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어떻게 쓸 것인가?" 의료계 기대와 우려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어떻게 쓸 것인가?" 의료계 기대와 우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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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로비드' 이르면 1월 중순 현장투입 예고, 세부 투약지침 '관심 집중'
"의료수요 포화, 자칫하면 투약시기 놓쳐...체계 잘 갖춰야 진정한 무기"
화이자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사진제공=한국화이자제약)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사진 제공=한국화이자제약)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국내 사용 승인을 받으면서, 코로나19 상황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의약품의 국내 도입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이를 어떤 체계 내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향후 국내 코로나19 대응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7일 화이자사가 개발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의 긴급사용승인을 결정했다. 국내 처음 도입되는 먹는 치료제다. 

팍스로비드는 단백질 분해효소(3CL 프로테아제)를 차단해 바이러스 복제에 필요한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막아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한다. 

단백질 효소 증식을 억제하는 '니르마트렐비르' 2정과 약효 지속 작용을 하는 '리토나비르' 1정을 함께 먹는 콤비팩 형태로, 3알의 정제를 1일 2회(12시간마다) 5일간 총 30정 복용하는 것을 용법으로 한다.

투여 대상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경증·중등증 성인 및 소아(12세 이상, 체중 40kg)으로 정해졌다. 증상이 발현된 후 5일 이내로 가능한 한 빨리 투여를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식약처는 "현장에서 사용 중인 주사형 치료제와 함께 환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치료의 종류를 다양화할 수 있다"며 "생활치료센터 입소 또는 재택치료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팍스로비드 사용법, 타미플루와 달라
고위험군에 우선 투입·약국 직접 구입 불가 

정부는 팍스로비드 도입에 맞춰 이의 사용법에 관한 논의도 시작했다.

현재로서는 승인된 효능·효과에 따라 확진자 중 연령이 높거나 기저질환 등을 가지고 있어 중증 코로나로 진행될 위험이 높은 환자에 우선 투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약의 사용에 있어서는 정부가 구입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사실상 관리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의약품을 일괄 구입해 병원과 약국 등에 공급할 예정인데, 재택치료 등을 담당한 의사가 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고려해 처방을 결정하면, 해당 처방전을 약국에 전달하고, 약국에서 지자체와 협의한 방식에 따라 재택환자 등에 약을 배송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확진된 모든 환자에 대해 초기에 의원급을 포함한 전 의료기관에서 의약품을 처방하고, 환자가 통상의 전문의약품과 같이 약국에 처방전을 내고 의약품을 수령해 복용할 수 있도록 했던 '타미플루'와는 다르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28일 한 라디오 방송 출현 "국민들이 꼭 필요한 경우 어떻게 이 약을 드실 수 있게 할지 조만간 정부가 그 안을 상세하게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다만 일반 약국에서 전문의약품 처방해 사먹듯 그렇게 드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배경에 대해서는 "(팍스로비드는)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나 약효를 검증한 약이 아니고, 확진자 중 입원이나 사망 위험도가 높은 환자가 위중증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효과를 목표로 만든 약"이라며 "확진되면 누구나 다 복용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진행 상황이나 여러 증거를 확보해 가면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팍스로비드' 작용 기전(식품의약품안전처)
'팍스로비드' 작용 기전(식품의약품안전처)

'CYP3A' 병용 금기-간·신장애 환자에 사용 금기
환자 투약이력 및 병력 확인 등 사용상 주의 필요 

정부는 27일 현재 팍스로비드 36만 2000명분에 대한 구매계약을 완료한 상태로, 이르면 내달 중순 실제 약제의 국내 도입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도 물량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 타임스케쥴에 맞춰 세부적인 투약지침을 의료계와 협의해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의료계는 걱정과 기대감을 갖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미 의료 수요가 포화에 이른 상황에서 당장 팍스로비드 투약군을 선별하는 작업에도 적잖은 부담이 가중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임상현장에서 처음 접하는 약인데다, 팍스로비드 자체도 취급이 제법 까다롭다. 'CYP3A' 기질 의약품과는 상호작용 우려로 병용이 금기이고, 간장애와 신장애 환자에는 투여가 권장되지 않으며, 임부와 HIV-1 감염자에는 신중한 투여가 요구된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위중증 가능성은 물론, 환자마다의 병력이나 처방의약품 등을 꼼꼼히 확인해 처방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부담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팍스로비드를 사용하는 의약전문가에 안내서를 제공하고,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을 통해 병용금기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는 등 환자사용 조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수입 아닌 투약' 시스템 구축 관건
"국민 건강 최우선으로 해 전문가 의견 반영해야"

임상으로 확인된 약효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진단부터 투약까지 '5일 내'에 이뤄져야 하는데 인력부족으로 재택이나 병상배정에 이미 수일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라 이대로라면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재갑 한림의대 교수(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7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와도 역학조사 인력부족으로 확진 후 재택배정이나 병상배정이 며칠씩 걸리는데 만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고위험군을 선별해서 진단과 투약까지 증상 5일 이내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처럼 선별진료소나 일부 호흡기클리닉을 운영하는 상황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대개의 외래에서 환자를 진료할 수 있어야 하고 재택치료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 의료체계를 정비하지 않으면 약제가 효과적으로 투여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전문위원장(인제의대 서울백병원 내과)은 "팍스로비드의 출현으로 훌륭한 무기가 하나 더 생긴 셈"이라면서도 "이 무기가 의료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그에 필요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상 환자군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필요한 환자에게 약이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며, 환자의 선별이나 의약품 처방 나아가 배송에 이르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할 경우 자칫 적절한 투여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염 교수는 "정부가 모든 상황을 주도해가는 모양새를 만드는데만 집중해 탁상공론, 보여주기 식으로 일을 추진해서는 안된다"며 "국민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필요한 모든 환자들이 안전하게 약을 쓸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 세부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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