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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 '미운 오리 새끼' 취급해서야

비급여 진료 '미운 오리 새끼' 취급해서야

  • 윤인모 의협 기획이사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02.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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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빈약한 상황서 의료보험제도 시작...정부, 비급여 용인
비급여 없애려면 직업 자유·사유재산 침해하지 않는 새 판 짜야

의료공급자의 비급여 진료는 의료기관에게는  수익의 주요 원천이다. 

그러나 정부로서 비급여 진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다. 정부는 의료제도의 성과를 나타내는 경상의료비 증가율과 보장률에 적색의 위기감을 주는 것이 비급여 진료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의료제도 발표 시 비급여 항목의 종식을 즐겨 사용한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8월에 발표한  문재인 케어다. 문케어에는 상급병실료와 간병료까지 포함했다. 

2020년 1월 모 교수는 "문재인 케어 다음은 가치기반 의료…포괄수가제 확대하고, 실손보험 개편으로 비급여 억제해야"라고 주장하면서 비급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2021년 정부 고위 인사는 "의사들이여 언제까지 과잉진료와 비급여에 연연하고 살 것인가?"라고 언급하면서 의사를 밥그릇 때문에 비급여라는 악에 기대어 사는 직종으로 이미지화시켰다. 

비급여만 없어지면 대한민국 건강제도의 모든 악이 사라질 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필자의 견해를 밝히면 비급여가 의료비 증가에 주요 원인 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비급여 진료 없이도 의료제도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대책 없이 비급여를 없애야 한다고 이야기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하에서 비급여 진료는 의사들의 요청으로 태어난 제도가 아니다. 

정부는 1977년 재정이 빈약한 상황에서 의료보험제도를 시작하면서 민간의료기관을 강제 지정하는 대신 비급여 제도를 용인했다. 비급여 제도는 의료제도의 주요 축 중 하나이다. 

비급여 제도는 2002년(99헌바76), 2014년(2012헌마865) 헌재 결정문에서도 판시하고 있다. 헌재는 민간의료기관 강제 지정제가 합헌인 이유로 5∼10%를 넘지 못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열악한 상황을 근거로 제시했다. 물론 2022년에도 이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헌재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아래서도 요양급여비용 산정과 비급여 의료행위의 가능성 등을 통하여 의료기관 사이의 실질적인 차이가 반영됨으로써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 다르게 취급되고 있으므로…'라고 판시했다. 헌재는 강제 급여 진료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이유는 비급여의 존재 때문이라고 했다.  

ⓒ의협신문
헌법재판소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와 관련, 2002년(99헌바76), 2014년(2012헌마865) 두 차례 헌법소원 사건을 판단하면서 "강제 급여 진료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이유는 비급여의 존재 때문"이라는 취지를 제시했다. ⓒ의협신문

비급여 진료는 의료제도를 돌아가게 한 개국공신이며, 필수 제도에 해당한다. 더욱이 의사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무소불위(無所不爲) 권력의 군사정권에서 만든 제도이다. 

의료보험제도 초기에 비급여 진료는 의료제도의 한 축으로 의료공급자의 협조를 얻어내는 역할을 했다. 정부가 전 세계에 자랑하는 국민 건강보험제도의 주요 축인 비급여 제도를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만약 비급여 진료를 없앤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직업의 자유와 사유재산 침해를 일으키는 심각한 오류투성이의 위헌 제도가 된다.

2017년 9월 15일 정부에서 '비급여 급여화 위해 수가 인상 + 재정 순증 검토'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의료기관의  비급여를 없애면 수입이 줄어들까 봐 그러는 거지? 수입은 보전해 줄게"라면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비급여는 돈 조금 더 주면 없어지는 그런 제도가 아니다. 비급여 제도가 없어지면 헌법에 맞는 제도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아무런 대책 없이 비급여 진료를 하면 잘못된 병원으로 낙인 찍고, 투명하지 않은 제도인양, 의사들의 이익만 불려주는 듯이 이미지화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다.

의료제도의 출발을 위해 필요한 제도를 이제는 미운 오리 새끼 취급하는 정부의 태도에 신뢰는 더욱 저하된다.

이러한 배경을 국민은 잘 모른다. 의사들도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잊고 있는 듯하다.

진통제 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만 내리기 위해 비급여를 줄이는 것은 매우 일차원적인 생각이다. 대안 없이 비급여를 줄이면 부작용은 뻔하다. 

의사의 기준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미래 비전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의료공급자는 왜 이런 역사와 제도를 이야기하지 않는지 정부에 당당히 물어야 한다. 이런 배경을 도외시 한 채 의료진을 초라하게 이미지화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 역사와 헌법 정신을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의사는 정부에 당당히 물어야 한다. 비급여 제도는 왜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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