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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다른 감염증에 어떤 영향 미쳤을까?
코로나19, 다른 감염증에 어떤 영향 미쳤을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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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감염증 급감…방역체계 결핵 관리엔 악영향
겨울에 주로 검출되던 'RSV' 방역 완화된 여름 유행
바이러스 유행 패턴 변화·중증도 위험도 제고 유의해야

코로나19는 다른 감염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동시에 다른 질환에 감염된 환자의 사망률을 결정하는 인자는 무엇일까. 동시감염 환자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동반 감염으로 위험을 높이는 다양한 감염증 현황과 이에 대한 극복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임상미생물학회가 2월 18∼19일 이화의대 계림홀에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코로나19로 다른 유행 패턴을 보이고 있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를 비롯 다양한 감염증과의 연관성을 깊이 있게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동시에 위협이 되는 감염증에는 어떤 게 있을까? 

박정수 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발제에서 코로나19가 결핵균 감염자의 결핵 진행 위험성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ARS-CoV-2와 결핵균 감염이 서로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없지만,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제한된 기간동안 사용하는 면역억제제가 잠복결핵을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결핵 사망률에 코로나19가 위험인자로 작용하는지, 동시감염 환자에서 사망률을 결정하는 인자는 무엇인지, BCG예방주사가 코로나19에 대해 예방효과가 있는지, 동시감염 환자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핵 후유증 환자가 코로나19의 고위험군인지 등에 대한 연구 필요성도 제기했다. 

박정수 교수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결핵 관리 체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다각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많은 국가에서 공중보건 자원의 코로나19 집중과 대규모 봉쇄가 되풀이되면서 결핵 관리체계에 악영향이 있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결핵과 코로나19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으로 향후 잘 계획된 전향적 연구가 나와야 한다"라며 "공중보건 측면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결핵 관리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 및 기타 호흡기바이러스 발현에 미친 영향에 대한 발표도 이어졌다.  

김영진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와 다른 호흡기바이러스를 급감시켰지만, 반면 인플루엔자와 호흡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인구가 증가하면서 방역 정책이 완화됐을 때 기존 바이러스 유행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이전 인플루엔자 감염병은 세계적으로 연간 300∼500만건의 중증 질환이 발생하고, 이 가운데 29∼65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강화된 위생 관리와 거리두기 영향으로  급격히 감소해 2121년 가을까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각 국이 봉쇄를 푼 2121년 하반기부터 다소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규모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4분의 1 수준이다.

김영진 교수는 "급성호흡기감염병을 일으키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최대 98%까지 감소했다"라며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지역에서 다시 RSV 검출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에 유행하던 양상에서 방역을 완화했던 여름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호주(11∼12월), 북미(4∼5월), 영국(7월) 등도 RSV 검출 증가가 기존 양상과 다르게 나타났으며 위중증으로 이환된 비율도 높았다. 

김영진 교수는 "RSV가 각 지역에서 보여준 변화된 유행 양상은 다른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인구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강화된 방역 정책이 완화 됐을 때 코로나19 이외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이 기존 유행 패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유행 정도가 이전 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다른 감염증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정혜선 이화의대 교수(이대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는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서 제공하는 통계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감염병 발생 양상을 비교 분석했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질환은 호흡기 감염증이었다.

표본감시 대상(제4급감염병)인 급성호흡기감염증의 병원체 중 세균은 Mycoplasma pneumoniae, Chamydophila pneumoniae 등인데, 각 감염증의 발생은 코로나19 이전보다 각각 4분의 1, 2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수감시 대상(제2급감염병)인 성홍열과 백일해도 10분의 1로 감소했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증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방증이다. 

그러나 레지오넬라증은 호흡기 감염증이지만 코로나19 이후 발생이 줄지 않았다. 전파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화기 감염증은 발생 양상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세균성 장관감염증 발생이 코로나19 이후 30% 증가했지만, 이같은 추세는 2019년부터 나타난 양상으로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장관감염증의 대표적 예방수칙인 손씻기가 전국민적으로 강화됐지만, 질환 감소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정혜선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은 각 개인의 생활습관부터 국가의의료체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이런 영향이 다른 감염증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국민건강에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이후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적절히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감염병의 코로나19 이후 발생 양상을 자세하게 분석하고, 영향을 준 원인들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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