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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재즈에 빠진 의사 방덕원 '레이블을 펴다'
인터뷰 재즈에 빠진 의사 방덕원 '레이블을 펴다'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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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탱이 방지용 지침?…오로지 재즈 이야기만 담았다 "100% 핸드메이드"
동호회 운영자, 다음 목표는 '역사와 함께 읽는 재즈음반'
방덕원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의협신문
방덕원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의협신문

"왜 좋아하는지를 묻는다면? 그냥"

진짜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유를 말할 수 없다는 얘기가 있다. 여기 재즈와 '찐 사랑'에 빠진 의사가 있다.

진료할 시간도, 연구할 시간도 부족할 것 같은데 단순 취미를 넘어 최근에는 '재즈 레이블 대백과'까지 펴냈다.

방덕원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와의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입문자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재즈, 가장 좋아하는 재즈, 소장하고 있는 가장 값나가는 재즈 LP 등 질의에 일문일답식의 대답이 나오지 않았던 탓이다. 그만큼 재즈와 관련한 이야기는 "뭐 하나 간단하게 답할 수 없다"는 철학이 느껴졌다.

"마니아층을 공략했다. 오로지 재즈 이야기만 담았다"

그의 첫 책은 <째지한 남자의 째즈 이야기-째째한 이야기>였다. '방덕원의 재즈 입문기'라고 할 수 있을만큼 에세이 성격이 강한 책이었다.

방덕원 교수는 "앞서 나온 책에서 에세이적 요소가 많아,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엔 제대로 오로지 재즈 이야기만 담자고 생각했다. 진짜 마니아층을 위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최근 LP 열풍이 시작되면서, 앨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산 앨범이 몇 번째 판이고, 언제 나온 것인지 등을 찾아보려면 해외 블로그까지 헤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재즈 레이블 대백과>에는 음반의 재킷, 라벨이 연도별로 진열돼 있다. 몇 번째 판인지, 몇 년도에 나온 것인지에 따라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 내가 산 앨범이 어느 정도 위치인지를 그때그때 찾아볼 수 있는 지침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방 교수는 "가이드를 할만한 것을 해외 사이트에서 검색해야 하는데. 예전부터 이 내용들을 정리해 왔다. 기존에 인터넷이나 외국 블로그에 유명한 분들이 많아, 허락받고, 요약을 한 것"이라며 "재즈와 관련된 100개 되는 레이블을 정리하고, 등급 판정을 보시면 된다. LP는 특히 더 명확하다. 초판이 가장 비싸다. 어떤 것은 수십 번씩 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블루노트가 가장 많이 알려진 재즈 회사일 거다. 어떤 것은 100만원이고, 어떤 것은 3만원 정도다. 이는 라벨, 발매 연도의 차이"라면서 "여담으로, 아이유 꽃갈피 LP판이 초기 3만 5000원이었는데 미개봉이 지금 200만원까지 간다. 개봉한 것도 6∼80만원 정도는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눈탱이' 방지용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방 교수는 "재즈 레이블 가이드는 외국에서도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에, 외국에서도 먹힐 수 있도록 아마존 등록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방덕원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의협신문
방덕원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서울병원 심장내과) ⓒ의협신문

"왜 하필 재즈인가?"

대부분 음악 애호가들은 장르를 넘나들며 감상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방 교수는 '재즈'만을, 그것도 1940년대부터 1965년대까지의 음악만을 듣는다는 고집을 전하며 이를 자랑스러워했다.

방 교수는 "주변에 매니아들이 많지만, 클래식을 함께 듣는 경우가 더 많다. 나의 경우 오로지 재즈만 듣는다. 그것도 1965년도 이전까지 나온 것만 골라 듣는다. 락이 나오기 전 원반을 모으고 있다"며 "주변 매니아들은 몇만장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까다로운 취향 탓에) 4000장 정도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 때 우연히 들었던 재즈 음악에 심취해, 이후 30여 년간 재즈 음악을 듣고 있다. 단기간 많은 앨범을 산건 미국 연수 시절이다.

방 교수는 "레코드 가게들을 검색해 미국 50주 중 30개 주를 돌아다녔다. 아내와 300장만 사서 오기로 약속했지만 두 달 만에 300장을 모았다"며 "귀국 당시 1500장을 들고 오게 됐다"고 기억했다.

"왜 재즈냐? 라고 묻는다면 '그냥' 이다. 그냥 좋았다. 재즈를 듣다 보니 해당 앨범이 나오게 된 배경, 역사를 좇게 됐다. 퓨전재즈로 시작해 클래식 재즈로 올라가니 너무 어려웠다. 전혀 모르겠더라. 이에 외국에서 원서를 사서 역사 공부를 했다"며 "재즈에도 우리나라의 아리랑처럼 한과 울분이 있다는걸 알았다. 이를 이해하고 들으니 더 좋아졌다. 흑인의 국악이라고 보면 되는데 배경 속에서 들으면 짠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재즈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는 "무조건 쉬운 거라고 하고 싶다"면서 "음원 사이트에서 추천 재즈 100곡, 500곡들을 하루종일 듣다가 귀에 꽂히는 곡들을 우선적으로 이어서 듣고, 이 음반들의 배경을 알아가다보면 매력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

요즘 꽂힌 곡을 묻자 너무도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책베이커 심즈 음반이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남성 보컬 음반"이라고 답했다.

100% 핸드메이드 작업? "병원 행사에서 받은 아이패드로, 끄적이다보니…"

놀라운 것은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표지나 라벨들이 모두 방 교수가 그렸다는 사실이다.

방 교수는 "표지를 포함해 약 1000개 정도의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사진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색감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일이 다 그리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우연했다.

"병원 행사에서 상품으로 아이패드를 받았다. 이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앨범 정도는 그릴 수 있겠더라"면서 "너무 복잡하거나 표현이 어려운 건 딸의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JBL N JAZZ> 동호회 운영자, 다음 목표는 '역사와 함께 읽는 재즈음반'

네이버 블로그(BLOG.NAVER.COM/BBJAZZ)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온라인 카페 'JBL IN JAZZ'와 '하이파이코리아 오디오'에서도 열 일을 하고 있다.

방 교수는 "블로그를 통해 연이 닿은 세 사람이 만든 카페가 'JBL IN JAZZ'다. 정씨, 방씨, 이씨 세 사람의 성 이니셜을 땄는데 마침 유명 스피커 이름과 같아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다. 이름이 이래서 운영진을 교체하는 건 불가하다(웃음)"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평생의 '버킷리스트'였던 레이블 대백과를 펴냈다는 그는 연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다음 계획이 있는지도 물었다.

방 교수는 "앞서 말했듯 역사 속에서 음반을 듣는 것이 의미있다고 본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를 훑으면서 나름대로 들어야 할 음반을 소개하는 연대기적 해석을 써보고 있다"면서 "역사의 아웃라인 사이사이에 음반들을 넣어서 알아가는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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