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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현직 변호사 "규제법으로 간호사 권익 향상? 엄청난 착각"
인터뷰 현직 변호사 "규제법으로 간호사 권익 향상? 엄청난 착각"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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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오킴스 대표변호사 "따로 만들면 비효율·모호성 유발...예측 가능성 낮춰 불리"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 확대법 "헌법상 직업 자유 제한"…"정부 단체행동 방지 의도"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 ⓒ의협신문 홍완기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 ⓒ의협신문 홍완기

"간호사에 대한 별도 법령을 통한 규제 마련 자체를 사회적 지위 향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의료계 갈등이 해를 넘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간호계를 제외한 보건의료계는 "간호법안 제정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뿌리를 흔들고,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간호계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법 제정을 이뤄내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간호대생들이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며 국가시험 거부와 동맹 휴학 등 집단행동을 예고,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간호법' 제정이 간호사의 권익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간호계의 기본 전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김용범 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는 "간호법을 제정하면 간호사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간다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밝혔다.

의료법·약사법·변호사법 등을 비롯한 법률은 해당 직군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규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 애초에 규제 법령을 통해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전제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것이다.

김용범 변호사는 "간호법을 따로 만들면 처우가 개선된다는 의견이 어떤 이유에서 나왔는지 사실 잘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법령을 시행할 필요성 자체가 없어 보인다는 점"이라고 진단한 김 변호사는 '비효율성'과 '모호성'을 짚었다.

김 변호사는 "현재까지 의료법을 통해 모든 의료인에 대한 일원화된 행위를 규제해 왔다. 관련 판례도 다수 쌓여있다"면서 "간호사만 별도로 분리하면 규제적 측면에서 엄청난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다. 법령의 해석을 애매하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간호법 제정은 사실상 특별법상의 지위를 갖추게 되는 것으로, 이원화 구조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점도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일부는 의료법에 남기고, 일부는 빼는 등 법령 간의 모순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입법 사각지대나 입법 누락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이는 법령을 해석하는 입장에서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의료인들에게도 예측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법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 전체 의료인의 공통 조항과 개별 조항을 구분하기는 쉽지만 이러한 틀을 벗어난 이원적 구조는 해석상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평가다.

해외 사례를 들어 간호법 제정을 찬성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외국 국가에서 (간호법을)구분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나라도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 해외에서도 관리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면서 "의료법 내에서 공동으로 정할 것과 다르게 취급할 것을 정하는 것이 훨씬 명료하고,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간호 단독법'이라는 의료계 우려에 대해서는 "법 제정 자체만으로는 독자적인 업무 범위를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이후 확대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문구 자체가 독자적 업무 범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다만 간호사 업무 범위를 넓게 해석할 수 있어 무면허 의료행위 사건에서 면제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후 간호사 업무 범위를 논의할 때 현재보다는 의사단체의 영향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간호사 업무 범위 확장 가능성은 상당히 커 보인다"면서 "이러한 이유로 간호계에서 해당 문구를 추가하는 간호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 같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간호법을 발의한 배경에는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 확대법'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결격 사유 확대법 적용 의료인에서 간호사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이라는 것.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 확대법 발의 배경 역시 정부와 갈등을 빚은 시기라는 점에서 '보복성'이 의심된다고도 지적했다.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 ⓒ의협신문 홍완기
김용범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 대표변호사) ⓒ의협신문 홍완기

"의료인 면허 결격 사유 확대법, 의료 무관 행위 넣었다는 점에서 국민건강과 무관해 보여…시기상 집단행동 막으려는 의도 의심"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법 개정안의 골자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고, 형 집행 후 5년간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이다.

김 변호사는 "해당 법안은 헌법으로 보장된 의료인의 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 이에 확대되는 사유가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개정안의 입법 목적 달성에 기여하고,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의료 외의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오히려 의료 관련 행위를 배제하는 절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국민 건강과는 무관하다는 방증이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의료 관련 행위에 대한 포함·배제 논의는 애초부터 국민 건강이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인의 윤리와 의사의 의료윤리를 구분해야 한다.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라면서 "이는 마치 IT 전문가에게 인성이 좋지 않으니 게임을 개발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논리다. 명백한 직업 자유의 침해"라고 밝혔다.

"입법 취지만 본다면 의료관련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 맞지만, 이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의료행위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 판단이 들쭉날쭉한 상태다. 같은 사건에서 형사와 민사도 다른 경우가 있다"면서 "반드시 같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1인이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현재 주요 사건의 경우 3인 판정부로 진행한다. 의료행위를 판단 역시 이러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이러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면허 결격사유 확대 법안 발의 과정에서 "성범죄를 저지른 자도 의사를 할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한 데 관해서도 "이미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행법만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미 의료법에서 범죄와 관련되면 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며 "성범죄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라 취업 제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두텁게 보호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음주운전 역시 상당히 나쁜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의사 업무는 운전과 무관하다. 무관한 일을 이유로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법은 불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런 법안이 나온 배경에는 의사의 집단행동을 방지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8월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전공의·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업무 개시 명령은 의료법 제59조(지도와 명령)에 근거를 둔 것으로 보건의료 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 또는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때 보건복지부 장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내릴 수 있는 지도·명령이다. 업무 개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안이 있었다면 면허 정지가 아닌 면허 박탈(취소)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시기상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의사 집단행동 당시 이런 법안이 있었다면 명령 거부 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면허를 박탈할 수 있는 상황이 나왔을 것"이라면서 "맥락상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의구심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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