한, 면허정지, 면허취소 등이 있으며, 드물게 벌금 부과를 하기도 한다. 청문회 비용도 징계를 받은 의사가 부담해야 한다.
당사자가 징계 결과에 불복하면 법원에 항소할 수 있다. 항소는 온타리오주 지방법원에 할 수 있으며 드물게 온타리오 항소법원, 그리고 매우 드물게 캐나다 대법원까지 가기도 한다. 지방법원은 항소를 기각하거나, 다른 청문소위에서 재청문(re-hearing)을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법원에서 번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징계 대상 의사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 CPSO는 대개 재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만일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해당 의사는 징계위원회에서도 유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반대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에도 징계위원회는 이와 무관하게 징계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징계 결과는 CPSO 웹사이트를 통해 대중에게 공표된다. 시민은 특정 의사의 징계 여부나 내용을 웹사이트에서 찾아 확인할 수 있다. 징계 내용과 사유에 관한 세부 사항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청문회는 언론 보도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법원도 판결하지 않았는데 중윤위에서 미리 판단하느냐?'며 따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의협뿐 아니라 지역의사회 윤리위원회의 한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근에 의협이 추진하고 있는 의사면허관리원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Q. 최근 범죄 의사들이 잇따라 조명되면서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 확대 법안(의료법 개정안)'에 관한 찬성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의협은 (가칭)의사면허관리원을 만들어 대응한다는 계획인데, 중윤위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는 비윤리적인 범죄 행위는 당연히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의료 현장에서 계속 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현재로서는 불행하게도 의사들이 사회적인 신뢰를 얻지 못해 자율 규제를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궁극적으로는 의사면허관리원을 설립해 자율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해 나가야 한다.
과거에는 면허관리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의사 사회 내부의 반발이 컸다. 이제는 조금 수긍하는 것 같다.
현재 중윤위에서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행정처분은 내리지만, 중대 범죄에 관해서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런 부분도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적극 요구해 어느 정도 반영했다. 중윤위도 비윤리적인 범죄 행위에 관해 적극 면허 정지 및 취소를 요구해야 한다. 만약 중윤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의협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과거에는 의사회원들이 의료윤리에 관해 비판적인 시각이 컸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윤리를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의권, 의사의 자율권, 의사의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읍참마속처럼 의사회원 전체를 위해 비윤리 회원을 제대로 징계하고, 의료윤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의사를 분리함으로써 나머지 회원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의권수호'라는 것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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