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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무증상·경증 '셀프' 관리? 사실상 '방치' 논란

코로나19 무증상·경증 '셀프' 관리? 사실상 '방치' 논란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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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사각지대 발생 우려...최소 단위 모니터링 필요성 제기
"자율관리 개편, 시기상 부적절...환자 스스로 증상 판단 어려워"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방역당국이 일반관리군에 대한 자율 건강 점검 체계 전환을 선언한 데 대해 일반군에 대한 관리 소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횟수를 줄이더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3∼4번 정도의 관리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일 브리핑을 통해 오미크론 변이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재택치료자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 코로나19 확진자 중 '집중관리군'에 대해서만 1일 2회 건강 모니터링 등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반관리군'의 경우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 시 의료기관에 연락을 취하는 이른바 '셀프 관리' 체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에 모든 확진자에게 제공됐던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 건강상태 모니터링용 재택치료 키트 역시 집중관리군에만 제공하도록 했다.

방역당국의 자율 건강 점검 체계 전환 선언과 관련해 의료계 일각에서는 "환자 스스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은 사실상 방치"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형 재택치료 모형에 참여 중인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일반관리군에 대해서도 횟수를 줄이는 등 최소한의 모니터링은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현호 의무이사는 "재택치료에 참여하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보건소의 연락이 어려워 불안한 심경을 토로했다"면서 "의사와의 상담은 관리받고 있다는 안정을 줄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입원이 필요한 상태가 될 경우 의사 판단하에 전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환자들은 스스로 건강상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1일 1회 모니터링은 분명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조현호 의무이사는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했을 경우 머지않아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에서 위중증환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최소한 일주일 3회 정도의 모니터링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집중관리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의사가 직접 진료·처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환자에게 유리하다는 것.

조현호 의무이사는 "집중관리군이라 하더라도 의사가 직접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원급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크다고 본다"면서 "의사가 직접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의 상태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 치료약 처방, 격리 해제에 관해 전문가적 소견을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할 수 있는 영역이 넓다고 본다"고 말했다.

고위험 사각지대 발생 우려…"환자 스스로 증상 판단 어려울 수 있어"

전문가들은 집중관리군이 아니더라도 연령이 낮은 기저질환자나 자율적 건강상태 점검이 어려운 경우 등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병철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40대 기저질환자 등 집중관리군에 속하지 않지만 모니터링이 필요한 회색 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합병증은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비상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환자 본인이 고위험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를 꼽았다.

천병철 교수는 "환자는 스스로 고위험군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면역저하자들의 경우 흉통이나 숨차는 증상 시 연락을 하도록 돼 있는데 의사와 환자가 생각하는 개념·용어가 다르다. 비만 여부 역시 본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최소한의 의사 스크리닝 없이,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위험군이 오히려 방치되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마련한 방안이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나쁜 시기'라는 분석도 했다.

천 교수는 2020년 3월 대구 코로나19 창궐 당시,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의사들이 직접 환자 분류를 진행한 점을 주목했다.

"대구에서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증가했을 당시, 대구시의사회를 중심으로 의사들이 직접 환자를 분류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천 교수는 "하지만 현재 정부의 메시지는 국민에게 각자도생하라는, 환자를 놓는다는 의미로 전해질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다시 방역에 대한 경계심을 무너뜨리게 된다"라면서 "외국의 사례처럼 감소하는 시점이라면 모르겠지만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체계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자율체계 전환 속에서 소외되기 쉬운 사회계층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자율성을 강조하는 방역의료체계 속에서는 그야말로 각자도생"이라며 "팬데믹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는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특히 "독거노인 처럼 혼자 생활하는 경우, 신체적 장애가 있어 돌봄이 어려운 경우 등 연령을 이유로 고위험군, 즉 집중관리군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 속에서 소외 계층까지 케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지원단체의 도움이 필요하는 조언도 덧붙였다.

엄 교수는 "공공기관이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는 NGO 등 지원단체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휴먼 네트워크의 힘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정부의 결정이 합리적이라거나 의학적 근거로 인한 것이 아니고,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위험군에만 집중하게 됐다는 점은 이해한다"고 밝힌 엄 교수는 "일차의료기관 협조와 신청이 막 시작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 일찍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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