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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요양급여기준, 정당한 의료행위 기준은 아니다

법률칼럼 요양급여기준, 정당한 의료행위 기준은 아니다

  •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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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통상적으로 일정한 계약이나 법률에서 '정의' 규정을 두어 각 조항에서 쓰이는 용어의 개념에 혼선이 없게끔 정리해두는 데 반해, 의료행위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유독 판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로는 여러 직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기술 등의 급속한 발달로 행위 자체의 개념이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법조문에 고정해두기 부담스러운 측면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판례에 따르면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대법원 2002. 6. 20 선고, 2002도807 전원합의체 판결)"로 정의된다.

이에 더해 현행 법률에 명시된 의료행위 관련 조항의 문구를 단편적으로 기술해 보면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료법 제4조 제1항)", "학식과 경험, 양심에 따라 환자의 건강보호를 위해 적절한 보건의료기술과 치료재료 등을 선택할 권리(보건의료기본법 제6조 제2항)" 등의 개념을 포괄하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요양급여기준이란 무엇인가.

요양급여기준 또한 법령상 정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급여대상에 대해 정의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4항에서 그 개념을 추출해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 제3항에 따라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할 때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이하 '비급여대상'이라 한다)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비급여대상이 아니라면 요양급여대상이 된다는 의미인데, 이는 사회보험 원리에 기초한 국민건강보험제도 운용을 목적으로 공법인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지급하기 위해 정해놓은 일종의 행정편의상 기준에 불과하다.

요양급여기준의 핵심은 진료의 비용효과성과 적정성이고, 이러한 잣대에 따라 요양급여 수가로 인정받지 못한 비급여행위는 다시 법정비급여와 임의비급여로 나뉜다.

그리고 후자와 관련해서, 의료기관 측에서 환자가 당시 동의한 사실과 의학적 필요성을 힘겹게 증명해내어 법원에서 임의비급여 행위 및 그에 따라 비용을 받은 부분이 위법하지 않다며 막대한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라고 한 판결은 익히 알려진 사례이기도 하다.

이렇듯 의료행위와 요양급여기준은 간단히 정의 내리기 쉽진 않지만 적어도 양자의 개념이 다르며, 이를 구분할 필요성도 있다.

그럼에도 마치 요양급여기준에 일치하는 행위만이 정당한 의료행위인 것처럼 포장해서 이를 악용하는 사기업의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년 전부터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의료행위는 요양급여대상에 포함될 수 없으므로 의료기관은 이를 요양급여대상으로 삼아 의료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며 환자의 법적지위를 대신해서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는 민간 실손보험사가 그들이다.

이들 실손보험사는 "관련 법령상 금지된 임의비급여에 해당해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맘모톰 등의 시술을 한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바, 곧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대위청구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므로 각하로 교통 정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개인과 실손보험사 사이의 보험계약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체결된 사적 계약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실손보험사의 내부기준이나 약관 문구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기준을 따른다'는 기재만으로 의학적 필요성이라는 전문적 판단에 따라 의료행위를 행한, 계약 당사자도 아닌 제3자인 의료기관을 통제 또는 구속하려는 시도는 법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현장의 신뢰자본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실손보험사의 뚜렷한 법적 근거 없는 민감 의료정보 탐지 및 의료기관 공문 발송, 소 제기 남발 문제에 범의료계 차원에서 보다 체계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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