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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백색 "영화를 사랑하는 일은 삶에 에너지를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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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진 의협신문 명예기자(가톨릭관동대 본과 1학년) yjinlee319@naver.com
  • 승인 2022.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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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에서 상업영화까지...의사 출신 영화감독 양경모
양경모 감독ⓒ의협신문
고려의대를 졸업한 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영화를 전공한 양경모 영화감독. ⓒ의협신문

양경모 감독. 그를 검색하면 '의사 출신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기사들이 눈에 띈다.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를 빌려 보고, 영화관을 다니는 것이 취미였던 그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를 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입학했다. 다양한 독립 영화들부터 상업영화인 <원라인>까지 그의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양 감독을 섭외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의협신문>은 1월 초, '의학'과 '영화 예술'이라는 서로 다른 두 길을 걸어온 양경모 감독을 어렵사리 만났다.

Q.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 입학해서 영화감독까지 되었다. 의대 졸업 후 다른 길을 걷는 의사들이 많아지는 추세지만 영화감독은 정말 이례적이다. 그 계기가 궁금하다.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를 빌려 보고, 영화관을 다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취미생활이었다. 의대를 다닐 때도 주말마다 영화를 4~5편씩 보는 게 일상이었다. 의대 졸업 무렵 비디오 캠코더가 대중적으로 보급됐다. 캠코더를 가지고 개인 영화를 찍는 감독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직접 찍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모아 둔 전 재산을 가지고 압구정동에 있는 소니 매장에 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장을 들락날락하기를 반복하다 결국 RTV 120이라는 캠코더를 샀다. 집에 도착해서 창밖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텔레비전을 보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찍었다. 아마 이 순간부터 내가 영화 제작을 시작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대 졸업 직후에는 공중보건의로 일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조금씩 체득해 나가면서 영화감독으로서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Q. 의학과 영화 그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의학을 공부했던 것이 영화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
의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다. 의학에서는 사람의 아픈 부분, 힘든 부분을 이해하고 질병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예술에서는 인간의 본능, 고통, 그들이 사는 세상과 그 이면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 접근에서 의학을 공부할 때 고민했던 것들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Q. 의업과 영화 제작이 본인에게 각각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의업이 영화 제작을 잘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었다. 공중보건의 시절 진료 경험을 예로 들 수 있다.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시골의 노인들이 조그만 진료소에 있는 나를 찾아오는 이유를 많이 생각해 봤다. '이들이 작은 보건지소의 의사에게 원하는 것이 뭘까?' 늘 고민하면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답을 찾았다. 환자마다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사실 커다란 답은 명쾌하다. 그분들은 불편하고 아픈 부분을 고치고 싶어서 의사를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의사로서) 그들의 몸 상태를 낫게 해 주어야 한다.

영화도 그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살면서 마음속에 채우고 싶은 부분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예술 작품을 찾는다.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영화감독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Q. 양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섬세한 연출이 감명 깊었다. 이런 연출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부한 건가?
학교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카메라를 들고 뭐든 찍으러 다닌 경험이 중요했던 것 같다. 처음 영상원을 다닐 때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부분을 탐닉했다. 촬영, 음악, 편집과 같은 것들을 자세하게 배웠다. 그런데 결국 특별한 시선을 가져야만 구체적으로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에는 더군다나 카메라로 찍는 것이 일상이 된 시대라서, 사물을 좀 더 특별하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습관이 나를 성장시키는 주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찍은 것을 다시 보며 내가 포착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찾아보고 조금 더 세밀한 부분까지 살펴보는 습관, 이런 습관들이 내가 연출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Q.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지금 다양한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팬텀>이라는 호러 시리즈물을 준비 중이다. 팽팽하게 맞서는 두 남자의 욕망을 그린 <314>라는 액션 영화도 있다. <트리비사>라는 범죄 누아르 영화도 시나리오 작업이 끝났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꼼꼼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했고, 시나리오 작업부터 공을 많이 들였다. 길게는 4~5년 준비한 작품도 있다. 긴 시간 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작품들을 하나씩 세상에 내보이려고 한다.

어떤 작품이든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큰 에너지를 받아 갔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줬을 때 본질적인 즐거움이 있길 바란다.

양경모 감독ⓒ의협신문
상업영화 '원라인'을 만든 양경모 영화감독은 호러 시리즈물 '팬텀', 액션 영화 '314', 범죄 누아르 영화 '트리비사'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의협신문

'작은 보건지소의 의사에게 원하는 것이 뭘까?' 늘 고민하면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지를 답을 찾았다. 환자마다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사실 커다란 답은 명쾌하다. 그분들은 불편하고 아픈 부분을 고치고 싶어서 의사를 찾아온 것이다. 나는 (의사로서) 그들의 몸 상태를 낫게 해 주어야 한다.

영화도 그와 비슷하다. 사람들은 살면서 마음속에 채우고 싶은 부분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예술 작품을 찾는다. 그런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영화감독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Q. 일과가 궁금하다.
주로 글을 쓰고 영화를 본다. 또 작품 회의나 미팅을 한다. 작품 회의나 미팅을 하러 오가는 동안 사진을 많이 찍는다. 공연도 보러 다니고 중간 중간 남는 시간에 음악을 듣기도 한다. 감독으로서 다양하고 많은 예술 작품을 접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서 잠드는 것이 삶의 유일한 루틴이다.

Q. 의료계에 종사하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한다.
청년들이 자기 삶을 크게 바라봤으면 한다. 또, 영화가 좋다면 영화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먼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영화감독이라는 것은 현실적인 부분에서 보자면 힘든 점이 많다. 창작자가 되는 과정은 인생을 계산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처음에 캠코더를 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면 특별히 거창한 결심을 하지 않더라도 그 길을 걸어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영화 일을 하지 않더라도 영화를 사랑하는 일은 삶에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세상을 스크린을 통해 경험하는 것만큼 근사한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자기 삶에 대한 새로운 상상을 펼쳐나간다면 의사로서 미래를 펴나가는 데도 많은 힘이 될 것이다.

나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항상 청년들의 꿈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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