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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한 협진 평가연구…"허위·왜곡 심해 폐기해야"

의·한 협진 평가연구…"허위·왜곡 심해 폐기해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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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14일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
1∼3단계 시범사업 평가연구 문제 투성이…"협진 과학적 근거 부족" 지적
"허위 결론 건정심에 보고한 보건복지부·심평원 관계자 엄중 처벌" 촉구

의협은 12월 14일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의·한 협진 시범사업 즉각 폐기·시범사업 연장 철회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성과보고서' 폐기 및 연구비 전액 환수 ▲시범사업 연장 위해 왜곡된 보고서 작성 유도, 허위 결론을 건정심에 보고한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엄중 문책 등을 촉구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의협은 12월 14일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의·한 협진 시범사업 즉각 폐기·시범사업 연장 철회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성과보고서' 폐기 및 연구비 전액 환수 ▲시범사업 연장 위해 왜곡된 보고서 작성 유도, 허위 결론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엄중 문책 등을 촉구했다.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가 허위·왜곡·부정확한 데이터로 점철된 연구보고서를 근거로 의·한 협진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보건복지부의 정책 결정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의협은 12월 14일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의·한 협진 시범사업 즉각 폐기·시범사업 연장 철회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성과보고서' 폐기 및 연구비 전액 환수 ▲시범사업 연장 위해 왜곡된 보고서 작성 유도, 허위 결론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한 보건복지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 엄중 문책 등을 촉구했다.  

의협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5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올해 12월 종료예정인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을 연장해, 내년 4월부터 협진 4단계 시범사업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건정심 소위원회(11월 16일), 건정심 본회의(11월 25일)에서는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뿐만 아니라, 환자단체나 가입자 단체에서도 협진 시범사업에 대한 연장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의한 협진 시범사업 연장의 근거로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평가 연구(2020년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대학교)' 보고서를 들었다.

그러나 의협은 해당 보고서를 분석해 보고, 보면 볼수록 협진 시범사업의 연장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여러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한 협진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하게 됐다.

연구보고서의 문제점은 곳곳에 드러난다. 

뇌경색 치료기간 평가를 살펴보면, 협진일 땐 상급종합병원·병원 치료 환자 모두 치료기간이 단 1일이지만, 비협진일 경우 수치는 크게 늘어난다(상급종합 9.3일·병원 63일). 

이런 정도의 비상식적 데이터를 오히려 의·한 협진 시범사업 연장의 이유로 삼고 있다. 

또 왜곡된 자료 분석도 있다. 보고서는 '19개 협진 다빈도 질환 분석 결과, 협진군은 견갑대염좌(S43)를 제외하고 18개 질환에서 비협진 군보다 총 치료기간이 짧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근거로 제시한 19개 질환 성과분석표를 살펴보면, 치료기관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은 S33(요추 및 골반의 관절 인대의 탈구/염좌 및 긴장)·I63(뇌경색증) 2개 뿐이다. 

게다가 시범사업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의·한 협진의 효과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협진 효과가 있는 질환을 선정할 수 없으니 모든 질환에 대한 본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국책보고서로서는 믿기 힘든 결론를 맺고 있다.

이현미 의협 총무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정근 상근부회장,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상일 정책이사, 전성훈 법제이사 등이 참석했다. 

김교웅 위원장은 "지난 2016년부터 현재까지 1∼3단계 의·한 협진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그 어떤 효과나 근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라며 "의료계와 환자단체·경총 등 가입자단체까지 반대한 협진 시범사업을 연장한 배경이 무엇인지 의아하다"고 통박했다. 

김 위원장은 "보건복지부가 시범사업 연장의 근거로 제시한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성과보고서'를 살펴보면, 사업 연장은커녕 시범사업 즉각 폐지와 관련 공무원 문책이 필요한 수준"이라며 "국민 혈세를 한방에 막무가내로 퍼주는 정책이 어떻게 의·한 협진 시범사업으로 둔갑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일 의협 정책이사(왼쪽)가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연장의 근거가 된 연구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상일 의협 정책이사(왼쪽)가 의한 협진 3단계 시범사업 연장의 근거가 된 연구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연구보고서에 참여했던 연구진이 뒤늦게 후회하고, 연구보고서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힌 입장을 읽고 있다. ⓒ의협신문

3단계 시범사업을 거치는 동안 소요 재정은 꾸준히 늘었다. 후행행위 급여화를 도입한 1단계(2016. 7∼2017.11)에 5억 2500만원, 협의진료료를 신설한 2단계(2017. 11∼2019.10)에는 21억 6700만원, 협의진료료 3등급 차등수가를 적용한 3단계(2019.10∼2021.12)에는 53억원에 이르렀다. 

