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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다섯 번째 개정 앞둔 의협 '휘장'

논설위원 칼럼 다섯 번째 개정 앞둔 의협 '휘장'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2.05.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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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간 4차례 개정...휘장 속 이미지 '집단 정체성'엔 미흡 인식

ⓒ의협신문
1947년 휘장이 처음 제정된 이래 의협은 4번의 휘장 개정을 했으나 '의신'을 상징하는 지팡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어왔다. 사진 왼쪽부터 1947년 제정된 첫 번째 휘장, 1964년 제정된 두 번째 휘장, 1973년 제정돼 23년간 사용된 세 번째 휘장, 1996년 제정돼 현재 사용중인 네 번째 휘장. ⓒ의협신문

지난 4월 24일 치러진 제74차 대한의사협회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의협의 휘장을 개선하기로 했다. 총회에서 다뤄진 안건들이 워낙 중대한 것이 많은 터라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한 집단의 휘장은 그 집단의 정체성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물이란 점에서 이번 총회에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의협은 1947년 휘장을 처음 제정한 이래 지난 75년간 네 차례 휘장을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휘장 변경에서 가장 큰 논점 중 하나는 휘장 속의 지팡이가 '헤르메스(뱀  두마리)의 지팡이' 또는 '아스클레피오스(뱀 한마리)의 지팡이' 중 어느 것이 적합하냐는 것이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과 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아스클레피안)는 한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반면 의협의 휘장 문양은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헤르메스의 지팡이(카두세우스)가 쓰였기 때문이다. 헤르메스는 여행의 신, 상업의 신, 도둑의 신, 전령의 신이며, 여기에 죽은 자를 안내하는 저승사자의 역할로 알려져 있어 의학의 상징으로서 부적절하다는 것이 요점이었다. 

현 휘장은 두 마리 뱀이 휘감고 있는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들어있는데 그 연유는 1947년 제정한 첫 번째 휘장의 영향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한의사협회 70년사'를 보면  의협 휘장과 관련 "의협이 새로 발족한 후 급선무가 세계 모든 나라 의사회가 활용하고 있는 메디칼 벳지를 제정하는 문제였다"는 기술이 나온다. 이어 첫 번째 휘장에 대해 "박애와 구료 봉사를 상징하는 적십자를 밑바탕으로 삼고 그 중앙에 구호와 평화의 심볼인 의신(카두세우스)를 배치..."라는 구절이 나온 것은 첫 번째 휘장에서 의협의 정체성에 맞게 '의학의 신'을 가장 중요한 상징물로 삼으려 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당시 첫 번째 휘장의 문양 중 의신의 지팡이는 두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상단에 날개가 있는 카두세우스, 즉 헤르메스의 지팡이로 '의신' 아스클레오피오스의 지팡이가 아니었다. 

의협은 1947년 휘장을 처음 제정한 이래 지난 75년간 네 차례 휘장을 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휘장 변경에서 가장 큰 논점 중 하나는 휘장 속의 지팡이가 '헤르메스(뱀 두마리)의 지팡이 또는 아스클레피오스(뱀 한마리)의 지팡이 중 어느 것이 적합하냐는 것이었다.

왜 이런 오류가 발생했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한국전쟁을 통해 들어온 미 육군 의무부대의 표장에서 기원한 것 같다는 것이 일부 학자들의 추정이다. 이런 연유로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의협의 상징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 1964년 5월에 제정된 두 번째 휘장에서는 마침내 한 마리의 뱀이 지팡이를 감고 있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등장한다.  하지만 지팡이 상단엔 날개가 남아 있어 헤르메스의 잔재를 완전히 지우진 못했다. 

ⓒ의협신문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한 마리의 뱀이 감고 있는 지팡이를 짚고 있다. ⓒ의협신문

1973년 4월 제정된 세 번째 휘장에선 아스클레피오스든 헤르메스든  지팡이 자체가 사라지고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태극을 바탕으로한 세계 지도가 들어있는 휘장이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1979년에 발간된 '대한의사협회 70년사'에서는 첫 번째 의협 휘장 제정과 관련해 비교적 상세한 기술이 돼 있지만 이후 나온 85년사, 100년사에선 이후 제정된 휘장과 관련한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행히 2014년 '의사학'에 신영전 교수가 기고한 '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에서 소개된 <의협신보>의 보도로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협회 심볼의 도안은 세계를 향한 의협의 상을 추구, 웅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또한 대한민국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의협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고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요즘 말로  '세계 속의 의협'을 지향한 것으로 보인다.  이 휘장은  23년이란 제법 오랜 기간동안 의협 휘장으로서 역할해 왔지만 아무래도 '의학의 신'이 빠져 의협 휘장으로서 완결성을 갖추기엔 부족하다는 인식을 지울수는 없었던 같다.

마침 1995년 5월 26일 의협의 명칭이 '대한의학협회'에서 '대한의사협회'로 개정되면서 새 휘장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네 번째 휘장 개정이 추진됐다.  당시<의협신보>는 "의협은 의협의 명칭 개정을 계기로 의협의 휘장을 개정키로 하고 이를 현상 모집하기로 했다. 세계 대다수 국가의 의사회 마크는 의신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의 의협 심볼은 의신이 빠져 있어 의협의 심볼로 적당치 않다는 여론이 있어 이를 개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으며('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 중), 의협은 실제 공모에서도 그 조건으로 "휘장은 의사 또는 의사단체임을 상징하는 내용으로 의신이 가미된 도안"으로 할 것을 조건으로 못박았다.

하지만 이런 조건를 명시했음에도 첫 번째 휘장의 헤르메스의 지팡이가 복귀하는 일이 발생했다. 세 번째 휘장이 '의신'이 빠져 의협 휘장으로서 부족하다는 인식 아래 공모 등을 통해 대대적 휘장 개선에 나섰지만 첫 번째 오류가 있었던 휘장으로 돌아간 것이 헤르메스를 의신으로 착각한 것인지 혹은  당시 충분하고 면밀한 검증 과정이 부재했던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로 인해  2006년 의협 CI 작업 추진이나 2011년 의협 로고 개정이 논의되면서 최근까지 뱀의 마리수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지만 휘장 개선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와 작업으로 진전되지는 못했다. 

2011 로고 개정  논의를 끝으로 최근 발등에 떨어진 의료계 사안이 많은 터라 사실 이 문제에 관심을 두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41대 집행부가 임기 2년차를 맞아 헤르메스의 지팡이는 의학의 상징물로서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휘장 개선'을 총회의 인준을 받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의협은  2022년 회기 중 회원 뿐 아니라 예비 회원인 의대생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하고 각 시도의사회 및 직역협의회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휘장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좀더 세세한 추진 일정이 나오겠지만 공모 과정뿐 아니라 휘장 제정과 관련 모든 과정을 공개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개정 후에도 관련 이벤트를 벌여 회원들이 그 상징에 담긴 뜻을 공유해 의사로서의 자부심를 갖고,  '대한의사협회'의 가치를 알리는데 이번 휘장 개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아울러 첫 번째 휘장 제작과 관련해 <대한의사협회 70년사>에 자세히 기술돼 있지만 이후 80년사, 100년사에 휘장과 관련한 기록은 극히 미흡한 점을 고려해 이번 기회에 휘장과 관련 후대에 참고할 기록을 남기는 일도 병행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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