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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17:24 (목)
코로나 임신부 위해 보건소 분만 결행한 조용호 새봄산부인과 원장

코로나 임신부 위해 보건소 분만 결행한 조용호 새봄산부인과 원장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2.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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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시작 코로나 산모 두고볼 순 없었죠...임시분만실 마련 구미보건소 감사"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당연히 할 일 했을뿐...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해 다행"

119구급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코로나 중증 환자는 물론 위급한 환자를 후송하는데 헌신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119구급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코로나 중증 환자는 물론 위급한 환자를 후송하는데 헌신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119구급차 안에서 분만하도록 두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지난 2월 1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구미보건소 임시분만실에서 응급 분만으로 생명을 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산부인과 개원의사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분만 과정을 주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임신부를 진료하며 무사히 분만에 성공한 조용호 원장(새봄산부인과의원)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뿐"이라면서 "정말 다행인 것은 산모와 아기가 건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찔했던 코로나19 임신부 응급분만 당시 상황은 이렇다.

경상북도 구미시에 사는 A씨는 출산이 임박한 임신 39주 4일인 지난 2월 15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양성. 코로나19 양성 판정 직후 진통을 느끼면서 고난이 시작됐다.

구미시에서 코로나19 산모가 분만할 수 있는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분만이 가능한 병원은 전무한 상황. 정부가 확보한 음압 분만병상은 전국에 8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여러 병원에 전화했지만 다른 수술 환자와 입원 환자의 감염을 우려, 분만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119 구급대 차량에서 대기하면서 발을 굴러야 했다. 

구미보건소 직원이 A씨가 평소 산전 진찰을 받았다는 새봄산부인과의원에 전화를 돌렸다. 

조용호 원장은 "3∼5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고 있다는 소리에 응급상황임을 직감했다"면서 자칫 구급차에서 분만할 수 있는 응급상황이라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다른 산모와 신생아들이 입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 우려 때문에)우리 산부인과로 오라고 할 수도 없었어요. 대부분 분만병원들이 코로나19 임신부를 진료하기 어려운 것도 다른 산모와 신생아들의 감염 위험 때문입니다." 

급박한 상황에 구미보건소가 나섰다. 서둘러 보건소 진료실을 비워 임시분만실을 만들겠다고 했다. 

"A씨의 큰 아이도 우리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했기 때문에 제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미보건소가 임시 분만실을 만드는 동안 조 원장은 분만 세트와 약품을 비롯해 만일에 사태에 대비해 산소통까지 챙겼다. 구미보건소로 내달렸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찔했지요. 보건소 진료실은 음압은 물론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다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도 어렵기 때문이지요. 자칫 나쁜 결과라도 나오면 법적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최근 검찰은 치료의 결과가 안좋다고 기소하고, 법원에서는 법정구속을 했다는 소식을 접한 터라 보건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웠다고.

구미보건소의 협조 속에 출산을 시도했다. A씨는 40여 분의 진통 끝에 오후 1시 50분 자연분만으로 여아를 출산했다. 다행히 산모와 신생아 모두 건강했다.

A씨는 출산 직후 코로나19 확진자 병동에 입원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태아난 신생아는 가족의 품에 안겼다. 

"분만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진행이 더디면 밤 세워 임신부를 지켜보고 살펴봐야 합니다. 간혹 후유증도 발생할 수 있고요."

조 원장은 "의사나 병원이 코로나 산모를 외면해 제대로 출산하지 못했다거나 위험에 빠뜨렸다는 언론의 뭇매를 맞기는 싫었다"면서 위험을 감수하고 보건소로 달려간 이유를 설명했다.

"저와 함께 손발을 맞추고 있는 과장님이 계시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있었다"고 밝힌 조 원장은 "구미보건소의 적극적인 협조와 준비가 큰 힘이 됐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조 원장은 "낮은 분만 수가와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고스란히 민사·형사 책임까지 감당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분만실을 열고 있다"면서 "전국의 산부인과 동료 의사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길거리나 구급차에서 분만하지 않았기에 여론의 질타를 받지 않았고,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기에 개의치 않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폭증하고 있어 자칫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들이 제대로 분만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염려된다"고 걱정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구급차나 보건소에서 분만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확진 임신부가 읍압수술을 받고 분만할 수 있는 병상이 현재 82개 확보돼 있다"라면서 "이달 중에 200개 병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2월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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