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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집중분석 저출산 해법?…"걱정없이 아이 낳을 수 있어야"
집중분석 저출산 해법?…"걱정없이 아이 낳을 수 있어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3.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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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 국가보장제, 안전망 확보, 통합 거버넌스 구축 시급
분만 관련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 도입…산모-의사 신뢰 조성
고령·고위험 분만 지원 대책 절실…인력 양성 지원 미룰 수 없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해마다 최저점을 찍고 있다. 지난 2018년(0.98명) 처음으로 1명 이하를 기록한 이후 2019년(0.92명)→2020년(0.84명)→2021년(0.81명) 등으로 갈수록 내리막이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 개입이나 사회적 인식 전환을 통한 반등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합계 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심각성은 더해진다.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61명이다. 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최근 '임산부와 여성 건강을 위한 정책 제안'을 통해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의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국가의 중장기적 어젠다로서 여느 분야와 견줘도 사안의 시급성에서 뒤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절실함이 묻어난다. 

산부인과학회가 가장 먼저 제안한 대안은 임신·출산 비용 국가보장제다. 

정부는 지난 2017년부터 질식 분만에 한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분만의료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질식 분만을 시도하다가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하거나, 분만을 위해 입원했지만 분만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 

고령 임신이 늘면서 임산부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의학적 판단에 따라 시행한 제왕절개술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위험 산모 중환자실 치료 비용(300만원)도 모든 임산부가 아니라 입원 전 소득 기준에 따라 지원 여부를 정하고 있다. 

산부인과학회는 ▲분만 의료비 ▲고위험 임신 의료비 ▲선천성 기형 태아 진단·치료비 등을 전액 국가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분만을 포함한 임신 진단부터 출산 후 회복기간까지 임신 관련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제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늦은 결혼과 임신으로 35세 이상 고령임신부 비율이 2000년 6.8%에서 2019년 33.3%로 증가하면서, 조산아·저체중아 출산도 늘었다. 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신설, 고위험 임산부 입원료·관리료 현실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늦은 결혼과 임신으로 35세 이상 고령임신부 비율이 2000년 6.8%에서 2019년 33.3%로 증가하면서, 조산아·저체중아 출산도 늘었다. 이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역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신설, 고위험 임산부 입원료·관리료 현실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전한 출산을 위한 보호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수가 가산도 절실하다. 현재 산과는 수가가산에서 배제돼 있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환자 대상 가산으로 신생아 가산, 소아 가산, 노인 가산 등과 함께 산모 가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출산 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의료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조기진통'·'산후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임신 1회당 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기 전에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분만수가 연동제 도입, 제왕절개 포괄수가 가산 현실화 등의 대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늦은 결혼과 임신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는 고위험 임산부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지역형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신설하고, 부족한 고위험 임산부 치료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민간병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일반 중환자실 수준의 입원료·관리료 현실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갈수록 분만기관이 줄어들면서 빚어지는 분만취약지도 문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모성사망비의 지역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분만취약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100∼300병상 종합병원 내 산부인과 개설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000년까지는 종합병원 개설 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을 필수과목으로 의무화했다. 하지만 2001년 이후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중 3개 과목만 갖추면 종합병원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하면서 산부인과가 상대적으로 외면받고 있다.

의료사고 공적보상제도 역시 분만취약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의료와 직접 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신생아 뇌성마비, 출산 관련 모성사망 등에 대해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에서 보상하고, 보상액수는 뇌성마비 건당 3억원, 출산 관련 모성사망 시 1억원 지급 등을 제안했다.  공적보상제도 재원은 임산부 1인당 30만원의 보험금을 국가에서 지원받아 병원이 가입하는 방식으로 마련하는 방안이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서는 전국 어디에서나 임산부와 의사 모두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신부가 약물에 관해 상시 상담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령 임신 증가로 고혈압, 당뇨, 자가면역질환, 항암 치료 등으로 약물 복용 상태에서 임신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임산부가 약물 상담이 필요할 경우 거주지 인근 산부인과에서 상시 상담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임산부 약물 상담료 및 교육료'를 신설하고,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표준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출산 관련 정책이 효율적으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기존 임신·출산 정책에 관여하는 부서 업무를 통합해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신속한 집행이 가능할 수 있도록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임신·출산 관련 정책을 효율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존 임신·출산 정책에 관여하는 부서 업무를 통합해 체계적이면서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신속한 집행을 할 수 있도록 통합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신·출산 정책 통합 거버넌스 구축도 제안했다. 

임신·출산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정부 부처의 업무를 통합해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신속한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안전한 임신·출산을 위한 재원은 국민건강증진기금(10∼20%)을 통해 마련하고, 고위험 산모 전담인력 양성, 산부인과 전공의·산과 전임의 지원 등에 투입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임신·출산 지원 관련 법률의 제·개정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만은 항상 응급상황인 점을 고려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 분만 관련 응급증상에 '분만 진통, 출산 및 응급치료를 요하는 신생아 질환'을 추가하고, 분만 기피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분만 관련 의료사고 및 분쟁제도에 대한 법률 정비를 통해 획기적인 지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신·출산에 친화적인 사회적 환경 조성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저출산 극복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아 합계 출산율 지표 관리에 나서야 하며, 임신 합병증으로 인해 만성질환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큰 여성에게는 출산 후 여성 건강검진제도를 도입, 조기 진단·조기 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혼·임신·출산에 대한 젊은층 및 국민적인 인식 전환도 중요한 과제로 제안했다. 

산부인과 의료계는 정부가 결혼·임신·출산·자녀교육에 대한 세심하고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국가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절대 과제임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저출산 문제는 현재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지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라면서 "임신과 출산은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대전제 속에서 누구나 걱정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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