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중증환자 급증...계속되는 의료 현장 '비명'
코로나19 중증환자 급증...계속되는 의료 현장 '비명'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1.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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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 "환자 상태 나빠져도, 치료할 중증 병상이 없다" 아우성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문의들 "이미 의료 붕괴"...국민청원도 등장
이젠 선택해야 할 때 "강력 방역 조치·효율적 병상 배정 기준 시급"
박애병원 유성봉 진료단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의료진이 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확진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과 기계환기 등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박애병원 유성봉 진료단장(사진 가운데)을 비롯한 의료진이 심정지가 온 코로나19 확진환자에게 기관 내 삽관과 기계환기 등 응급처치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산소포화도 유지가 안 되는 확진 환자가 셋인데 중증 병상이 없다. 중등증 병상에 입원한 환자도 여러 명의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이 와중에 전원 요청이 계속 오는데 받을 병상이 없다…우리 병원만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엄중식 가천의대 교수(길병원 감염내과)는 개인 SNS를 통해 이 같은 현장 상황을 전했다.

14일 0시 기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밝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1.8%다. 수도권은 86.2%로 90%에 근접하고 있으며 비수도권 가동률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73.8%를 기록했다.

지난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방역 전략 전환 이후, 확진세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위중증 환자가 급증, 병상 부족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의료진들의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엄중식 교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지 이틀만이었던 11월 3일 당시에도 "현재 병상 배정 요청이 서울, 경기 지역에서 오고 있다"면서 "고위험군이나 중등증 환자와 관련해 병상 배정의 난조가 벌써 시작된 것 같아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엄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정말 나쁘다. 광역 응급의료센터나 지역 응급의료센터는 정상적인 의료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제 기준으로, 900병상 이상 중환자를 기록했지만, 현장은 그보다 훨씬 많은 코로나19 중환자가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내놨다.

엄 교수는 "사실상 중환자를 치료할 곳이 없다. 통계상으로는 중증 병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만 카운트된다. 재택상태에서, 또는 구급차에서, 경증 병원에서 대기 중인 중환자들을 모두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인원이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상 배정까지 10일 소요 응급실 상황은 이미 '붕괴'...국민청원까지 등장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의협신문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의협신문

의료 붕괴 상황에 대한 방역 당국의 조치를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서울지역에서 근무하는 현직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청원인은 "의료 현장은 이미 붕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단계적 일상 회복 시작과 동시에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한 달 동안 20~30명 정도의 확진자를 찾아냈었던 응급실에서 이제는 하루에 2~3명, 4~5명씩 확진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이분들이 격리실에 들어가면, 병상을 배정받아 전원을 가기까지 11월 초에는 4~5일, 최근에는 9~10일 동안 응급실의 격리실을 입원실처럼 사용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중환자로 인해, 응급센터에서 심정지 환자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응급센터 내에 소생실까지도 확진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연결한 채로 며칠씩 대기를 하고 있다 보니, 심정지 환자가 있다는 119 전화를 받아도 수용을 할 수가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한다"고 전했다.

전공의들 역시 최근 기자회견을 개최, 응급실 상황이 '아수라장'이라며 현실을 고발했다.

여한솔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감염환자가 폭증해 확진 환자의 응급실 내 체류시간이 100시간이 넘는 것은 기본이고, 300시간이 넘어 응급실에서 격리 해제하고 퇴원한 환자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음압 시설을 유지해야 하는 격리구역에는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음에도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119 구급대를 통해 새로 들어오는 중증 환자들을 수용하지 못해 몇 안 되는 격리실이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달라고 말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이 전원할 중환자 병상이 없어, 응급센터를 입원실로 사용하며 대기하고 있고, 심정지처럼 위급한 상황에서도 응급센터에 갈 수 없는 초유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선택해야 할 때…'강력 방역 조치·효율적 병상 배정 기준 시급'

서울의 코로나19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어선 11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남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상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서울의 코로나19 준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를 넘어선 11월 17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남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상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1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의 감염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기존의 대응 여력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비상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위기 상황의 반전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방역 대책들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가 '위기 상황'임을 짚었지만, '감당이 안 되는 비상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발언을 통해, 아직까지는 감당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가들은 "의료 대응 체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경고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코로나19 유행 감소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감염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는 13일 공동 성명을 통해 "단계적 일상 회복 계획에 포함된 비상조치의 조속하고 의미 있는 시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상대응계획은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유행에 대한 것으로, 이미 단계적 일상 회복 계획에 포함된 기준을 넘어섰으니 약속대로 이를 시행하라는 일종의 '약속 이행' 촉구다.

감염 전문가들은 "단계적 일상 회복은 방역과 일상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만 추진될 수 없다. 지금은 의료체계의 대응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멈춤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긴급 멈춤을 통해 유행 증가 속도를 억제하고 확진자와 중환자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의미 있는 대책을 추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교수 역시 SNS를 통해 "하루에 얼마나 사망해야 멈추려 하느냐"며 강력 방역 조치를 취하지 않는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의료인들은 엄 교수가 올린 글에 대한 댓글에서 "현실이 참담하다", "벌써 2년째인데 중증환자에 대한 대비가 안 돼 있는 것이 답답하다", "의료인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나서야 조치를 취하려나" 등 강력한 방역 조치 촉구에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효율적 병상 배정을 위한 '배정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엄 교수는 통화에서 "잔인하게 들릴 수 있지만, 현 상태의 재난 상황에서는 선착순 방식보다는 배정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본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러한 전문가 제안은 앞서 중환자의학회에서 발표한 입·퇴원 프로토콜에서 출발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효율적인 중환자 병상 운영을 위해 정부, 보건당국 및 의료계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중환자 진료체계를 시급히 재정비하고 구축해야 한다"며 재난 상황에서 중환자실 입·퇴실 우선순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환자 병상 부족에서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들의 중환자실 입실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

해당 문제는 생명의 가치를 놓고 논쟁이 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전문가들은 의료자원이 한정된 위기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고 짚었다.

홍석경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는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 마련을 통해 제한된 의료 자원 속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준은 의료전문가·윤리전문가·정부가 조기에 사전협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협의된 기준을 적용할 때 의료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사회적인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환자의학회가 설명한, 회복 가능성이 지극히 낮을 것으로 합의된 환자는 ▲말기장기부전(뇌, 심장, 간, 신경근골격계 등) ▲예측 사망률이 90%가 넘는 중증 외상/중증 화상 ▲심각한 뇌 기능 장애 ▲기대 여명이 6개월 미만인 말기 암 ▲ASA score IV-V ▲예측 생존율 20% 미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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