협진 청구비용 92%가 한방병원으로 흘러들어간 것을 감안하면 이 제도 자체가 한방병원용이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의·한 협진에 대한 평가는 '과학적 근거 부족'이다. 

김상일 정책이사는 "1∼3단계 시범사업 평가에는 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명시하고 있다"라며 "협진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면 시범사업을 연장할 이유가 없다.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진 의뢰 비율도 극명하게 갈렸다. 3단계 시범사업에서 한방→의과 의뢰가 98.33%인 반면, 의과→한방 의뢰는 1.67%였다. 의과에서는 한방 협진이 불필요하거나, 한방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시범사업의 단계가 지날수록 한방의 의과 의뢰 의존도는 (1단계) 59.60% → (2단계)89.89% → (3단계) 98.33%로 더 커졌다"며 "단계가 지날수록 의과→한방 의뢰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시범사업을 거치면 거칠수록 의과에서 한방 협진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거나, 한방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한 협진 3차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총 79곳의 기관 중 한방병원이 51곳으로 가장 많은데, 협진의뢰 방향(한방→의과의 대다수)과 참여기관 현황(한방병원 대다수)을 종합하면, 의·한 협진 시범사업은 한방병원에 내원한 환자를 한의사가 먼저 진료 후 같은 한방병원 소속 의사의 진료를 유도(후행진료비)하고, 국민 세금으로 양쪽에 중복(협의진료료) 비용을 지급해 수익 극대화를 도모하는 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이사, 이정근 상근부회장,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전성훈 법제이사.
(왼쪽부터) 대한의사협회 김상일 정책이사, 이정근 상근부회장,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전성훈 법제이사. [사진=김선경기자] ⓒ의협신문 

앞서 언급한 뇌경색증 치료기간 등 협진 효과 왜곡에 대한 지적도 이어갔다. 

김 정책이사는 "뇌경색증 환자 30명이 협진을 받으면 단 하루만에 치료가 완료되고, 병원에선 비협진일 때 63일 걸리는 치료가 협진할 경우 1일이면 끝난다는 비상식적 데이터를 통계에 활용하고 있다"며 "왜곡된 데이터는 배제돼야 하는데 이를 효과가 있다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자조차 동의할 수 없는 이런 연구가 보고서 형식으로 정식 채택돼 건정심을 통해 보고되고 이를 근거로 4단계 시범사업이 결정된다는 것은 지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왜곡된 연구결과로 인한 법적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공동 연구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과장·왜곡하거나 의도에 대한 분명한 확인없이 임의로 해석해 연구에 이용하는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연구의 자율성은 당연히 존중돼야 되고, 연구 발주 기관이 그 내용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원칙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최소한의 연구 윤리 준수를 전제로 이런 자율성이 존중돼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내용들은 비전문가가 봐도 이상한 점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전 법제이사는 "이를 근거로 똑같은 내용의 협진 시범사업을 연장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재량을 갖고 행정에 임하라고 국회가 정부에게 위임한 범위를 넘는 사안"이라며 "실제로 이런 경우 잘못된 정책 결정으로 추후에 문제되는 경우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내용을 잘 살펴보고 그에 따른 합당한 의사결정을 해야 법적인 측면에서 발주한 기관이나 정부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행행위 급여·협의진료료 신설 등 재정 문제도 짚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수많은 곳에 건강보혐료 투입이 절실한 상황에서 입증되지 않은 의·한 협진 후행행위에 대한 급여 적용은 물론, 협의진료료라는 수가를 별도로 추가로 만들어 지급해 줘야하는지 의문"이라며 "결국 후행행위 급여 및 협진수가 추가를 통해 한방병원 이익 창출로 귀결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의·한 협진이 활성화되지 않는 원인이나, 의뢰를 하지 않는 사유에 대한 분석없이 협진 청구를 남발하는 한방병원만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형국이라는 것. 

의협은 "의·한 협진 시범사업의 실체는 의사를 고용한 한방병원에 건강보험재정을 쏟아붓는 데 있다"고 지적하면서 "근거도 없는 협진 시범사업을 연장해서는 안 된다. 시범사업 연장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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