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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의사면허관리제도…싱가포르 모델은 어떨까?

한국형 의사면허관리제도…싱가포르 모델은 어떨까?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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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등록법'에 면허관리기구 명문화…면허 등록·불만접수·징계 등 규정
SMC 이사회 전원 의사로 구성…중립성·전문성 확보 위해 임명방식 다양화
의협 주도 '의사면허관리원' 설립…사회적 위상 강화·국민 신뢰 제고 노력해야

한국형 의사면허관리기구는 어떤 모습을 띄어야 할까. 

의료 선진국에서는 의료 전문성, 높은 도덕성, 징계 전반 등을 규정한 자율규제 모델을 근간으로 의사면허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지 않고, 의사단체가 주도하는 면허관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또 자율규제 원리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면허관리에 대한 전문성, 면허관리 세부 절차, 사회적 동의가 수반된 법률 개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해외 선진 사례가 한국형 의사면허관리기구 의제 설정에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의료계는 그동안 국민 건강 보호·증진과 최선의 진료를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가 주도하는 자율규제시스템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 왔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 주도의 의사면허 규제 개선과 선진국형 자율규제 모델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사면허관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세계적으로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의사면허관리제도를 톺아본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싱가포르 사례를 통해 한국형 의사면허관리제도의 방향성을 가늠키 위함이다. 

싱가포르는 '의사등록법'에 의사면허관리기구 설립과 의사 등록, 환자 불만 접수, 의사 징계 등 주요 업무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싱가포르 의사면허관리기구(Singapore Medical Council·SMC) 이사회는 전원 의사로 구성된다. 이사회 구성 인사는 △보건부 의료서비스 국장 △의과대학 추천 각 2인 △싱가포르 거주 정식 등록 의사들이 선출한 12명의 등록 의사 △장관이 지명한 8명의 등록 의사 등이다. 

전원 의사로 구성된 이사회는 전문성·중립성 담보를 위해 임명 방식을 당연직 공무원, 의과대학 추천, 의사 선거, 장관 지명 등으로 다양화했다. 

■ 싱가포르 의사 현황
■ 싱가포르 의사 현황

의사 등록의 종류는 ▲정식 등록 ▲조건부 등록 ▲전문의 등록 ▲가정의 등록 ▲임시 등록 등으로 구분하고, 등록자격심사위원회가 등록 관련 사항을 면밀히 조사·심사한다. 심사결과에 따라 등록을 거부할 수 있으며 등록이 거부된 경우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실제 환자 진료를 위해서는 별도의 증명서도 필요하다.

싱가포르 내에서 진료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면허 등록 외에 '진료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며, 이를 매년 갱신해야 한다. 진료증명서 발급·유지를 위해서는 서약서·보수교육·책임보험 가입 등을 갖춰야 한다.

면허관리기구 내에 설치된 민원처리위원회에서는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만뿐만 아니라 동료 의사의 신고를 접수하며, 문제 사안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하기도 한다.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자체 종결하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 '경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의 조건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사안이 무겁거나 정식 조사와 징계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징계재판소에 회부한다. 

징계재판소는 청문회 등을 통해 사실조사를 거쳐 회원을 징계할 권한이 있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면허 등록 '삭제'·'정지', 등록에 '조건' 또는 '제한' 부과, 벌금 부과, 문제 사안에 대한 재발방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다.

■ 싱가포르 면허취득 의료인력 현황
■ 싱가포르 면허취득 의료인력 현황

징계재판소는 의사면허관리기구 내에 설치되지만 독립성을 인정받는다. 불만 제기자, 의사, 면허관리기구 모두 징계재판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법원의 1심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기 때문에 항소는 고등법원에서 진행한다.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보고서는 한국형 의사면허관리기구 설립을 위해서는 이사회 구성과 역할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싱가포르·캐나다·영국 등은 의사면허관리기구 이사의 적정 수를 장관이 임명하는 등 중립성을 도모하고 있다. 의협이 독자적인 의사면허관리원을 추진코자 한다면 독립성·중립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회원 징계와 관련해서도 싱가포르와 같이 징계재판소를 운용하려면, 반드시 법률에 회원징계 권한, 징계·항소 절차 등이 규정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의사 면허에 대한 제재는 직업선택·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법률로써 그 권한과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징계 심의 절차를 구체화·세분화하고, 청문회 등을 통해 징계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절차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견해다. 

유관기관 협력의 중요성도 되새겼다. 

■ 싱가포르와 한국의 의료비 지출 현황
■ 싱가포르와 한국의 의료비 지출 현황

면허 등록 관련 업무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의 협력이 필요하고, 징계와 관련해서는 전직 판사·검사, 변호사, 법무부 공무원 등과의 연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는 "단기적으로 이들을 면허관리기구의 이사회 또는 위원회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의사면허관리의 필요성, 절차 등을 관련 부처와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싱가포르 의사면허관리기구도 법무부 등과의 협업체계를 갖추고 있다. 징계재판소에는 대법원 판사, 사법위원, 의사면허관리기구 이사, 법무부 차관 등으로 구성된 양형위원회를 두고 의사 징계 선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의사 징계 목적 역시 형사(처벌)·민사(배상)소송과는 달리 ▲의료 전문직에 대한 명성·신뢰 유지 ▲대중의 건강·안전 보호 ▲교육·훈련을 통해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 등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협의 사회적 위상 강화와 국민 신뢰 제고를 위한 노력도 주문했다.

연구보고서는 "의협 주도의 의사면허관리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전문가 단체로서 의사 회원의 면허를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전문성을 인정받고, 이런 면허관리 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국민적 신뢰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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