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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료인의 품위, 이럴 때 '손상'됩니다
법률칼럼 의료인의 품위, 이럴 때 '손상'됩니다
  •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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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품위란 무엇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품위는 직품(職品)과 직위를 아울러 이르며, 사람이 갖춰야 할 위엄이나 기품을 의미한다. 흔히 '품위가 있다', '품위를 지킨다'는 말은 후자의 의미로 널리 쓰이는 표현이다. 

그런데 의료인이 이 '품위'를 잃은 일련의 행위를 할 경우, 그리하여 당국이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한다면 이는 자격정지 처분 사유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최근 처남에게 자신이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던 졸피뎀 7정을 줬다가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은 의사 사건도 이러한 맥락에서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졸피뎀, 프로포폴과 같은 마약류 관리는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마약류관리법)'에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데, 여기서 의사·치과의사·한의사 또는 수의사는 이 법 제2조 정의 조항에서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 분류된다. 

보도된 대로 의사 A씨는 당시 사업 고민으로 깊은 잠을 잘 못 이룬다는 처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주거지에서 본인이 소지하고 있던 졸피뎀 7정을 별생각 없이 건넸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A씨가 자신도 모르게 '비도덕적 진료행위(의료법 제66조 제2항, 의료법 시행령 제32조 제1항 제2호)'를 하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사회통념상 의료인에게 기대되는 고도의 도덕성과 직업윤리에 크게 반하는 행위를 하여 전문직 종사자로서 의료인에게 부여된 의무를 훼손하고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평가되는 행위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서울행정법원 2022. 4. 14 선고 2021구합63495 판결). 

졸피뎀은 중추신경을 둔화시켜 수면을 유도함으로써 불면증을 단기적으로 개선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강력하고 빠른 효과로 각종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크다. 

실제로 법조인들이 케이스 리서치할 때 널리 이용하는 유료사이트에서 '졸피뎀'을 검색해보면 강간, 성폭력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강제추행, 살인 등의 죄명이 줄줄이 나온다. 

흔히 '강력범죄'라고 부르는 범죄들에 위와 같이 악용된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졸피뎀은 그 자체로 의료인이 아니면 취급할 수 없는 마약류관리법상 향정신성의약품에 해당할 뿐 아니라, 진료행위에 해당하는 처방 및 의료행위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그 교부 장소가 주거지였다거나 처남 등 가족에게 무상으로 교부된 것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즉 A씨가 병원 아닌 장소에서 진료기록도 남기지 않은 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남에게 위와 같은 위험성을 가진 졸피뎀을 지도·설명조차 없이 교부한 자체가 의료인으로서의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사회통념상 비난받아 마땅한 비도덕적 행위라는 것이다. 

의사가 술을 마시고 진료에 임한 경우도 비교적 흔하게 제기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속한다. 

관련해서 상반된 두 사례를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의사 B씨는 2019년 11월 난데없이 보건복지부로부터 '1개월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통보를 받았다. 2년 전쯤 B씨가 '응급실에서 술 취한 상태로 야간진료를 했다'는 것이 처분사유로 기재돼 있었다.   

사연은 이렇다. B씨는 2017년경 '의사가 와인을 마시고 환자를 봤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권고로 음주 감지기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하 소량의 알코올이 검출됐다. 

알고 보니 과거 B씨로부터 수술을 받고, 수술이 잘못됐다며 수술비를 내지 않는 등 갈등을 빚던 환자 C씨가 신고자였다. 

그는 '음주진료를 한 의사를 제재해달라'며 B씨에 대한 행정처분이 있을 때까지 관할 보건소에 줄기차게 민원을 넣었다. 결국 보건복지부는 112 신고기록을 근거로 위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다. 

다행히 B씨는 음주 사실 자체가 없었거나 경미했고, 진료에 어떤 영향을 미친 정황도 없었던 점을 증명하는 데 주력해서 자격정지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 당일 진료 받은 다른 환자의 증언을 적극 활용한 것도 도움이 됐다. 

반면 진료실에서 등산복 같은 옷을 입고 다소 횡설수설하면서 얼굴과 목 부위도 빨갛게 상기돼 있던 의사 D씨는, 환자의 제보로 출동한 경찰에게 '점심 때 반주로 소주 반병 가량을 마셨다'고 시인해서 이후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이 다퉈볼 여지 없이 확정된 사례도 있다. 

이렇듯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 그 가운데서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서 제재를 받는 행위의 양태는 사전적 의미보다 광범위해서 평소 처분사례를 중심으로 주의 깊게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모든 행정처분이 결국은 해당 의료인에게 앙심을 품은 가족 또는 환자의 적극적인 제보로 이뤄진 만큼, '조금이라도 께름칙한' 진료행위는 주변을 살피며 자제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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